이별의 사랑학 (3) 갈망

By | 2009-08-21

하루종일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 그 사람. 하루종일 기억에 남아있던 것은 바람을 몰고 다니는 듯한 걸음걸이, 멀리서도 마치 바로 옆에서 바라보듯 피부속으로부터 윤기가 흘러나오는 듯한 두뺨, 올망졸망한 입술과 맵시있는 콧날, 더우기 죽여주는 눈웃음…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싶어질만한 이성을 만난다면, 냉철한 이성으로 보았을 때의 실체는 어떨지 몰라도 어느 순간 받은 첫 인상이 그렇다면 망막에 새겨진 그 인상은 뇌리에도 박혀서 상당히 오래 지속될 것이야. 섭씨 40도 안팎으로 체온이 넘나드는 것같이 정신없는 열병으로 드러눕게 되만큼 아름다운 이미지일 것이야.

어쩌면 첫눈에 확 빠져버릴만한, 화려하다거나 아름답다라는 말로써 수식할만한 얼굴은 분명 아닐 수도 있을테지. 처음 보았을 때에는 그저 평범하게만 보였다가 몇번의 교묘한 조우를 거듭하던 끝에 어느날 갑자기 눈앞에 꽉 차보이는 순간을 맞게되는 것일수도 있어. 그 이후로는 그의 얼굴은 망막 위에건 수정체에건 계속 그렇게 보이게끔 각인되어 버리는거지. 그건 오랜동안 근시 상태로 지내오던 눈에 딱 맞는 새로 맞춘 안경과도 같은 것이야. 한눈에 반하건 몇번만에 반하건 결과는 마찬가지야.

이성에 대한 그런 식의 갑작스러운 개안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울 수 있다네. 어쩌면, 네가 무엇이길래 건방지게 나를 사로잡는가, 왜 내가 하려는 공부건 회사 업무건 개인일이건 그 많은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방해하는가 싶겠지. 모처럼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을 모아서 할일을 대하고 있자면 번개처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얼굴이 있는 것이야. 바로 그 얼굴, 그것이 지금 악마처럼 다가오는 것이고, 결국 그속에서 죽음처럼 달디단 희열을 느끼고 싶어질 수도 있어. 그 작은 악마의 품속에서.

그를 바라보지 않으면서 단 하루라도 보낼 수 있다면, 정말 그게 가능하다면 그건 마음 속엔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야. 그게 가능하다면 그 이후론 그저 담담한 모습으로 하루 하루 살아가게 되는 것일 수 있어. 하지만, 오늘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다 천정에 시선을 줄 때 오히려 더 큰 그리움이 엄습하게 될지도 모르지. 분명한 작은 그리움과 더 거세질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그리움 중에서 너는 어느 쪽을 선택하게 될까.

그리움을 이기고 지금의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쳐다봐. 너는 예전에 이미 그에게 보여주었던 그 존재가 더 이상 아니야. 그 사람 또한 마찬가지야. 넌 지금 예전의 그 사람의 모습을 망막에 새긴채 그를 보고 있구나. 아무리 지금의 그를 바라보고 있어도 네 두뇌에 최종적으로 전달되는 영상은 망막에 각인된 그의 옛 모습이구나. 현재의 모습은 그 아래 덮혀있어 실체를 알 수가 없어. ‘왜 하필 나일까’라고도 싶을거야. 어쩌면 네가 그리워하는 대상은 내가 아닐 수도 있어. 너의 화려했던 시절을 추억하고 회한하는 매개체로서 나를 이용하고 있는건지도 몰라.

그를 만나고픈 갈망을 느낀 뒤에 너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니. 결국 그리움을 못 이기고 다시 그 사람의 모습을 가는 너의 걸음걸이. 그 만남은 과연 독이 될지 약이 될지? 그것을 꿀꺽 목구멍 너머로 삼켜버리는 것이 좋을까. 이제까지 너무 많은 것을 망서려웠고 결국은 아무런 해독제도 먹지못해왔다면, 넌 차라리 그 만남이라는 캡슐을 삼켜버려야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몰라. 그런데 너는 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이나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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