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사랑학 (1) 만남

By | 2009-08-14

그래. 가끔씩 내 눈길을 사로잡은 여인들을 볼 때마다, 그것이 바로 내가 갈 수 있었던 또 다른 가능성들 중의 하나라고 느꼈어.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가능성 중에 오직 한 특정인물, 즉 내가 애인이라고 부르고 있는 그녀가 나와 함께 사랑을 나누고 있다는 현실은 수많은 가능성 중의 하나일뿐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쓸쓸한게 아니냐고? 맞아,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무척 쓸쓸해져. 사실은 여자와 함께 있을 때마다 항상 그런 생각을 해. 지금 내 옆을 지나치는 사람의 앞으로의 시간은 내가 알 길 없어. 그 사람이 내 눈길을 사로잡은 여인이라고 할 때 나와의 관계가 앞으로 어찌될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그것은 더욱 쓸쓸하게 만드는 또다른 이유가 된다는 말이지.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면 그녀를 향한 나의 마음은 정지한 상태가 돼. 그녀는 나의 사랑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 자리에 멈춰있을테니까. 그녀가 내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내 마음은 그쪽으로 향해 끝도 없이 전진할 뿐이야. 왜냐하면 그녀는 내 마음을 피해 계속 달아나고 있을테니까. 그 반대라면 어떨까? 그녀가 나를 향해 계속 전진해 오고, 나는 끝없이 피하고 있다면 두 사람은 같은 방향으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계속 달려가고만 있겠지. 어느 한쪽이 힘이 빠져서 결국 따라잡히거나 혹은 쫓는 쪽이 포기해서 영영 멀어지든지 둘 중의 하나로 결론이 날거야.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어. 그래서 계속 내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어. 그런데 나는 그와 동시에 사랑을 느껴서, 그녀가 내쪽으로 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그녀쪽으로 움직인다면 말이야. 어차피 서로 움직이는 방향이 직선상에 있지 않다면, 충돌하지 않은 채로 서로 돌고 도는 원을 그리면서 끝없이 그 위에서 돌고 도는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거야. 이런 경우가 생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달과 지구를 봐. 달은 지구 둘레를 끊임없이 돌고 있어. 케플러의 법칙에서 볼 수 있듯이 타원을 그리며 어떨 때는 아주 가까이 접근했다가 어떨 때는 아주 먼곳을 천천히 선회하면서 계속 그런 양상을 유지하는거야. 그 끝은 언제냐고? 그 최후를 보기는 어려워. 외부에서 커다란 혜성같은 것이 날아와서 달을 강하게 두들겨주면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서 멀리 사라지던지 아니면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결국 충돌하게되는 거야.

남녀간의 관계가 100% 사랑만으로 형성되고 서로 그렇게 결합된다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불과 한달전에 내가 목숨을 다바쳐서라도 그녀에 대한 사랑을 증명하고 싶었어도, 지금은 길 저쪽에서 걸어오는 그녀를 발견하고 고개를 푹 숙이거나 다른 사람 뒤에 숨으며 그녀의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게 될 수도 있어. 나는 그래서 50:50을 이상적으로 생각해. 우리가 애정, 혹은 사랑이라고 부르는 비정상적인 감정 상태가 50%, 거기에 나에 대한 상대방의 애정에 대한 나의 이성적인 책임감을 50% 로 따져서 만점을 매기게 되지. 점수는 아무때나 매겨지진 않아. 시험을 봐야 점수가 나오는데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아니고, 불시에 사고처럼 치루는 시험에서 80점을 맞았을 때, 내가 전혀 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정도 점수가 나온다면 미리 대비했던 시험에서 95점을 맞는 것보다 훨씬 더 만족감이 커. 이때문에 우연한 만남에서 형성된 애정이 그래서 더 소중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야. 항상 100점이 되었을 때만 서로 사랑한다며 어울리는 것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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