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인사청문회 – 그들만의 세상

By | 2009-07-14

신문에서는 국회에서 벌어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 질의 응답만 읽었다. 그 내용을 대충 보면, 연봉이 1억원 안팎인데 25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면서 23억원을 빚졌고, 연 5% 이율로 계산해도 연간 1억 1천만원의 이자를 갚아야 한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에게 15억원을 빌리면서 차용증서는 8억원으로 써줬고, 그날 함께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를 탔다… 그런데 그 사람과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인데 15억원도 빌려쓸 수 있는걸 보면 돈 빌려준 사람은 정말 정신 나간 사람인가보다. 아니면 천성관 후보자가 임기웅변에 능하지 못해서 말이 될만한 이유를 대지 못했거나… 또 다른 질의를 보면 천 후보자의 아내는 면세점에서 수천달러짜리 명품 핸드백과 구두를 샀고 한달 리스비용이 170만원짜리인 제네시스 승용차를 몰고다녔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천 후보자의 답변은 다른 사람이 부탁해서 대신에 핸드백과 구두를 샀을 뿐이며 그 제네시스 승용차는 아는 사람 것인데 명의를 자신의 것으로 해달라고 해서 그리 해줬다고 한다.

그밖에도 여러가지 코웃음을 칠만한 답변이 있지만 그것들은 무시하는게 낫다. 어차피 이건 남의 일일 뿐이다. 천성관 후보 자체도 그런 행위에 대해서 별로 문제될만한 사안이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냐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인들도 다 하는 일이니까. 천 후보를 일차적으로 검증했을 청와대 관련 부서의 사람들도 이런 것을 문제삼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냐고? 왜냐하면 그들 자신들도 다 하고 있는 종류의 일들일테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 사람을 검증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필이면 이글을 쓰고 있는 상태에서 천 후보가 후보 사퇴를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아직 사퇴 의사를 대통령이 정식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지만 별다른 선택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천 후보도, 청와대 사람들도 다들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일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또 그렇게 살고 있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과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처럼 청문회에 나가서 자신의 생활상이 까발려지는 그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검찰총장이 되겠다고 나섰을 것이며, 어찌 이 사람이 검찰총장감으로 검증됐다고 판단했을까.

왜냐하면 그들은… “있는” 사람들과 “난” 사람들은 그들만의 세상에 살고 있어서이다. 내가 살고 있는, 내가 아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으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어쩌면 온갖 하자를 가진 사람도 자신들보다 더 높은 자리에 선출되는 세상이고보니 고작 이정도 문제로, 이런 말단(?) 직위 가지고 뭐라 문제 삼겠는가 싶었을지도 모른다. 다 내 잘못이다. 눈 귀 막고 살고 있지 못하는 내가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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