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먹고 살 수 있게 되었어요

By | 2017-09-29

원래도 아침 식사와 점심은 한식을 먹지 않고 살았습니다. 오죽하면 둘째 아이가 더 어렸을 때 다른 한인 친구네 집에서 하루 자고 와서 하는 말이, “엄마, 그 집에서는 아침에도 밥을 먹어요. 이상해요.” 라고 했을까요. 요즘에 엄마가 리얼터 일을 하며 바쁘게 되고서는 아예 한식 반찬이란게 씨가 마르다시피 했습니다. 그냥 한인마트에서 사오는 김치, 가끔은 단무지 같은 것들 외엔 별다른게 없었어요. 뭐든지 잘 만들고 고친다고 자부하는 이 아빠는 요리와는 거리가 무척이나 먼 사람이다보니 제가 해 줄 수 있는게 고작 사김치찌게, 달걀부침, 소시지 볶음, 커리 등 밖에 안 됩니다. 워낙 제가 김치찌게를 자주 만들어서 해 먹다 보니 저녁을 뭘 먹을까라고 아이에게 물어보면 “김치로 만든 것 말고 다른 것… ” 이라고 대답을 할 정도였죠. 이 녀석이 파스타 종류는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녁 메뉴는 피자 또는 라자냐, 셰퍼드파이 같은 것으로 하기도 하고 대학생 아들래미가 스파게티를 만들어서 먹이면 좋아는 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는 제가 또 문제가 되지요.피자는 좋아하지만, 스파게티 등의 파스타는 별로거든요. 나날이 제가 먹을게 없어갑니다. 점심 때에도 밥과 고추참치 캔 하나 달랑 놓고 먹는 경우도 생기구요. 아내는 다이어트한다고 탄수화물을 안 먹고 그래서 밥을 안 먹으니 반찬이 더욱 줄어들고…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리얼터 일 때문에 만난 분에게서 대책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한식 배달 반찬’ 이었지요. 매주 화요일 오후에 배달이 되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도착했습니다. 매주 메뉴가 달라집니다. 이번주는 떡갈비, 연근조림, 오이냉채 등을 비롯한 기타 등등… 막내는 식성이 육식쪽이라서 고기 빼고는 별로 관심 없어 하지만 나머지 세식구는 참으로 오랫만에 먹어보는 한식 반찬들을 맛보며 최소한 저녁식사만큼은 입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찬 만들어주시는 분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