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읽었던 글에는 이런 표현이 가장 첫 부분에 보이더군요. “남편님과 함께 캐나다 이민 준비중이다”라고요. 그냥 농담으로 썼나보다, 왜 그렇게 부르는지 밑에 설명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읽어내려갔더니.. 글의 끝부분가지 “남편님”이라고 표현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더해집니다. 집에서도 그렇게 부를까, 온라인 상에서가 아닌 실제 생활에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그렇게 표현할까, 만약 그렇다면 왜 온라인에서는 그렇게 표현하는 것일까.. 궁금함이 꼬리를 뭅니다. 참고로, 불특정 다수를 대할 때, 또는 자신이나 자신이 칭하는 가족을 가리키는 경우에는 설령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킬 때에도 낮춰서 말하는게 옳은 어법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령 자신의 남편이 나이가 자기보다 훨씬 많다고 해도 부모님에게 남편을 지칭할 때에는 “한결아범이 출장을 갔어요”라는 식으로 말하는게 맞는 것이죠. 하긴 가끔은 자신의 아내를 ‘와이프님’니라고 시종일관 표현하는 분도 계셨던 기억이 납니다. 자기 아이를 ‘우리 아들님’이라고 계속 하는 분도 계시구요. 아주 일부의 경우지만 이런 표현을 접하면 그래도 좀 피곤해집니다. 한국은 요즘엔 이런 표현이 유행인가 보지요? 제가 어법의 바른 사용에 대해 다소 민감한 면이 있긴 합니다. 영어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자신있는 ‘한국어’는 올바로 써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영어에선 이렇게 따지는 사람을 가리켜 Grammar Police 라고 농담하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남에게 이런걸 일일이 따지는 것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고 그저 ‘지적질’한다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라 그냥 넘어가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너무 이상한 표현을 들으면 온몸이 가려울만큼 조여오곤 합니다. 지난 8년간 캐나다에 살면서 딱 한번 아버님 돌아가겼을 때 한국에 갔는데 그때 시장을 보면서 들었던 표현.. “거스름돈 2천원이십니다” 머리까지 쥐가 납니다. 그러고 보니 가는 곳마다 물건 파는 곳에선 거의 다 그런 식으로 표현을 하고 있었습니다. 화장실은 저쪽이십니다.. 이 옷은 사이즈가 좀 크십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그게 머리속에 완전히 박혀버렸는지 왜 그렇게 표현하느냐고 해도 어리둥절 합니다. 더 피곤해 집니다. 존대의 개념이 완전히 달라졌나봐요. 말 나온 김에 카페 게시판에서 볼 수있는, 제가 피곤해 하는 또 다른 표현들까지 말해보지요. 게시판에서 누군가 “백인애들이 많이 없어요”라고 해서 처음엔 진짜 어린아이들을 말하는가 했었는데 글을 읽어내려가다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그냥 ‘백인들’이라고 할만한 표현을 ‘백인애들’이라고 한 것이더군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빤히 보입니다. 얕보는, 혹은 자신의 위축된 상황을 말로나마 커버해 보려는 그런 심리로 얕보는 척하는 것입니다. 그러고보면 캐나다애들, 미국애들, 동남아애들, 흑인애들 등등 ‘애들’이 적지않게 보이곤 합니다. 그냥 캐나다인 혹은 캐네디언, 미국인 등으로 표현하면 안 되나요? 이 카페에서 그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에는 배우자가 백인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모욕이 된다고 보시진 않는지요? 어떤 분은 중국인들을 가리켜 짱깨라고 하면서 글을 썼더군요. “짱깨들은 요즘 …” 그런데 그 남편이 바로 그 “짱깨’인 회원분도 계십니다. 그쵸? 한편, 게시판에 쓰인 글들에서 ‘캐네디언’이라고 표현하면 글을 쓴 사람이건 읽는 사람이건 우리 한국인들은 보통은 ‘앵글로 색슨 백인 종족으로서 캐나다 시민권자’를 연상합니다. ‘그 사람 남편은 캐네디언’ 이야라고 표현했는데 사실은 흑인이었다면 거짓말했다고 하겠지요. 그런 분들은 이럴땐 ‘흑인인데 캐나다 국적이야’라고 말할겁니다. 여기엔 인종차별적인 면도 보인다고 하면 제가 좀 과장된 해석을 한걸까요. 카페에서는 영어 표현이 이렇고 영어 점수가 저렇고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한국어 사용에 대한 얘기는 없습니다. 가끔 아이들이 한국말을 잊으면 어떻게하느냐는 그런 정도.. 뭔가 빠진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과 인성을 보여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어를 할 때도, 영어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