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그래도 찾아오고…

By | 2011-05-09

영 올 것 같지 않던 캐나다의 봄도 결국은 코앞에 다가와서 동네의 나무들에 새순이 돋고 화단들에는 목련이니 튤립이니 뭐니하는 꽃들도 만발합니다. 매일 오전에는 운동, 저녁식사 후에는 동네 산책을 하고 있는데 저녁 8시쯤 되어도 햇살이 눈 부실 정도의 수준이 되었으니 지난달과는 완전히 다른 날씨입니다. 봄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주까지 이렇게 매일같이 봄 비가 내리더니.. (작은아이 학교에서 데려오다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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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환하게 날이 개어서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가서 한참 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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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과 함께 찾아온 것이 강력한 증상… 지난회 11월에 처음 공황을 겪으면서 며칠간 패닉을 맛본 뒤로는 그저 이런 저런 증상이 심하거니 약하거니 오거니 가거니 했는데, 지난주 어느 날에는 그 수준이 너무 심해서 거의 패닉의 절정을 오랫만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아 맞다, 이런 정도였지..” 기억이 나더군요. 힘겨움에 몸을 덜덜 떨면서 참고 있으려니 “여기서 드디어 응급실을 가게 되는 것 아냐?” 라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생각만 하고 실제로 가지 않았던 응급실을 말이죠. 결론적으로 그날 캐나다에서도 물론 가진 않았습니다. 가면 또 뭐하겠습니까. 가봤자 거의 나이롱 환자일텐데요.

그저께부터는 비교적 평온한 모드로 접어들었습니다. 여전히 잠을 오래 자지는 못하지만, 먹을 것 먹고 운동 할 것 하고 삽니다. 하루에 한 두번씩, 특히 저녁때에서 자기 전까지의 사이에 특정 증상들이 모습을 드러내곤 하지만 그리 현저한 것들은 아닙니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얼굴에 열기가 화끈 느껴지는 일이 잦아졌다는 정도입니다. 체온이 올라간 것은 아니고 제 느낌만으로 그렇습니다. 흔히 말하는 무슨 여성 갱년기 증상처럼 말이죠. 하긴 남성 갱년기도 있다고는 하더군요..

어제는 일요일, 화창한 날씨를 맞이하여 역시 캐나다답게 스테이크 바베큐로 저녁을 해 먹었습니다. 캐나다 생활이 뭐 별게 있나요. 아이스하키와 바베큐로 대표되는 그런 단조로운 생활이죠. 염장질용 사진 한방 박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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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사는게 뭐 있나요. 그냥 이렇게 살면서 조금씩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기를 기대하며 봄날을 맞이하고 있답니다. 조급함을 버리고, 욕심을 없애고, 모든 것에 긍정하고 오늘을 받아들이며… 계속 노력중입니다. 평생 노력하며 살아야겠죠.

2 thoughts on “봄은 그래도 찾아오고…

  1. 마루프레스

    자신의 의지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니 놀랍습니다.
    자신에게 닥친 정신적인 문제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마음과 여유가 다른 사람에게도 있을까 싶구요…
    그리고 스테이크 바비큐는 침 넘어갑니다…^^
    …블로그 아래 페이스북 리커맨드가 있는데, 혹시 페이스북은 하시는지요?

  2. xaran

    실제 상황이 전개되었을 때의 제 모습은 제가 쓴 글만큼 차분하진 않습니다. 글로 표현할 시점엔 그런 상황에 있지 않고 안정된 시점이기 때문에 그래 보일 뿐이죠. 실제의 모습은 치열 혹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페이스북에도 존재의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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