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신발이 사라졌다

By | 2010-07-10

어제 수영레슨에 다녀오는 작은아이가 이상하게 맨발이었다. 그러면서 아빠를 보더니 “I lost my shoes” 라고 말한다. 뒤따라 들어온 아내에게 물어보니 누가 아이 신발을 훔쳐갔단다. 신발이 다른 애들 신는 것보다 약간 더 비싸보이는 Water Shoes 였기 때문에 표적이 되었던걸까. 수영장에 왔던 다른 아이들은 대부분 쪼리 같은걸 신고 왔다고 하면서 아내는 보다보다 별걸 다 훔쳐간다고 투덜거린다.

며칠전까지 우리 가족이 살았던 곳은 런던 북동쪽 지역. 보통 동남쪽은 Old South 라고 해서 거의 우범지대 수준이라고 하는 말들을 Canadian 친구들에게 들었고, 그들에게서 절대로 그쪽엔 아무리 아파트 렌트가 싸도 가지말라는 말도 들었다. 실제로 2~3백불씩 월세가 더 싸기도 했지만, 런던에서 태어나고 자란, 둘째의 친구 엄마도 싼맛에 그쪽으로 이사갔다가 석달만에 옮겨나왔다고까지 하는걸보면 그쪽으로 집을 구할 생각은 아예 말아야한다. 그래서 처음에 캐나다에 오자마자 북동쪽으로 아파트 렌트를 구했고 (사실 서쪽이 더 환경이 좋다고 하지만 그쪽은 훨씬 더 비싸므로…) 그쪽은 충분히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거기선 다 좋아보이긴 했고 직접적으로 범죄를 목격하거나 피해를 입은 일은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 사는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겉으로 평화로워보이는 이 동네에도 여러가지 사건이 많이 벌어지는구나 싶다. 한번은 주변의 고층 아파트 반지하 주차장에서 5대의 차 유리가 박살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 중에 한 차가 우리가 아는 집 차였고 그 안의 GPS 네비게이션 장치를 훔쳐갔다고 했다. 웃기는게, 한국에선 차 유리 박살내고 몇백만원짜리 고급 카오디오 훔쳐갔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어서도 그깟 네이게이션 훔쳐갈까봐 걱정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여기선 다른가보다. 우리 차의 네비게이션의 전원을 끌 때 몇초동안 경고 그림이 나오는데 그 내용이 도난방지를 위해 반드시 네비게이션을 차에서 떼어내서 가방에 넣어 가져가라는 것이다. 한국의 네비게이션에선 그런 경고가 없는데, 캐나다에선 그런게 있는걸 보니 여기선 워낙에 GPS 도난이 빈번한가 보다.

네비게이션 잃어버린 분이 런던 경찰에 전화로 신고를 했더니 경찰 반응이 미적지근하더란다. 현장으로 올거냐고 경찰에게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고 보험들었으면 그걸로 처리하라고만 했단다. 뭐 그런걸 가지고 난리냐는 분위기랄까. 그래서 그분이 차유리 깨진 상황을 사진으로 찍어놓을까라고 물었더니, 경찰 대답이 그러고싶으면 그렇게 해라라는 정도였단다. 실제로 그런 정도의 사건들에 대해서도 어지간해서는 경찰의 대응이 없는게 사실인 것 같다. 인명사고나 강력사고가 아닌 이상은 거의 자체적으로 정리하고 보험처리 하라는건가보다. 하긴 그래서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들 주택보험을 가입하는걸까. 누가 집에 들어와서 훔쳐간 물건에 대해서도 보상이 되니까 말이다.

얼마전엔 대낮에 메이슨빌 몰의 은행 ATM 에서 어느 노인이 돈을 인출하는 순간 근처에 있던 젊은사람이 그 돈을 빼았고는 도망가는 현장을 바로 앞에서 목격했다고 아는 분이 얘기해줬다. 그때는 경찰이 출동하더란다. 또 언젠가는 밤 늦게 메이슨빌 몰에서 가까운 곳에서 남녀가 칼든 강도를 만나 가방을 빼았겼다고 로컬 라디오 뉴스에서 보도하는걸 듣기도했다. 런던이 인구 40만 안팎의 작은 도시 (캐나다에선 10대 도시 안에 들지만..)이고 교육도시니 은퇴도시니 해서 평화롭게만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도시 전체적으로 보면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단지 보통의 한국인들은 로컬 라디오 뉴스나 TV 뉴스를 많이 안봐서 잘 모를 뿐이다.

런던에는 그래도 흉악범이 없으니 다행 아니냐는 분에게는 저는 작년 초에 있었던 갱단 집단 살해사건에 대해 얘기해 주곤한다. 런던 시내는 아니고 런던에서 10분 넘게 남쪽으로 내려간 시골 마을에서의 일이지만 오토바이 갱단 내부의 다툼 과정에서 갱맴버들이 다른 지역 멤버들을 불러들여 8명을 모두 죽이고 차 안에 꽉꽉 채워넣은 것이 발견되었던 사건이다. 한국분들은 그런 사건들에 대해 대개는 모른다. 한국이건 여기건 어디서든 완전히 범죄 없는 곳은 없는게다. 미국과는 달리 캐나다에선 총기를 이용한 살인사건이 적다고 하는 말에 대해서는 일단 맞는 말인 것 같긴한데.. 광역 토론토 TV 뉴스를 자주 보는 사람들은 느끼시겠지만 거의 매일같이 Stabbing, 즉 칼로 찌르는 상해사건이 발생한다. 총보다는 칼을 이용한 것이 다르다고나 할까.

어지간히 발전된 나라들이라면 사람 사는 모습에는 그리 큰 차이가 없다. 모두 각기 특징이 있고 장단점이 있다. 예전에는 캐나다 이민을 무슨 지상낙원에 가는 티켓을 얻는 것처럼 생각하는 시각이 있었지만, 요즘엔 한국보다 오히려 못한 점도 꽤나 많고 인터넷 등을 통해 그 실상이 비교적 많이 알려져있다.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고 모든 종류의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신중히 생각하고 깊이 조사를 한 뒤에, 자신의 성격에 맞고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이 된 다음에 이민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성공적인 이민은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저런 변수가 너무 많다. 마치 지금의 우리 가족의 상황이 그러하듯, 이민 과정의 중간에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태어난 곳도, 자라고 삶의 터전을 이룬 곳도 아니기 때문에 너무 힘들어 질 수 있다. 그런데 난 지금 왜 여기에 와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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