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HP 회장인 칼리 피오리나 얘기를 하고 나니, 이번 주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중 하나인 새롬기술의 오상수 사장이 뉴스를 타고 있다. 그가 미디어를 장식한 경우는 이전에도 숱하게 있었지만 그때는 성공한 벤처의 기수로서였고, 이번에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게 사실임을 알려주는 듯한 내용들이다.
미국 다이얼패드의 파산위기와 새롬의 주가 폭락, 그리고 새롬의 다이얼패드 포기 발표와 마침내 그의 사퇴로 이어지는 지난 한 주 간의 드라마는 그가 주연으로서 만들어냈던 지난 몇 년간의 새롬 신화 못지않은 화제를 낳고 있다.
아무튼 미국의 다이얼패드는 그렇다 쳐도 이제 새롬은 순수 인터넷 회사로서보다는 별정통신 사업같은 분야에 사운을 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처음 새롬을 접했던 것은 다이얼업 모뎀을 구입했을 때 번들로 제공됐던 데이터맨이라는 통신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는데, 아마 앞으로는 그 맥을 잇는 통신관련 기술 개발에 주력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필자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다. 하다못해 스톡옵션이라는 것에도 관심없어서 회사에서 그걸 준다고 해도 아무 생각없이 그저 ‘연봉이나 올려주지 웬 쓸데없는 스톡옵션?’이라는 식으로 반응할 정도였다.
하는 일이 기술쪽이라 역시 주변에 아는 사람들도 엔지니어들이 많다. 주식이 지금처럼 반토막 혹은 반의 반 토막이 되기 전에 그들이 하는 얘기를 듣다보면, 주식투자에 관한 내용이 많이 있었고, 새롬이나 한글과컴퓨터라는 이름도 자주 거론됐다. 실제로 그런 인터넷 회사들의 주식을 적지 않게 보유한 사람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주가 폭락 이후에는 그들에게서 더 이상 주식에 관한 얘기를 들을 수 없었다. 가끔 듣더라도 ‘망했다’라는 체념어린 말뿐이었다. 새롬을 비롯한 인터넷 주식은 그렇게 추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얼마전 새롬에 대한 뉴스가 다시 신문의 증권면을 치고 올라온 적이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이얼패드를 윈도우 XP에 탑재한다는 소식 덕분이었다. 그래서 수많은 투자가들이 다시 한 번 새롬 주식에 재도전하기도 했다. 그후 다이얼패드의 비참한 말로에 대한 뉴스가 그들의 뒤통수를 때린 것은 며칠되지 않아서였다. 소식에 늦은 많은 소액 투자가들이 입술을 깨물고 가슴을 쳤을 것이다. 주식으로 돈 번 사람이 미디어에는 많이 등장하지만, 필자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별의 종류 가운데 초신성, 즉 슈퍼노바(supernova)라는 것이 있었다. 자기의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갑자기 폭발하면서 예전보다 100만배가 넘는 빛을 발산하고는 차갑게 식어버리는 그런 별이다. 다이얼패드의 윈도우 XP 탑재로 인한 새롬의 주가 상승은 마치 어느 작은 별 하나가 초신성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점점 무거워지다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폭발해 버리는 그런 별이다.
주식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주식으로 인해 울고 웃는 사람들의 얘기가 그저 남의 얘기로만 들릴 뿐 가슴에 다가오지는 않지만, 인터넷 기업의 몰락과 함께 주식으로 한숨 짓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한 시대를 풍미한 인터넷 비즈니스의 열기가 서서히 가라앉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새롬은 단지 그 한 예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필자는 하지만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이제 거품이 빠질 만큼 빠졌으니, 훨씬 작고 가벼워지지 않았겠는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날개짓을 해서 높은 곳으로 재비상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는 떨어지는 것으로 끝을 맺지만, 21세기의 인터넷 벤처 비즈니스는 재도약으로 끝을 맺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