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원하는 중간 관리자의 요건

By | 2001-04-09

인터넷 비즈니스를 비롯한 새로운 개념의 사업 아이템들은 대부분 젊은 세대를 주요 타겟으로 삼고 있고 또 실제로도 대다수의 고객이 젊은 세대, 즉 20대 혹은 10대 후반인 경우가 많다.

어찌 말하면, 어린 애들 코묻은 돈을 노린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젊은 사람들을 외면하고 어찌 좋은 장사 아이템을 찾을 수 있겠는가. 이런 비즈니스를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대상의 취향과 구매 패턴을 이해하고 파악해 최대한으로 그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은 이모저모로 목소리 크고 자신만만한 필자도 이런 쪽 일은 도저히 자신이 서질 않는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그런 류의 B2C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뛰어들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인터넷상에서 캐릭터를 다운로드해서 자신의 이메일에 첨가하는 아이디어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필자는 이해하지 못했다. 휴대폰으로 온갖 벨소리를 다운로드하는 서비스가 재미있어 보이고 조금은 장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그토록 문전성시를 이룰 만큼 성공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휴대폰으로 하는 게임도 마찬가지다. 아이러브스쿨의 성공도 필자의 예상밖이었고, 한게임의 활약도 그러했다. 이 모든 것을 보면, 비록 필자가 40이 되려면 한 해가 더 남았지만, 신세대 문화에 있어서는 한물 간 세대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곤 한다.

그렇다, 필자는 굴뚝 산업 세대이다. 그래서 지금도 하드웨어를 만들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데 이런 필자도 괜찮은 관리자를 만나게 된다면 뭔가 괜찮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서너 명이서 시작한 벤처라도 성공적으로 펀딩을 받아 확장을 하게 되면 수십 혹은 수백 명까지 그 인원이 늘어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내부적으로 조직이 비대되면서 부서도 꽤 여럿으로 늘어난다.

그렇게 해서 생기는 것이 과장, 부장의 직책을 갖는 이른바 중간 관리자다. 벤처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 몇 년을 근무하다가 중간 관리자의 반열에 올라간 사람들은 비교적 젊은 나이로서 날고 뛰는 인터넷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데는 별로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점은 그들과 회사에는 다행이랄 수 있다. 그런데 그들에게 관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과연 어떤 대답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들은 몸집이 커진 회사에서, 이전에는 CEO 혹은 창업자들이 처리했을 일들이 이제 자신들의 책임으로 넘어온 상태에서 어떻게 처신을 하고 있는 것일까?

e-비즈니스라는 것이 요즘엔 벤처 회사만의 것이 아니게 됐다. 전통적인 IT 업체라고 할 수 있는 재벌 계열의 회사들도 요즘엔 다들 인터넷 관련의 비즈니스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가령 삼성SDS나 데이콤, 혹은 기타 무슨무슨 정보통신이라고 이름 붙은 업체들도 다들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벤처들의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 보면 벤처들이 결국은 망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며칠전 보도된 것과 같이 삼성의 e-삼성 비즈니스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보면 역시 이 영역은 덩치만 가지고 싸워서 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실은 재산상속을 위한 편법에 이용되었을 뿐이니 뭐니하는 의견도 분분하지만 말이다.

회사에서 e-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중추 역할을 하는 중간 관리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대기업에서는 2∼3년 정도의 경력을 가진 사람에게 과장이니 부장, 혹은 팀장이니 하는 직책을 주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최소한 10년 정도의 경력을 지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의 대학동기 중 한명이 작년에 삼성전자에서 부장 타이틀을 달았다고 하면서 정상적인 경우로는 가장 빠른 기록이라고 했던 것을 보면 약 15년은 회사밥을 먹거나 박사 등의 학위를 따야만 그런 경지에 이르는 것이 실제의 경우인 것 같다.

대기업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중간 관리자들이 된다. 따라서 e-비즈니스를 하는 대기업에서도 그들이 각 프로젝트의 관리자가 되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은 이렇게 두 가지의 상반된 종류의 중간 관리자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이 없는가? 감각 대 연륜? 패기 대 수완? 여러 가지 비교가 있을 수 있다. 필자는 두 종류 모두에서 부족한 무엇인가를 느낀다. 벤처의 젊은 관리자들로부터는 관리 능력의 부족을, 대기업의 중년 관리자들로부터는 감각의 부족을 느낀다.

젊은 그들은 실제 업무보다 사람 다루는 것이 훨씬 더 힘들다고 토로한다. 그들이 다뤄야 할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거나 연상일 경우도 많다.

나이 지긋한 관리자들은 도무지 뭐가 돈이 될지,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할지 감이 안 잡힌다고 하소연한다. 그래서 결국 젊은 나이의 아랫 사람들만 족쳐대기도 한다.

모든 사람을 나이 혹은 경력에 따라서 위의 글에서 서술된 것처럼 무슨 스테레오 타입으로 구분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다들 부족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고, 또한 다들 무엇인가 한가닥 씩은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때 중요한 것이 중간 관리자이고, 그들이 제대로 일을 해나갈 때 제대로 된 작품이 탄생하고 규모있는 발전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혹은 기존의 큰 기업에서도 e-비즈니스를 할 때는 그러한 적절히 조합된 중간 관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조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모 대기업에서는 도무지 e-비즈니스의 감각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장이 자신의 부하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분석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데만 익숙해 있는 것이 목격된다.

어찌보면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어느 덩치 커진 벤처에서는 실력도 권위도 방법론도 없는 팀장의 매니지먼트 속에서 팀의 규합마저 쪼개지는 현상도 벌어진다. 어찌 보면 경륜이 부족한 탓이다.

이런 현상을 여기저기서 쉽게 보게 되는 것을 보면 그들은 적절한 중간 관리자들의 육성 또는 리쿠루트에 실패한 것이 아닐까 싶다. 감각과 연륜을, 그리고 패기와 노련을 겸비한 그들이 필요한 시대이다.

당신이 지금 중간 관리자의 위치에 있거나 조만간 그 위치에 올라갈 상황이라면 자문해 보기 바란다. 과연 그런 두 가지 자질을 모두 갖추었다고 보는가?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