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in the same boat

By | 2000-11-24

모든 일은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는 법이다. 지금 팔팔하게 살아있는 젊은 사람도 때가 되면, 혹은 때가 되지 않았음에도 일찌감치 인생에 마칠 수도 있는 일이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회사가 망할 수도 있고, 다른 곳에 인수될 수도 있고, 혹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규모를 대폭 축소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회사의 크기에만 전적으로 달려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까지도 우리 주변에서 덩치만 믿고 ‘설마 문닫게 놓아두랴’라는 믿음 아래 눈감고 버티기 내지는, 내 배 째라 작전으로 성공을 거둔 경우도 있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런 게 통하는 시절이 아닌 듯 하다.

기아자동차나 대우자동차, 그리고 현대건설 같은 경우만 봐도 그렇다. 이런 대형기업이 아닌 자그마한 기술 업체들 경우에는 얼마나 그런 일이 간단히 진행되는지, 요즘 절실히 체험하고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 많은 닷컴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인원을 축소하고 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한국도 그런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듯 하다.

얼마 전까지는 그저 사정이 어렵다는 호소를 듣기만 했는데 오늘 와서는 어디에 합병되었다느니, 인원을 30% 혹은 그 이상 축소한다느니, 아니면 아예 문을 닫았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이런 것은 모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어차피 달도 차면 기우는 게 아닌가. 제대로 빛도 보기 전에 그런 지경이 됐다고 아우성할 필요는 없다. 새로 시작하면 된다. 이제까지의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새로 시작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이런저런 잡음이 들리고 있다. 주로 망하고 있거나 이미 망한 회사의 사원들, 혹은 구조조정을 위해 배출 대상에 오른 사원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퇴직금을 한푼도 안주더라…, 회사에서 나를 임의로 감원시키면서 원래 나에게 스톡옵션으로 주기로 했던 것은 입을 싹 씻더라…, 세상에,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경우가 어딨냐…, 회사 나가라고 하면서 원래부터 무능력해서 자르려고 했다는 말로 자존심을 구기냐…, 등등.

이런 불만에 수반되는 사원들의 송별 발언도 구구절절이다. 기존 사원들도 슬슬 그런 움직임에 동의를 표하기 시작한다.

사실은 사장이 원래 쫀쫀했고 사원들을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았다, 자기가 쓰는 돈은 접대비다 차량유지비다 품위 유지비다 하며 펑펑 써대고 사원들에게는 짠돌이 행색을 했다, 사원 데려올 때는 회사의 중요한 보물처럼 모시더니 내보낼 때에는 무슨 깡통걷어차는 식이다, 여기 속아서 안 왔으면 지금 잘 나가고 있는 옛 회사에서 어깨에 힘주고 있었을텐데….

도대체 회사를 이끄는 사람과 받쳐 올리는 사원간의 고리가 이렇게 허술했었나하고 탄식을 하게 된다. 왜 그처럼 서로에게 신뢰감을 갖지도 주지도 못 하는 것일까. 의리 혹은 신의라는 단어는 현대 사회에서는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다들 타고난 인간성이 그런 것이어서 일까. 그것은 정답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계속 위만 보고 달려오던 사람들이었기에 어느날 갑자기 아랫쪽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닷컴 사장들과 사원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들은 오늘 상대방을 신뢰하고 있는가? 자신의 미래의 큰 부분을 맡길 만큼 서로 믿으며 일하고 있는가? 당신들은 오늘도 부끄럼 없이 공정하고 속임 없이 회사의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No’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집어치워라. 그 회사는 미래가 없다. 여기서의 미래는 회사의 존립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는 설사 망할지라도 미래는 계속될 수 있다. 회사는 인간들의 집합체이고 그 신뢰가 굳건하다면 회사라는 껍질이 벗겨져도 또 다른 멋진 미래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책 제목처럼, ‘성공은 결코 끝이 아니며 실패 역시 마지막은 아니다’라는 말을 맘에 새겨보길 바란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