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CEO 되기

By | 2000-11-17

혹시 윤흥길의 소설 “완장”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아직 이 정도의 소설을 읽어본 적 없다면 그대는 문화생활에 지나치게 무심하다고 말할 수 있다.

컴퓨터 모니터만 뚫어지도록 들여다 보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두드리느라 손목을 혹사하지만 말고 좋은 책도 가끔씩은 읽을 필요가 있다. 주간지와 경제지와 돈버는 법, 그리고 영어 쉽게 터득하는 법 같은 책이 아닌 마음의 양식이 될만한 책을 말이다. 하긴 필자도 책 읽어보기는 참으로 오래됐다.

이 소설에서, 평소에 늘 부러워하던 완장을 얼떨결에 차게 된 주인공(?)은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누리게 된 것처럼 행동한다. 그가 군림하는 곳은 저수지이고 그가 관리하는 사람들은 그곳에 고기를 낚으러 오는 낚시꾼들이지만, 그는 어느새 그의 팔에 달려있는 완장의 무게를 빌어 군림하려는 시도를 한다.

읍내에 나가서 제복을 구입해 입고, 그 위에 ‘감독’의 완장을 찬 다음에는 그는 점점 폭력과 오기의 세계로 빠져든다. 술집 작부도 완장의 힘을 빌어 꼬셔 보려 하지만 다 실패하고 결국은 모든 걸 포기한 채 조용히 그 동네를 떠나게 된다. 얼떨결에 차게 된 완장은 순진했던 그에게 그처럼 허망한 욕망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이곳 테헤란로에도 위의 소설에서와 같은 ‘완장’때문에 허망한 말로를 장식한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그 완장은 CEO라는 감투이고, 저수지는 회사와 투자받은 펀드, 그리고 읍내에서 구입한 제복은 ‘대표이사’ 직함이 선명히 박힌 명함이 될 것이다.

어떤 이는 그 자리에 앉자마자 원래 타고 다니던 자기 소유의 중형 승용차 대신 회사 명의로 고급 대형차를 사서 타고 다녔다. 어떤 이는 술집에서 한 달에 1500만원 어치를 퍼 마시고 온갖 타락한 재벌 2세 흉내를 내기도 했다. 또 다른 어떤 이는 사장실 내장을 수입원목 가구 등으로 전부 치장했다. 그리고 또 다른 이는 비밀 장부를 만들어서 회사 돈을 빼돌렸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사흘이 멀다 하고 이런 식의 소식이 귀에 들어온다. 새로 생긴 회사의 대표가 ‘완장’의 힘을 빌어 제멋대로 막 나가는 바람에 사원들이 우수수 떨어져나간 회사도 봤고, 투자가가 어쩔 수 없이 그 회사를 정리해 버린 경우도 있었다.

그들 역시 CEO 완장을 달면서부터 이상하게 된 것이 아닐까? 아니면 어차피 남의 돈이려니 하면서 그렇게 행동하는 걸까? 그들은 평소에 그런 완장을 찬 사람들을 얼마나 부럽게 보면서 살았을까? 나도 완장을 차면 멋지게 살아봐야지라고 생각했을까?

인터넷이나 컴퓨터 관련의 업체들이 많이 생기면서 CEO 자리에 앉힐 후보가 상당히 부족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자질이 부족한 CEO가 양산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단지 유명인사라고 해서 그 자리에 앉히거나, 회사생활조차 변변히 해보지 않은 사람을 그 위치에 놓거나, 아니면 제대로 비전을 세우지도 못하는 사람을 쓴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는 일이다. 더구나 도덕성에까지 결함이 있다면 그것은 그 회사에 치명적인 실패요인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왕 그 자리에서 앉아있다면 ‘완장’에 대해서는 잊기 바란다. 권위와 돈잔치는 머리에서 지워라. 벤처라면 벤처답게 놀아야 한다. 그리고 초기에 가졌던 순수한 꿈과 열성을 잊어서는 안된다. 진정 “Make dreams come true”를 이루기 위해서는 가끔씩은 주위를 돌아보며 반성도 해야한다.

“To speed up, sometimes we need to slow down” 이것은 필자의 생활 모토이다. 그리고 항상 “Back to basic”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대 머릿속에 혹시라도 ‘완장’이 둘러져 있다면 지금 당장 벗어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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