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주정부 노미니…

며칠전 직원 중 한명이 전화를 걸어서 소식을 전해왔다.
“사장님. 저 오늘 노미니 받았어요.”
무슨 얘기인지 이해하는데에 잠깐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뭔지 알아차렸다. 아, 그 얘기구나, 영주권 신청… 주정부 노미니인가 뭔가..
“아 그래요? 잘 됐네요. 영주권 나올 때까지 얼마나 걸린데요?”
“1년 정도 걸릴거래요.”
“그런데 이런것 신청하면 보통 3개월 정도 걸려서 노미니 나온다고 하지 않았나요? 지금은 회사 자격 서류 낸지 2주 밖에 안 됐는데..?
“네 이민 수속 업체에서도 무척 빨리 나왔다고 해요.”
“그렇군요.. 어쨌든 최종 영주권 받는 그날까지 자격 조건에 문제 안 생기게 계속 잘 근무해 해나가야겠네요.”
“네, 정말 감사해요.”
“제가 뭐 특별히 한건 없지요. 원래 영주권 지원하려고 고용한 것도 아니고 그냥 xx 씨가 알아서 추진한거니까요.”
모두 여자인 15 명 정도의 직원 중에 유일한 한인 직원.. 시민권자가 아닌 유일한 외국인 노동자.. 그 직원이었다.

내가 캐나다 이민을 위해 FSW 영주권을 신청했던 2006 년에는 이민 종목이 별로 없었던걸로 기억된다. 그냥 이른바 기술이민 (FSW), 투자이민, 기업이민 등 3 개 정도가 일반인이 신청하게 되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요즘엔 무슨 이민 카테고리가 그리도 많은지 이해하지도 못할 정도가 된 것 같다. 어쨌든 예전에 영주권 신청에 대해서 나에게 물어오면 몇마디 조언이라고 해 줄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상태이다. 또 한편으로는 영주권 신청한지 1년씩(!)이나 됐는데 왜 이렇게 이민국에서 연락이 안 오냐고 다소 투정같은 말을 듣는 것이 피곤해지는 것도 한 이유이다. 왜냐고? 내 경우엔 영주권 신청하고 COPR 받을 때까지 53 개월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5년을 넘기면서 기다리는 사람도 봤고… 그런 나에게 몇달이 기니 짧으니 하는 것 듣기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영주권 신청이니 이민이니 하는 것에 대해선 관심 끊고 살고 있다. 더 이상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니까.

이 한국인 직원을 고용한 것은 별 생각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아는 사람이 갑자기 자기 친구가 일할 자리 없냐고 물어왔다. 그 직원에게 운때가 맞았다고나 할까, 원래는 한인을 고용할 생각이 없었고, 시민권자는 커녕 영주권도 없는 사람을 고용한 적도 고용할 생각도 해 본적이 없었는데 마침 쉬프트를 몇시간 채워야하는 상황이기도 해서 한번 인터뷰를 보자고 했다. 추천한 사람에 대한 예의 차원인 요소도 많이 작용한게 사실이고. 그래서 만났고, 매니저에게도 따로 인터뷰를 가지라고 했는데, 의외로 매니저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래 일단 고용해서 써 보고 별로면 3 개월 프로베이션 기간 이전에 해고하면 되지 싶었다. 어차피 한동안 사람이 필요한게 사실이기도 하니까 말이지..

이 신입 직원은 아이가 둘 있는 40 조금 넘은 여성인데 한국에서도 웹관련 일을 했었고 팬쇼 컬리지에서도 2년간 그쪽을 전공해서 졸업한지 며칠 안 됐으며 이제 직업을 갖고 싶어서 찾고 있었단다. 웹 관련 업체에 취직하는게 훨씬 낫지 않을까 물어봐지만 그게 그렇게 쉽진 않은듯했다. 이곳 런던에서는 더욱 그러하단다. IT 관련 일을 하던 사람인데 우리 매장에서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 직원이 포기하거나 능력부족으로 그만두는 경우에 대비한 Plan B 도 생각해 놓기는 했다. 그렇게 2 주 정도 트레이닝을 받은 뒤에 드디어 혼자 매장에서 근무를 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역시나 좀 역부족인듯 싶었다. 가장 먼저 영어가 부족했고, 리테일 비즈니스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어서 또 힘든 면이 있는 듯 했다. 고객들 가운데에서도 피곤해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는데..

그런데 그 직원 나름대로는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손님들에게 더 만족감을 주기 위해서 이름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있었고, 매장 밖에 차를 세워놓고 올 때 그 차 번호를 보고 이름을 기억해서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대응하기 위해 아예 노트에 고객 이름과 차량 번호의 목록을 만들어 놓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씩 가면서 점점 더 적응해 나가는 것 같았다. 결국 근무 3개월 뒤에 프로베이션 기간이 끝나는 시점네 나의 결정은… She stays.

그렇게 정식으로 일하게 된지 얼마 뒤에 그 직원이 물었다.
“사장님, 혹시 제가 이곳에서 일하는 것 가지고 주정부 이민 신청해도 될까요?”
“음.. 이런 비즈니스에서 일반 직원으로 일해도 그게 가능한건가요?”
“네. 업체는 상관 없대요. 직급도 상관없구요. 그런데 회사가 서포트하러면 3년 이상 비즈니스를 했고, 50만불이상 연매출이 있어야 하고, 또 영주권이나 시민권 가진 직원이 3명 이상이기만 하면 된대요.”
“이 회사는 그 조건이 다 해당 되지요. 신청이 가능하면 해 보시던지요.”

얼마 뒤에 그 직원은 이민수속 업체와 계약을 했고 업체에서는 나에게 직접 컨택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알게 된 것은 그 직원이 얘기한 것과는 좀 차이가 있긴 했는데 위의 3 가지 조건은 맞는 얘기지만, 어떤 종류의 업체에서 어떤 직책을 가지고 어떤 임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거나 그 일에 대한 Job Offer 를 받았는지는 제약 사항이 있다고 했다. 다행히도 지금의 상태에서 문서적인 측면에서만 보강을 하면 되는 수준에서 다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이 직원이 Permanent Full-Time Position 에서 주당 최소 30시간 이상을 매주 빠짐없이 일해야되는 것인데 이것도 다른 직원이 갑자기 그만두면서 운빨이 맞아서 해결이 되었다. 그렇게 계속 진행이 되었고 1차로 신청서에 그 직원의 고용에 대해 적고 서명을 했고 얼마후에 받은 2차 서류 요청에 대해 내 비즈니스의 직원들 세무 정보와 회사의 작년 세금 신고 정보를 보냈고 그 후에 겨우 2주만에 노미니를 받았다는게 결론.

물론 영주권을 받기까지는 이 일이 완전히 끝난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그 직원의 개인적인 상황일 뿐이다. 나는 그 직원의 영주권을 지원하려고 뽑지 않았으니까. 만약 내 비즈니스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면 직원들을 해고할 때 그 직원이 포함될 수도 있음을 배제하지도 않는다. 내가 처음에 그 직원을 계속 유지하기로 한 이유처럼, 앞으로도 계속 고용하고 있을 이유를 만드는 것은 그 직원의 책임이다. 누군가 이 얘기를 듣고 아내에게 말했단다.
“그 직원에게 얼마 받았어요?”
“아니 무슨 돈을 받아요? 그냥 정해진 일 하고 정해진 페이 받는 일인데요.”
“한국에선 그렇게 영주권 신청자격 되는 취업자리 찾아주는게 3천만원 짜리예요.”
“허..걱.. 정말요…?”
“저희는 캐나다 와서 7년이나 아둥바둥거려서 겨우 영주권을 받았는데 그 분은 돈도 안 들이고 컬리지 졸업하자마자 바로 노미니 받고, 왠 복이래요..?”
“….”

어차피 그런건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다. 돈을 받고 그런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업주는 참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지도 않을까? 이미 받아넣은 돈이 있다면 비즈니스와 관계없는 자리를 만들어야할 수도 있고, 실제 임금과는 다른 임금을 줘야할 수도 있고, 가끔 듣던 것처럼 임금의 차액을 거꾸로 더 받아야할 수도 있고, 비즈니스에서 그 직원이 불필요하게 되어도 해고할 수도 없게되지 않을까? 그런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걱정스럽지도 않을까나..

물론 이 직원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친구가 나와 잘 아는 관계였고, 마침 내가 직원이 필요한 상태였고, 그 뒤에 기존 직원 중에 두 명이 그만두면서 Permanent Full-Time 자리를 얻을 수 있었고, 게다가 내 비즈니스 업종이 정부에서 정한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것이었으며, 내 비즈니스의 상태가 3년이상 운영 + 영주권/시민권자 3명 + 연매출 50만불 이상이라는 조건에 부합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본인이 열심히 일할 곳을 검색했고, 또 궂은 일을 마다않고 일할 의지가 있었고, 실제로도 열심히 일하는 마음의 자세가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의외로 비교적 어렵지 않게 그리고 상당히 빠른 시일 안에 주정부 노미니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요즘 캐나다로 이민하는 방법에 대해서 별로 아는 바는 없지만서두,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사귀고, 다른 이들이 안심하고 자신을 추천할 수 있도록 자신이 성실하고 또 노력하는 사람임을 보여주는게 비결이랄까.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영주권을 받기 위해 이리 저리 방법을 찾는 것 같은데 이 직원의 경우는 그런 분들에게 좋은 예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분들의 분투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