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이사하기 [3]

By | 2010-07-23

간신히 새집에 짐들을 옮겨놓고나서 바로 안정되게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현실은 물론 고생의 연속이다. 짐을 풀고, 가구를 배치하고, 이사하면서 더러워진 것들을 세탁하고, 살림살이들을 여기저기 수납해 놓은 뒤에 다시 추가로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해야 했다. 우선 키지지 사이트 (london.kijiji.ca)에서 검색해서 찾아낸 소파를 가져왔다. 이사하기 여러날 전에 100불 주고 구입한 것인데 중고품 3인용+2인용 소파를 거실에 놓고 기존에 쓰던 소파는 지하방으로 내려놓았다. 이것은 U-Haul 트럭을 빌린 김에 이삿짐을 다 내린 뒤에 바로 원래 주인 집에 가서 트럭에 실어온 것이다. 그리고 같은 타운하우스 단지에 있는 다른 한국집에서 200불에 구입한 전기세탁기도 트럭에 실어서 가져왔고 지하의 세탁실에 이미 있는 건조기 옆에 배치했다. 이곳에는 건조기는 기본으로 달려있지만 세탁기는 세입자가 직접 구입해서 설치해야 한다.  이걸 쓰던 한국집은 이번에 한국으로 귀국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살림을 처분하는 중이었고, 세탁기 위에 작은 아이 침대와 장난감 몇가지는 덤으로 받아왔다.

이리저리 큰 물건들을 사서 집에 들여놓고 자질구래한 살림살이도 근처의 mall에 가서 사다놓은 뒤에 할 일은 집을 고치는 일이다. 우선 뒷마당에 무성하게 퍼져있는 잡초를 제거하고 담쟁이넝쿨과 장미덩굴도 뿌리 바로 위까지 다 잘라버렸다. 잘 가꾸면 보기 좋을법도 하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재주도 없고 의욕도 없어서이다. 그저 작은 텃밭과 꽃밭 정도면 우리 가족들에게는 충분한 수준이다. 장미는 게다가 가시때문에 어린 아이가 있는 우리집에는 전혀 키우고 싶지 않았다. 아래 사진에서 Before 및 After 모습의 차이를 볼 수 있다.

북미지역의 값싼 집들이 가진 흔한 특징 가운데 내가 가장 싫어하는 점이 침실이나 거실 전체를 카펫으로 덮는 것인데, 이 집도 주방과 욕실을 제외하면 모두 카펫이 깔려있다. 다른 세대들을 보면 원래는 Hardwood 나무마루 구조였던 것 같은데 4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나무가 너무 낡게되자 바로 그 위를 카펫으로 덮은 것이다. 카펫은 먼지가 쌓이고 그 자체에서도 미세한 털이 빠지기도 하는데다가 음료수나 음식을 떨어뜨리면 얼룩이 생겨서 워낙 볼상 사나워진다. 하지만 나무바닥은 너무 낡았거나 혹은 비싸거나 해서 어쩔 수 없다. 우리같이 집안에서 신발을 벗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카펫보다는 한국의 모노륨같은 장판재질이 훨씬 관리하기 좋고 위생적이라 생활에도 유리하다. 이런 카펫구조의 집이 공기를 덮히는 난방구조와 결합되면 먼지문제가 더욱 골치아프게 된다. 우선 방안의 공기를 덕트 관으로 빨아들이는 흡기구를 뜯어서 살펴봤더니 아래 사진처럼 여러해동안 먼지 청소를 한 흔적이 안 보였다.

흡기구는 일단 청소만 해주는 걸로 마무리했지만, 그것에서 빨아들인 공기를 난방기 (Furnace )에서 방으로 내보내는 배기구는 청소만으로는 부족해 보였다. Hardware Shop 에 가서 찾아보니 이런 경우에 먼지를 막을 수 있게 만들어진 공기필터를 팔고 있었다. 집안에 있는 총 배기구가 13개인데 한 봉지에 필터가 12개 들어있어서 2봉지를 사서 설치하고 나머지는 내년을 위해 보관했다.

화장실 3군데마다 모두 환풍기를 뜯어서 먼지를 씻었다. 이렇게 먼지가 많이 끼어서 어떻게 제대로 수증기와 냄새가 제대로 집밖으로 배출될 수 있었을까싶을 정도였다.

지하에 있는 Furnace 에 달려있는 공기 필터를 꺼내보니 그것도 몇년동안 교환한 적이 없어보였다. 먼지로 필터의 틈새가 꽉 막혀있는데 어떻게 제대로 실내공기를 받아들여서 덮히고 다시 보내줄 수 있었는지, 그것도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마침 새 필터가 그 옆에 있길래 그걸로 교환해줬다. 아래에서 왼쪽이 기존에 달려있던 에어필터, 오른쪽이 새로 갈아준 것이다.

이 집에 달려있는 침실 3개의 방문짝은 나중에 설치한 카펫으로 인해  방바닥 높이가 올라가면서 문이 바닥에 끼여서 제대로 여닫기가 힘들었다. 관리인에게 수리를 요구했더니 그중에서 가장 문제가 심한 안방 문짝만 떼어내서 바닥을 약간 잘라놓고 다시 끼워놓고 갔다. 나머지 2개는 힘을 주어 열고 닫을 수는 있지만 여전히 불편하긴 마찬가지라서 내가 직접 떼어내서 밑부분을 약 5mm 정도씩 잘라냈더니 문제가 깨끗이 해결됐다.

1층 현관 앞의 화장실에는 수건걸이가 없어서 그것도 한개 사다 달았고….

주방에는 정말 수납공간이 부족했다. 서랍도 부족하고 몇개 있는 찬장은 도대체 그릇을 넣을 수 없을만큼 좁은 것들이 태반이라 애초에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이게 내 집이라면 모두 다 새것으로 갈아치우던지 내가 직접 만들어서 달아놓았테지만 렌트를 사는 것이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몇가지 방안을 생각해 낸 것중의 하나는 아래 사진처럼 선반을 추가해 넣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비록 조그맣게나마 아일랜드 스타일의 테이블을 설치했는데 새로 구입하려면 너무나도 비쌌기 때문에 아내가 키지지 사이트에서 찾은 중고품을 구입했다. 이건 기존에 다른 집에서 쓰던 것을 뜯어낸 것인데 30불에 사와서 수리를 좀 하고 설치했더니 보기도 괜찮은 것은 물론, 상당히 유용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수리 작업과 설치는 오늘도 계속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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