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개의 경우, 또는 개같은 경우

By | 2021-11-16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는 핏불 Pit bull 견종을 키울 수 없는 법규가 2005년 제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단지 그 이전부터 키워왔던 핏불들만 죽을때까지 또는 온타리오 밖으로 반출될 때까지만 소유하는게 허용되었습니다. 온타리오 안에서 새로 태어나거나 다른 지역에서 데려오는 것도 다 금지되어서 일반 당국의 눈에 띄거나 신고가 들어가면 압수되어 처리되는 것이었죠. 이 규정에 대한 반대도 많았지만 어쨌든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엔 다양한 견종이 있고 핏불과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는데 사실 DNA 검사를 해 보면 정통 핏불 가문과는 거리가 먼 경우도 많긴합니다. 이른바 Grey Area 인데 지난 10월 8일, GTA 의 본 Vaughn 지역에서 Black Belt World 라는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Tommy Chang 이란 사람의 개 한마리가 집 현관문이 열려있는 사이에 가출을 한 뒤에 주민에게 신고당해서 당국에 압류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개 이름은 영어로 Blu 인데, 닉네임이 Dwaeji 라는걸 보니 그 집에선 돼지라고 이름을 지어줬나보더군요. 그런데 너무도 개를 사랑하는 이 애견가족은 변호사를 사고 온라인에서 관련단체에 호소를 하고, 시 의원에도 부탁을 하여 시청에 압력을 주었고 또 도심에서 시위도 한 끝에 24시간 뒤에 임시로 돼지를 돌려받게 됩니다. 참고로 서류상으로 이 견종은  American Pocket Bully 라고 되어있다네요.

그 당시 이 사건은 이런 저런 미디어에 뉴스로 올라와서 돼지는 유명견이 됩니다. 개주인도 온라인에서 애견심을 듬뿍 드러내고 관련 법규를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신문에 나온 얘기를 읽어보면, “블루(돼지)가 풀려나서 받고보니 엄청 악취가 나서 목욕을 시켰다. 수용되어 있는 동안 개의 체중이 줄어서 개 목줄이 이전보다 널널해졌다…” 라고 합니다. 개가 이유없이 고생해서 너무 슬펐다는 그런 의미인듯 합니다.

이 스토리는 아래 링크의 CBC 뉴스에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https://www.cbc.ca/news/canada/toronto/blu-finally-released-vaughan-animal-services-breed-specific-legislation-1.6235086

해피엔딩이었습니다. 최소한 여기까지는… 하지만 “개버릇 남 못준다”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네요. 위의 첫번째 사진을 보니 학교 잔디밭에서도 개의 목줄을 풀어주더니 그 견주가 운영하는 태권도장에 개를 데려오는 것은 물론 수업시간 수련생들이 있는 곳에도 함께 놓아두는 것 같습니다. 수련생 중에 13세 먹은 학생 한명이 수업이 끝난 뒤에 자신은 개가 무섭다고 했더니 개주인인 Tommy Chang 관장은 그 소년에게 너의 공포감을 극복해야한다고 가르침을 줬답니다. 그 가르침을 따라서 개에 가까이 다가갔더니 그 결과는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 개에 물린 경우에 대한 뉴스는 아래 링크 참조)

https://www.cbc.ca/news/canada/toronto/blu-dog-attack-ontario-pit-bull-1.6241190

이제 이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과 개의 문제이기보다는 소년이 개가 위협을 느낀 동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견주쪽 변호사의 자세한 설명에 대한 기사도 아래 링크에 있네요. 아이의 아버지는 견주가 911에 신고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으며 또 He’s not going to die 라고 안심시키려는 발언도 했다고 주장한다는군요.

https://www.narcity.com/toronto/dog-held-by-vaughan-animal-services-for-weeks-has-allegedly-bitten-a-teenage-boy

저도 집에 조그만한 견종이나마 멍멍이를 데리고 있는 입장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이 뉴스에서 개에 대한 공포심을 극복하려는 노력의 결과는 평생 얼굴에 남을 큰 흉터가 되겠습니다. 기사를 읽고는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을까 싶더군요. 당신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개일지는 몰라도 그게 남에게도 똑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겠죠. 우리개는 안 물어요.. 많이 들어본 주장이죠? 상식을 무시지 말고 살아야한다는 교훈을 주는 또 한가지 사례입니다. 부디 저 소년의 얼굴 흉터가 사라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를 위해 이 견주는 충분한 치료비를 보상하면 좋겠구요. 어쨋든 견주의 책임일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