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런던 하늘 아래였지만, 따로 나가 살던 큰아이가 다시 집으로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대학에서의 마지막 시험을 마쳤고 대학원 가기 전에 1년 동안 다닐 직장도 결정되어 며칠전부터 출퇴근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통근에 필요한 교통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것.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면 집에서 걸어 나가서 정류장 도착 및 대기, 버스 1, 갈아타기, 버스 2, 내려서 사무실까지 걷기 등의 시간이 1시간 반이 걸린다. 하루에 3시간을 길에서 보낸다고? 그건 곤란하다. 집에 차가 이미 두 대가 있지만 부모가 각각 일을 하러 다녀야 하기 때문에 공유 시스템은 어차피 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일까. 회사 앞으로 다시 분가시키는 것 아니고는 차를 한대 구입하는 것이 대답이다. 드디어 아들도 생애 첫 자동차를 갖게 되는 것이다. 비록 1년 후에 다시 팔고 떠날 예정이긴 하지만.
아들이 저축해 놓은 돈에서 차 구입 예산을 얼마로 할수 있을지 물어보니 최대 5천불이란다. 그럼 우리가 5천불을 빌려주고 나중에 되팔때 돈을 받기로 했다. 내가 직접 차를 찾으로 돌아다니기엔 시간도 잘 안 맞고 또 다른 어려움이 있어서 평소에 정착서비스를 하면 중고차량을 많이 구매한 경험이 있는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Autotrader 사이트에서 검색해서 몇 대를 고르고 다시 세부적으로 확인을 하고 또 실제 방문을 해서 결정한 것이 처음엔 생각지도 않았던 약 7만킬로 안되게 달린, 2013 년형 Fiat 500 Sport 였다. 생소한 모델이기도 하고 너무 조그만게 아닌가 싶지만 아들은 좋아했고 또 특별히 다른 대안도 없이 빨리 차를 구해야 했기에 최종 결론이 된 것이다. 한국에 사는 처제도 이것과 같은 모델의 컨버터블 타입을 문제없이 잘 타고 있다고 해서 그래도 조금 안심은 되긴 했다.
차량 인수는 월요일로 정해놓고 그때까지 보험 가입을 해야하는데, 이게 스무살 갓넘은 남자에게는 차 구입보다 더 어려울 수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부모의 보험에 Occasional Driver 로 이름을 올려놓으면서 보험료에 일년에 약 1천불 가까이 추가로 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정식 운전자로서 이름을 올리게 된다면 최소한의 조건으로 가입해도 아들 혼자 보험료가 4천불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인 보험브로커가 설명해줬다. 어차피 아들이 자신이 버는 돈으로 내겠지만 차가 3대라고 해도 한 집에 살면서 총 8천불의 자동차 보험료를 내게 된다는 것은 정말 심하다. 이제 눈에 불을 켜고 여기 저기 알아보기 시작하는데 아내가 안면이 있는 러시안 이민자 보험 브로커가 총 비용을 5천불 정도에 해결될 수 있다고 해서 그의 사무실로 우리 3명이 총출동했다.
결론은? 모든 조건을 정하고 세부 항목을 설정했더니 최종적으로는 기존에 받았던 견적과 별 차이가 없어져 버렸다. 아들이 개인적으로 가입해도 그렇고, 차 3대와 운전자 3명을 모두 묶어서 가족 단위로 가입해도 별 차이가 없었다. 지난 10년간 사고 한번 안 냈지만 (뒤에서 받힌 것은 어차피 내 과실이 0% 라 상관없음) 우리 부부가 최근 3년간 속도 위반 티켓을 발부받은 것이 한 두번씩 있는것이 그 이상의 보험료 절감에 장애가 되었다. 그래봤자 City 밖에서 13km, 그리고 15km 초과 였는데 말이다. 사실 이건 약간 예상은 했던 일이긴 하다. 티켓 받으면 무조건 법정에 가라고 하는데 난 개인적으론 법정에 서서 애써 없는 말을 한다는게 정말 내키지 않는 일이라 티켓 받은 직후 열심히 벌금을 납부했기 때문이다. 벌점은 없으나, 보험사에선 그걸 구실로 보험료를 대폭 올리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예전에는 보험사에서 이렇게까지 하진 않은 것 같은데 온타리오 리버럴 정권이 자동차 보험료를 대폭 낮추겠다고 공약을 걸었던 것 때문에 기본 보험료 인상이 쉽지 않으니까 이런식으로 안보이게 수입을 늘리려는 것일까? 모르겠다. 10년 가까이 런던에 살고 있어도 이렇게 비싼 자동차 보험료에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곳 현지인들은 자신이 사고를 당하는 것에는 좀 덜 민감해도, 자신의 과실로 다른 차를 받는 경우엔 정말 무섭게 사람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책임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자면 이게 다 자책 사고 이후에 엄청나게 올라가 버리는 보험료때문이려니 싶었다.
아들의 자동차 보험은 결국 처음에 아들이 직접 알아봤던 Western Alumni Insurance 에 가입을 하는걸로 결론을 짓게 되었다. 이건 TD Insurance 의 단체 보험 프로그램 성격인 것 같은데 연 3천2백불 수준에서 해결을 봤으니 그래도 최초에 견적받은 4천불보다는 훨씬 줄어들었다고 스스로를 위안삼을만 했다. 그러면서 아들을 우리 부부의 보험에 추가하면서 들어갔던 1천불은 없애게 된다. 주운전자로서의 보험 히스토리가 전혀 없고, 24세 이하의 남자이고, 운전면허도 아직 G2 이라서 어떻게 더 알아보기도 힘들다. 그런데 떠도는 말에 의하면 Rumor has it… 적지 않은 수의 중국 유학생들은 뭔가 이상한, 어둠의 경로를 통한, 듣도보도 못한 보험사에의 자동차 보험 가입을 통해 1년에 겨우 1~2천불 수준의 보험료 내기도 한다던데.. 이게 보험 브로커가 해 준 말이니까 전혀 근거없는 카더라 소식통이라고만 하기도 뭐하지만 우리와는 관련없는 일이니 그냥 패스.
결과적으로 총 보험료는 7천8백불이다. 열심히 낮출려고 해봤으나 다른 방법이 별로 안 보인다. 아들이 아니라 딸이면 더 절약될 수 있었을텐데..?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향후 보험료 절감을 위해 해 나갈 일들을 생각해 본다. 우선 앞으로도 계속 무사고 기록을 유지하도록 항상 그랬듯이 조심조심 운전을 해야한다. 또한 아들은 빠른 시일안에 G 면허를 획득하도록 한다. 남자고 또 나이가 어려서 이게 보험료 절감이 즉시 반영이 되진 않지만 G2 면허로는 무사고 히스토리 만드는데에 한계가 있단다. 일단 올 여름이 가기전에 해결할 일이다. 그리고 교통 범칙금이 보험료에 영향을 주는 것은 최근 3년 이내의 경우만 해당한다고 하니까 시간이 좀 더 필요하고 그와 함께 추가로 티켓을 발부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러면 내년 초에는 차 3대, 운전자 3명의 총 보험액을 5천불 정도로 줄일 수 있다는 예상이다. 무사고, 무티켓, 그리고 모두 G면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