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토마스에 있는 4호점에 가서 일을 하고 나니 점심 때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매장 바로 옆에 있는 A&W 로 가서 햄버거를 먹게 되었는데…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밖에서 혼자 점심을 먹을 때면 거의 항상 맥도날드를 이용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서브웨이로 주된 점심 메뉴가 되었고 오늘 이곳 A&W 햄버거도 오랫만에 오는 느낌이군요. 나이가 한살 두살, 아니 한달 두달 늘어가면서 계속 식성이 바뀌어 가는 듯 합니다. 사실은 식성보다는 뱃속 사정에 맞춰서 점점 선호도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네요. 이제는 위장이 햄버거를 그리 반가워하지 않습니다.
여러 해 전까지는 이런 저런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을 골고루 다니면서 이것 저것 먹어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말이죠. 이제는 버거킹도 굿바이.. 웬디스, 하디스, 아비스, 파파이스 모두 챠오입니다. 약간 최근에 런던에 입성한 Five Guys Hamburgers 는 딱 한번 먹어봤지만 그 즉시 사요나라.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 또 새로운 버거 식당으로 South St Burger Bar 라는 것도 들어왔던데 거긴 들어가 볼 일도 없겠지요. 그러고 보니 북쪽 코스트코 근처에 Hero Certified Burgers 라는 곳도 새로 오픈했더군요. 영웅버거? 어쨌든 햄버거 하우스는 이제 생기거나 말거나 별무관심…
사실 미국 살던 시절에 원래 좋아하던 것은 멕시칸 패스트푸드였습니다만 8년전 이민왔을 당시에 여긴 별로 먹을만한게 별로 없었어요. 그때도 타코벨은 있었지만 캘리포니아의 타코벨과 이곳 캐나다 런던의 타코벨은 뭐가 다른 느낌이더군요. 옛날 기억이 나서 한번 가보고는 바로 퇴짜를 놨습니다. 타코와 케사딜라와 버리토가 먹고 싶었는데 실망이었지요. 요즘엔 멕시칸 패스트푸드점이 여러가지 생기긴 했어요. Burrito Boyz 도 있고 Quesada 도 있고 Qdoba 도 있고.. 예전부터 있었던 Under the Volcano 는 지나다니면서 한번 가보고는 싶었지만 기회는 없었고.. 그런데 왜그런지 별로 가게 되지 않더군요. 내 입맛이 변했는지 아니면 맛이 캐나다 현지화되어선지는 모르겠지만 입에 딱 붙지 않았습니다.
다시 A&W 로 돌아가 생각해보니 이제까지는 항상 햄버거를 먹을 때 차가운 음료와 함께 먹었는데 혹시나 나이탓에 그게 더 이상 안 맞게 된거나 아닐지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오늘이 버거의 마지막 종착역이 아니라 다음에 한번 더 기회를 줄까싶어집니다. 차가운 콜라가 따듯한 커피와 함께 먹어보고 다시 결정해야겠어요. 이렇게 나와 버거와의 인연이 영엉 끊어질지 결정은 다음으로 연기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