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학 졸업하고 수원시 매탄동에 있는 모 전자회사로 새벽 5시반에 일어나 출근길에 나서고 밤 10시는 되어서 퇴근하는 힘든 직장생활을 하는 피곤한 나날을 보내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매달 25일이면 찾아오는 월급날은 아주 기쁜 날이었습니다. 총각으로 살면서는 별로 쓸 돈도 없고, 게다가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쓸 시간은 더더욱 없어서 통장에 돈이 쌓이는걸 보는 즐거움이 있었죠.
그로부터 한참 나중에 15 년쯤 지나서 IT 벤처라는 걸 만들고 사장 직함을 차고 보니, 사정은 정 반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매달 25일이 다가오면 불안, 초조, 긴장, 공포가 온몸에서 스믈거리며 올라오더군요. 매달 25일은 위기의 날, 무서운 날들이었습니다. 몇년간 그짓을 하다가 모든걸 박차버리고 태국으로 떠나서 유유자적, 무념무상의 생활을 근 2년 했더니 25일이건 1일이건 날짜가 아무 상관 없는 세월의 연속이었습니다. 시간의 흐름조차 잊어버린 것이었어요. 마구 세월이 흘러 다시 10년후, 지역은 캐나다로 바뀌었고 현재가 되었습니다. 지금의 이 비즈니스를 한지 벌써 4년이 훌쩍 넘어버렸는데 여기선 매달 25일이 그날이 아닙니다. 2주마다 직원들 임금 주는 날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그래도 여전히 한달에 한번 더 무서운 날이 찾아옵니다. 매달 1일은 4 개의 매장 렌트를 한꺼번에 내야 하는 날. 하지만 그것이 가장 무서운 날은 아닙니다. 가장 무서운 날은 바로.. 오늘입니다. 오늘 5월 1일. 4개 매장의 렌트가 왕창 자동으로 은행 계좌에서 빠져나갑니다. 거의 3만불에 달합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0명 조금 안 되는 직원들 임금 주는 주입니다. 직원들에게는 목요일에 실제 지급이 되지만, 은행에 자동 이체 데이터를 업로드하는 것은 오늘이나 내일 하게 되고 그 즉시 은행에서 가져갑니다. 늦게 보내고 싶은데 거래은행인 TD Bank 는 최소한 이틀전에 데이타를 보내는 것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 돈이 거의 1만불입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아직 가장 무서운 날이 아닙니다. 지난 1사분기, 즉 1월에서 3월까지 매출 올린 내역을 신고하고 세금(HST) 징수한 것을 모두 정부에 토해내야 하는 날이 바로 4월 말일인데, 어제가 일요일이었기에 오늘 5월 1일에 빠져나갑니다. 이것도 2만불이 좀 안 됩니다. 제 비즈니스는 현금 매출이고 신용카드 매출이고간에 100% 모두 신고하기 때문에 진짜 매출에 비해 좀 큽니다. 이걸 다 합하고 나니 우선은 한숨이 나오고, 다음은 공포가 밀려오고, 그리고는 허탈해 집니다. 농사 지어서 채워놓은 곳간이 휑하니 비게 되는 것처럼 느껴지지요. 이런 사연으로 해서… 한꺼번에 3가지가 겹친 오늘 같은 날은 비즈니스 하면서 가장 무서운 날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낑낑거리며 돈 벌어도 건물주와 정부와 직원들이 다 가져갑니다. 오늘과 내일 사이에 6만불 가까이 털립니다. 살떨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