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증상…

By | 2011-03-11

서너달 만에 공황장애가 100% 완치되리라고 기대하진 않았고 거의 평생 갈 수도 있는 장기전이 될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래도 금새 심한 증상이 다시 나타나진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기대가 깨졌다. 그게 공황장애, 불안장애의 진실인가보다. 두 달 가량 아무런 약도 복용하지 않은 채로 쾌적한 상태가 계속되었는데 사흘쯤 전부터 불면, 소화장애, 불안감이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오늘 아침엔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두통과 혼미한 정신, 이유 없는 불안감으로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어제 아침에는 가슴이 답답하고 숨찬 증세가 있었다. 정신적으로는 별로 심한 느낌을 받지 않았고 점심 식사를 하기 전에 이전보다 더욱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서 그걸 떨쳐버리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는 좋았다. 어제 오후 이후의 시간은 완전히 정상적으로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예 운동도 하지 못할 만큼 몸 상태가 안 좋다. 자전거 페달을 5 분쯤 밟으니까 몸이 완전히 맛이 가 버린다. 할 수 없이 운동을 중단하고 오후 시간으로 운동을 미뤘다. 오후에도 운동을 할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한다. 왜 다시 이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의심 가는 원인도 추측할 수 없다. 그냥 그게 올 때가 되어서 왔나 보다.
 
한번 밝은 쪽으로 바라보자. 예전에 최초로 공황을 맞이했을 때에 비하면, 오늘의 몸 상태가 그 때만큼 혹은 그보다 더 안 좋은 것 같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자세는 훨씬 나아 보인다. 이미 경험했던 것이고 그 동안 운동과 복식호흡, 스트레칭 및 이완 등을 계속 해왔기 때문에 그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이 되어있는 것 같다. 몸에서 느껴지는 증세보다 더 한 것을 스스로 만들어버리는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 마음을 추스르고 이런저런 방법을 쓴 것의 결과인가 보다. 아직 많이 남아있는 자나팜은 먹지 않고 두통을 없애기 위한 타이레놀 한 알만 먹었다. 한시간쯤 지나도 두통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조금 아까는 소파에 앉아서 잠깐 졸았다. 차분히 앉아서 복식호흡과 명상을 하고 가벼운 낮잠을 좀 더 자면 훨씬 나을 것 같은데 아직 그걸 못하고 있다. 몸 상태가 나아지면 운동을 하고 싶다. 땀을 뻘뻘 흘리고 싶은데 심장 느낌이 그리 안 좋다. 점심을 먹고 좀 쉰 다음에 시도해야겠다.
 
작년 말에 캐나다에 와서 한동안 가졌던 증세는, 일정 시간대가 되면 손발에 땀이 나고 차가워지면서 긴장감을 느끼며 혈압이 높아지는 것이었다. 그 외의 시간대에는 전혀 그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어제부터는 하루 종일 맥박이 많이 빨라지면서 수시로 손발이 차가워지면서 정신이 혼미해진다. 마치 최초에 공황 증세를 가졌던 약 열흘 간의 피크 기간처럼 말이다. 그런 기간이 다시 시작되는 것일까? 그때와는 다른 종류의 증세로 무장한 채 다시 찾아온 것일까? 한동안 고생 좀 할지도 모르니 만약을 대비한 각오를 좀 해야 할까 보다. 물론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대하지만…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던 어제와 그저께와는 달리 오늘 점심은 찬밥을 물에 끓여 먹었다. 반찬은 김치, 어제 남긴 닭고기, 그리고 멸치볶음. 그런데 점심을 먹자마자 바로 배가 아프면서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 이건 또 웬 시츄에이션..? 이모디움 두 알을 먹고 버티기 모드에 들어간다. 그나마 오후가 되면서 좀 정신이 들어서 차분히 복식호흡을 시작했더니 좀 안정된다. 아까 오전에 못했던 운동을 강하게 40분 동안 했다. 몸이 좀 더 가벼워진 듯 하다. 아직 뱃속은 좀 얼얼하지만 그래도 훨씬 낫다. 저녁은 최소한으로 가볍게 먹었다. 예전엔 아예 밥을 입에 넣지도 못했는데 이 정도면 완전히 양반 된 수준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때는 배가 아파서 화장실로 달려가는 일은 전혀 없었다. 그때는 위가, 지금은 장이 문제인가 보다. 며칠 이러다 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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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새로운 증상…

  1. 마루프레스

    걱정이군요. 블로그의 글을 읽기 위해 자주 찾아옵니다만, 지난번 공황장애 글을 읽고 퍽 놀랐습니다.
    이런 현상이 다시 나타난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길 바라고, 가족 모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 xaran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황장애, 불안장애라는 것이 단기간에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서 장기전으로 가야합니다… 건실한 생활자세를 유지하면 큰 문제없이 지낼 수 있는 정도가 되어서 이만하면 그냥 괜찮은 편이죠. 요즘에도 계속 양평 살고 계시죠? 저희 가족들 모두 양평 생활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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