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의미

By | 2010-10-16

내 시선이 멈춘 곳에 보이는 사물 하나하나마다, 사람들마다 모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의미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벌어진 일들, 태어나는 것에서 지금까지 살아오며 겪었던 크고 작은 일들도 마찬가지로 각각 의미가 있다. 내가 보고 만나고 얘기하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의 이런 내 모습과 정신을 만드는 데에 모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게 나의 의미고 또 나와 한 세계를 공유한 것들의 의미가 될 것이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호흡했던 공기 분자 가운데 몇개씩은 내 허파 속에 들어갔다 나왔을 것이다. 이것도 다 인연으로 간주할 수 있다. 좋건 나쁘건 인연과 우연, 그리고 나름대로의 의미가 묶여서 우리 개인들의 삶이 만들어진다.

그저께 오후부터 오늘 새벽까지 몸이 무척 아팠다. 가뜩이 가족과 멀리 떨어져서 혼자 지내고 있는 이곳에서 이처럼 몸이 아프다보니 별별 안 좋은 가능성까지 다 생각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만나게된 멀쩡한 내 몸뚱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 아파서 끙끙거리는 소리를 절로 낼 정도였는데 이제 더 이상 쑤시지 않는다. 너무도 쓰렸던 명치 부근도 멀쩡하고 불편없이 아침 식사를 잘 하기만 했다. 현재상태로 보아 다시 원상복귀가 된 듯하다. 아니, 그보다는 구형 몸뚱이를 신형으로 업그레이드한 느낌까지 든다. 이렇게 좋을 수가… 그만큼 어제의 고통이 심했던 까닭이다.

이런 고통스런 시간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예전에도 적지 않게 몸이 아픈 적이 몇번 있었지만 그땐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나이가 나이니만큼, 또 주변 상황이 맘편한 것만도 아니니만큼 나는 의미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애초부터 의미가 있을지 없을지보다는 내가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 그 의미가 나에 앞으로의 생활에서 어떤 영향을 갖게될지가 중요할 것이다. 요즘 많은 일들이 있고 이런 저런 새로운 경험들도 하고 있다. 많은 생각들을 하고 또 여러가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있을때 잘해”라는 말도 예전엔 ‘나’가 아직 네 옆에 있을 때 잘해 달라는 것으로만 단순히 들렸지만, 요즘엔 다른 뜻으로도 느껴진다. 가령, ‘너’가 아직 내 곁에 있을 때 내가 잘 해야 할텐데.. 아직 잘 할 수 있는 기회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을때’ 열심히 노력해서 그 기회를 살려야 할텐데.. 아직 정신과 체력이 멀쩡하게 ‘있을때’ 잘 살아야 할텐데… 같은 식이다.

유리창을 통해 멀리 산위의 도이수텝 사원을 비롯해서 이곳 치앙마이의 여러 모습이 보인다. 나에겐 모두가 의미있는 것이 될 수 있다. 아침 7시 전후에 시주를 위해 맨발로 도로를 걷는 승려들, 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 차를 운전해 가는 사람들, 그리고 관광객들까지도… 모두 그렇다. 보이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어도 내가 가는 곳,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에게서는 의미들을 찾고 싶다. 내 삶에 교훈을 줄 수 있고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의미. 나도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쪽의 의미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오늘 치앙마이의 아침 기온이 이제 제법 선선해졌다. 점점 지내기 좋은 계절로 들어서고 있나보다. 좋은 계절에 좋은 의미들을 깨우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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