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소년 코난 – 세대를 초월하다

By | 2009-04-30


그저께 오후에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숙제도 다 한 뒤에 심심해 졌는지 아들 녀석이 디빅스 플레이어를 켜고 그 안에 들어있는 영화파일을 훑어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틀어 보기 시작했다. 아들이 그걸 처음보는 것도 아니고 예전에 봤을 때에도 꽤 재미있어 했지만 이번엔 그때보다 더 집중한 채로 봐서인지 더욱 그 반응이 좋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와 그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미래소년 코난’에 대한 내 젊을 때 얘기를 듣곤 자기도 코난을 보고 싶다고 했다. 내가 대학 졸업후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오후 6시부터 매일 다시 방송해주던 코난을 보기 위해 아침마다 VCR 의 예약 타이머를 맞춰놓고 출근했다가 저녁때 퇴근해서 보곤 했다는 얘기를 듣고 더욱 궁금해졌나보다. ‘그렇다면야.. 내가 당장 구해주지~’ 아들내미는 만 13살이지만 인터넷을 통해 이런저런 영화받는 것을 그리 활발하게 하지는 않아서 이 몸이 구해줘야한다. 나 또한 내가 재밌게 봤던 TV 애니메이션인이었던지라 이 녀석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던것도 사실이다. 나우시키 이외에도 토토로, 마녀택급, 라퓨타 등등의 작품들을 모두 섭렵한 이 아이는 이제 코난으로 영역을 넓힐 때가 되었나보다.

그 다음날 아침, 밤새 켜놓은 컴퓨터에 26개 에피소드가 모두 다운로드되어 있었다. 한국에서라면 몇분 걸리지도 않을 일이지만 이곳 캐나다 런던에서의 낮은 인터넷 서비스 속도에다가 한국으로 연결되는 속도가 늦은지라서 초당 100 Kbps 가 조금 넘는 정도의 평균 파일 전송율 때문에 영화를 받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보통 밤에 다운로드를 시작시켜놓는다. 아파트 렌트 비용에 전기 요금은 무제한 포함되어서 컴퓨터를 켜놓는 것은 부담이 없다. 단지 인터넷 서비스가 한달에 60GB의 트래픽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아무 영화나 다운받지 않게끔 주의할 필요는 있을 뿐이다.

아들내미의 반응은? 무척 좋았다. 내가 처음 ‘미래소년 코난’을 시청할 때보다 오히려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여러 차례에 걸쳐 재방영을 했던 미래소년 코난을, 나는 20대 중반의 성인 나이에 처음 제대로 본 것이었는데 더 어릴 적에 봤다면 나도 더욱 재미있어 했을 것이다. 편수가 많아서 한번에 해치우지는 못하고 아들은 저녁때 두세 편, 아침 학교 가기 전에 한 편 정도를 봤다. 오늘 아침에 보고 간 에피소드에서는 코난이 라나를 구하기 위해 다이스 선장의 바라쿠다 호에 몰래 타서 소동을 벌인 끝에 실컷 얻어맞고 힘겹게 일을 하는 내용이었다. 파란만장한 스토리는 이제 겨우 시작 단계다.

‘미래소년 코난’이 만들어진 것이 언제냐는 아들의 질문에 대략 20년쯤 되었을 것이라고 대답을 했는데 TV 화면에서는 주제가가 나오면서 곧 1978년이라는 제작연대가 보였다. 자그마치 31년… 보통 30년을 한 세대라고 얘기하는데, 아들은 그 절반도 안 되는 나이이지만 코난의 제작시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요즘 기준으로 볼 때 좀 구질구질한 화질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재미있게 보고있다.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들은 그만큼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나도 아들과 함께 이걸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세대를 초월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겠고 어쩌면 실제로 고전의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도 같다. 아니면, 내가 나이에 비해 너무 어린건가? 나뿐만 아니라 다른 40대들 가운데에도 나보다 더한 사람도 가끔 보이는걸 보면 꼭 그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누구처럼 DVD 버전 전집을 출시 직후에 바로 주문하지는 않은걸 보니 말이야.

(사족) 다운받은 것이 일본판 원본에 자막 파일이 딸려온 것인데, 나와 아내의 귀에 익숙한 “푸른 바다 저멀리 새 희망이 넘실거린다” 로 시작하여 “달려라 코난 우리들의 코난 미래소년 코난”으로 끝나는 주제가는 없었고 처음 듣는 일본 노래가 들렸다. 주제가가 일본 원본과는 다른 곡이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주제가는 한국 버전이 훨씬 신나고 희망차게 들린다. 일본 원본은 너무 나긋나긋해서 코난이라는 이미지에는 별로라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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