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라더가 우릴 보고 있다

By | 2001-12-27

“도대체 이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찍힌 것일까?” 이건 필자 앞으로 날아온 교통법규 위반 통지서를 받고 내뱉은 말이다. 그 안에 프린트된 사진 속의 차는 필자의 차가 분명하고 운전석에 앉아있는 사람 또한 필자가 맞는데 도대체 그런 위반을 했다는 것이 기억나지 않아서였다.

차선이면 차선, 신호면 신호 모두 제대로 지키고 버스 전용차로 또한 위반한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데, 필자의 자동차가 위반을 했다고 한다. 그것도 며칠 사이에 비슷한 내용이 2장씩이나 날라왔다. 하나는 속도위반이고, 다른 하나는 휴일 고속도로 상에서의 버스 전용차로 위반이었다.

하긴 필자도 100% 완벽하게 준법 운행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의든 실수든 충분히 그런 일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도대체 과속하면서 머리 위쪽으로 속도위반 감시 카메라가 있었거나 경찰의 이동식 카메라를 ‘아차’하며 지나친 기억도 없다. 운전하면서 항상 속도계와 RPM 미터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감쪽같이 사진은 찍혀서 필자 앞에 놓여있다.

이미 시간이 위반 날짜로부터 3개월이나 지났으니 그때의 행각이 기억날 방도가 없다. 결국 카메라는 필자같은 운전자가 발견하기 어려운 곳에 설치돼 있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경찰관이 직접 위반 차를 세워서 지적을 하기라도 하면 뭐라고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으련만 이건 무슨 이유를 달 수가 없다. 이게 다 눈부시게 발전된 과학기술의 힘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속쓰린 일이다.

경찰로서도 사람을 직접 대하지 않아도 되니 편리하고 효율적일 것이다. 더구나 뇌물같은 것으로 그런 문제를 피해가려는 사람들도 모두 걸려들 것이니 훨씬 공정해진 감도 있다. 하지만 위반즉시 그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줘야 제대로 계도가 될 텐데 몇 달 후에나 통지를 하면 효과가 크게 줄어드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라도 안전한 교통 문화가 이룩된다면 그냥 감수하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일 수도 있다.

이렇게 카메라에게 당하고 보니 문득 주위를 돌아보게 되었다. 정말 요소 요소마다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도로말고도 대표적인 경우가 은행이다. 은행 안에서는 천정에 달린 동그란 검은 통 속에 달린 카메라가 도대체 몇 대인지 모를 만큼 많이 달려있다.

현금 자동 지급기 앞에서 돈을 찾으면서도 그 기계의 까만 아크릴 판 속에 있을 카메라를 상상할 때도 있다. 백화점의 귀금속 코너에 가면 또한 천정에 감시 카메라가 숱하게 달려있다. 엘리베이터에도, 지하 주차장에도, 사무실이 있는 빌딩의 로비 안에도 감시 카메라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이 들 때까지 얼마나 많은 수의 카메라에 우리의 모습은 노출돼 있는지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어찌 보면 조지 오웰의 ‘1984’라는 소설에 나온 것처럼 모든 행동이 빅브라더에 의해 감시되고 조종되는 모습을 가져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그런 양상은 미국 뉴욕의 빌딩 테러 사건 이후로 대중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이 힘을 얻으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몇년 전에 개봉한 영화 가운데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거기서는 모든 것을 감시하고 추적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한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최근에 계획되고 있는 어떤 프로젝트처럼 인간 몸 속에 반도체 칩을 심는 것이 가능해지고 또 그것이 실제로 활용된다면 그 영화 속의 이야기는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우리 사회는 이러한 이른바 ‘공공의 안녕’을 위한 카메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몰래 카메라라고 하는 괴상망측한 것도 어디서 음흉한 눈을 뜨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카메라뿐 아니라 도청이나 감청도 우리의 입을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혹시나 우리의 미래는 모든 일거수 일투족이 누군가에 의해서, 좋은 의도건 나쁜 의도건 감시되거나 엿보이는 세상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내가 속도 위반을 해서 카메라가 찍히는 것은 반대하지 않지만, 전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여전히 카메라는 그 위치에서 내 모습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은 좀 두려워진다.

과연 개인 사생활 보장과 공공의 안녕을 보장하는 것 사이에 어디에 금을 그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단순하게 속도 위반 차량의 조수석 사람 얼굴만 안보이게 지워주는 식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크리스마스가 지난지 며칠이 지났지만 옆에서 아들내미가 여전히 캐롤을 부르고 있다.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데요…(중략) 산타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데.” 세상 모든 어린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아는 산타 할아버지는 어쩌면 빅브라더의 원조격일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산타까지 의심(?)이 가면서 등이 서늘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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