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산업은 공해 유발 산업인가

By | 2001-01-28

지난 주에 썼던 Paperless Office의 허상에 관한 이야기는 IT 기술 발전이 결코 종이의 원료가 되는 나무를 보존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원래의 이상과는 달리 종이의 소비를 늘림으로써 쓰레기 양만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 보면 IT 산업의 발달과 이에 편승한 컴퓨터의 대중화는 겉보기와는 달리 더욱 심각한 공해를 유발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컴퓨터의 대수는 작년 초 기준으로 대략 3억 6400만 대에 달한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1990년에는 약 1억 대였고, 1995년에는 2억 2000만 대 정도였다고 하는데, 최근에 PC 수요가 조금 주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증가율이 꺾일 것 같은 징조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작년과 올해를 합해 총 3억대의 PC가 시장에서 더 판매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한편, 이제까지 수명이 다 했거나 혹은 업그레이드라는 명분으로 버려진 컴퓨터는 몇 대나 될까. 그에 대한 통계는 찾지 못 했지만 최소한 1억 대는 훨씬 넘을 것이다. 그것들은 지금 어디에 가 있을까. 그리고 그 가운데 얼마나 재활용 됐을까.

미국의 경우 1년에 최소 600만 대에서 1300만 대에 달하는 컴퓨터들이 사용연한이 다 되는데, 이 가운데 오직 10% 정도만이 재활용 내지는 재사용 될 뿐, 75%는 사용되지 않은 채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15%는 쓰레기 매립장에 버려져 다른 쓰레기와 함께 파묻혀지고 있다고 한다.

컴퓨터에 반드시 따라다니는 모니터는 어떨까? 레이저 프린터 토너와 잉크젯 프린터 카트리지 등은 또 얼마나 많은 양이 버려지고 있을까? 업그레이드되고 남은 하드디스크나 기타 주변기기, 혹은 쓰이지 않고 버려지는 CD-ROM과 디스켓들은?

필자는 CD-ROM의 경우 잡지 부록이나 각종 행사 등에서 워낙 많이 뿌려대 되도록이면 집에 들여놓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책상 옆에 잔뜩 쌓여 버려질 날만 기다리고 있다.

좀 오래된 조사 내용이지만 1995년 한 해에 미국에서 판매된 레이저 프린터 토너의 수는 약 5500만 개이고, 이 가운데 30%만 재활용 됐다고 한다. 토너를 포장하는 종이와 비닐 등도 엄청날 것인데 이것들도 역시 재활용되지 않고 그냥 버려진다.

이번엔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전기 소모량을 생각해 보자. 컴퓨터의 동작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력 소모는 당연히 비례해 올라간다. 필자가 집에서 쓰는 450MHz 펜티엄 III 컴퓨터는 대략 90와트의 전력을 소모하는데, 회사에 있는 750MHz 펜티엄 III 컴퓨터는 더 전력을 소모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사용되고 있는 모니터의 평균 크기는 해가 갈수록 커져 왔는데 전력 소모도 역시 비례한다. 14인치 모니터보다는 17인치 모니터의 전력 소모가 더 크고 19인치, 21인치 등으로 화면이 커지면서 전력 소모는 함께 커진다. 필자가 지금 보고 있는 17인치 모니터의 전력 소모량은 120와트라고 뒷면 라벨에 적혀있다.

또한 하드디스크의 내부 회전 속도가 5400RPM인 것보다는 7200RMP인 것이 더 전력 소모가 크다. 컴퓨터 전체적으로는 그 전력 소모의 증가율이 더 가파른 셈이다.

여기 한 가지 재미있는 계산치가 있다. 2메가바이트의 데이터를 만들고, 가공하고, 저장하고, 이동시키는 데에는 약 1파운드 가량의 석탄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소비된다. 일반적인 개인용 컴퓨터와 주변기기는 일주일에 12시간 켜져 있다고 가정할 때 1년에 1000킬로와트의 전력을 소모한다.

세계적으로 3억 6000만대의 컴퓨터가 있다고 하면 그 전력 소모량은 엄청나다. 그리고 그 전력 중에 상당 부분은 아무 의미없이 단지 컴퓨터가 켜져있음으로 인해 소모되고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전력을 만들기 위해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 등에서 더 공해가 유발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컴퓨터를 구성하는 CPU, 하드디스크, 메모리, 케이스, 마더보드, 모니터, 주변기기들을 만들면서 배출된 오염 물질은 또 얼마나 될까.

지금 필자의 집에 쌓여있는 컴퓨터 관련 고물들을 찾아보면 하드디스크 서너 개, 비디오 카드도 서너 개, 키보드와 모니터도 마찬가지고 기타 주변기기는 당장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이들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이걸 가져가서 쓸 사람이 마땅치 않고 결국은 버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컴퓨터 운영체제와 각종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하드웨어의 사양은 나날이 높아만 가고 그에 따라 컴퓨터도 계속 업그레이드 돼야 하며 사용되지 않으면 쓰레기장으로 가는 양도 계속 많아질 것이다. 정보화의 이름 아래 컴퓨터가 더욱 널리 사용되면서 IT 산업은 공해를 유발시키는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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