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참 이상해요

어른들은 참 이상해요..
부모님이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사 오면서 저에게 하시던 말씀이.. 한국에서는 네가 너무 학교니 학원이니 치여서 도저히 안되겠으니 캐나다로 가자, 가서 공부에 부담갖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면서 재밌게 살자꾸나. 그래서 친한 친구들 다 떠나고 할머니 할아버지 다 이별하고 캐나다에 왔는데.. 그런데, 어저께 갑자기 엄마가 그러셨어요. 학교를 프렌치 이머젼으로 옮길거라고. 이게 다 네 장래를 위한 거라시네요. 나중에 여기서 든든한 직장, 특히 공무원 잡을 얻고 싶다면 프렌치도 해야 한다고요. 저는 아직 영어도 잘 못하고 ESL 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데 너무 힘들어요.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영어와 불어를 따라가기 위해서 따로 튜터를 부를거라고 하시네요.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안 하셨는데 다른 아줌마들이랑 친하게 지나기 시작하면서 그 아줌마들이 말하는 대로, “애들 망치려고 하냐” “여기 학교에선 공부를 너무 안 시켜서 그냥 놔두면 애들 망가진다”라는 말들에 맘이 움직이셨나봐요.

어른들은 참 이상해요..
한국에서 친구들도 많았고 매일 재미있게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갑자기 캐나다로 떠나자고 하셨어요. 저는 죽어도 싫다고 울고불고 했는데 엄마는 저보고 네가 한국 교육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몰라서 그런다고, 캐나다에 가면 얼마나 더 재밌는지 몰라서 그런다고 캐나다는 어린이의 천국이라고 하시면서 저를 캐나다로 데려왔어요. 처음에 와선 영어도 안되고 친구들도 없고해서 또 엉엉 울며 지냈어요. 이제 시간이 가고 간신히 친구들도 사귀어서 살만하다 싶으니까 엄마가 또 너 지금도 한국 돌아가고 싶니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죽어도 싫다며 또 울고불고 했어요. 그랬더니 엄마는 저더러 “거봐라 캐나다가 역시 한국보다 더 좋지? 그래서 한국 가기가 그렇게 싫은거지?” 라고 웃으시며 말씀하시네요. 저는 또 새로운 곳에 가서 친구도 없이 지내기가 싫은것 뿐인데 엄마는 자꾸만 자기 식으로 해석하시네요. 저는 한국에서도 똑같이 친구들을 떠나기 싫었고 지금도 똑같이 새로 사귄 친구들을 떠나기 싫은 것 뿐이에요.

어른들은 참 이상해요..
애들은 금새 다 적응 잘 해요라고 하시는데, 제가 학교에서 보면 3년째 ESL 과정에 머무르고 있는 아이들도 있어요. 너희 엄마들은 걱정 안 하니라고 물어보니까 얘들이 “우리 엄마는 맥도날드 함께 가서 내가 영어로 주문하는걸 보고 내가 영어 실력이 엄청 좋은데 학교에서 그걸 몰라주고 ESL 에서 안 빼준다고 생각해” 라고 하네요. 어른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 같은 애들도 캐나다에 오면 적응할 때까지 참 힘들고 스트레스 엄청 받아요. 왜 애들에겐 다 쉬운 일이라고 단정하실까요? 어른들보다 일찍 배우긴 해도 우리도 정말 힘든데 말이에요.

어른들은 참 이상해요..
캐나다는 다인종 다문화 사회이고 인종차별이 많지 않아서 우리가 이민을 온 것이다라고 부모님이 말씀하셨어요. 우리는 그 정신을 배워서 평등한 사회, 인종 차별 없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고요. 그런데 저보고 결혼은 꼭 한국인이랑 하면 좋겠다고, 하시네요. 저도 그러면 좋겠다고 지금은 생각하지만, 그런데 나중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만인이 평등하고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래도 결혼은 같은 인종하고 하라고 하시니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그냥 사랑하는 사람하고 결혼하길 바란다고만 하시면 안 될까요?

어른들은 참 이상해요..
다른 한인들 가정 얘기를 하시면서, 그 집 아들은 의대에 진학했다고 애 참 잘 키웠다느니 이민 성공사례라고 말씀하세요. 또 다른 집 아이는 프렌치 이머젼 학교에 입학시켰더니 좋은 성적을 받고 학교 잘 다니고 있다며 탁월한 선택이었느니 뭐니 하시고요. 그런데 다른 집 아이들은 그냥 조용히 학교 다니고 유명 대학에 입학하지도 않고 의대 법대에 가지도 않으면 별 말씀을 안하세요. 캐나다엔 직업 차별 없어, 학력 차별도 없어, 우리도 차별 하지 않아.. 라고 하시는데 그게 잘 안 믿겨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직업전선에 뛰어든 어느 집 아들 얘기를 하시면서는 한숨을 쉬면서 말씀하시더라구요. 너는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잘 가라고요. 그 직업전선에 나아간 사람은 자신의 꿈을 찾아 직업을 선택했을 수도 있을 것 같고, 또 학교가 적성에 안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대학이 인생에 필수도 아닌 것 같은데 제 생각이 잘 못 됐나요? 우리 부모님은 자식에 관해서 너무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것 같기도 해요..

어른들은 참 이상해요..
저보고는 영어를 빨리 익혀야 한다고 일부러 한국사람이 적은 학교를 찾아서 입학시키고 캐나다에 새로 온 한국아이들 사귀지도 말라고 하시면서 부모님은 왜 한국교회 다니고 한국사람들만 만나고 한국 TV 드라마와 쇼프로그램을 매일 챙겨보시는가요. 캐나다 온지 10년 20년씩 된 아저씨 아줌마들이 아직도 영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은걸 보면 저도 우리 엄마 아빠가 그렇게 될까봐 걱정이 되어요. 왜 맨날 주류사회 주류사회 하면서 왜 노력을 안 하고 “우리 1세대는 어차피 안돼..” 라고 포기해버릴까요? 그런데 주류사회가 뭔가요? 암만 생각해도 그게 뭔지 모르겠어요. 엄마 아빠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몇십년을 살았는데 한국에서 주류사회에 소속되어 있던걸까요? 주류사회는 캐나다에만 있고 한국엔 없는걸까요? 주류사회가 정말 어떤걸까요?

아마 제가 아직 어려서 그런가봐요. 저도 크면 이해하게 되고 또 똑같이 내 아이들에게 같은 얘기, 같은 행동을 하게 되겠죠? 그래도 아직은 좀 이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