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잡자 쥐를 잡자.. 다람쥐

By | 2018-06-16

매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문자를 보냈다. “Chipmunk 가 들어왔어요!” 그게 어떻게 매장 안으로 들어온 걸까 싶지만 몇년전에는 다른 매장에 박쥐가 들어온 적도 있었으니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직원이 얼마 뒤에는 아예 사진도 찍어서 함께 전송해왔다.

Chipmunk.. 칩멍크.. 이걸 한국말로 다람쥐라고 불러야 하나? 다람쥐라고 하면 바로 생각나는 영어단어는 Squirrel 인데? 그러면 Chipmunk 는 그냥 칩멍크라고 부르나? 하지만 한국에서 우리가 다람쥐라고 부르는 그 녀석들은 형태상으로 이곳 캐나다에서 Chipmunk 라고 부르는 것과 흡사한데? 오히려 한국의 청설모가 여기의 Squirrel 과 닮은 것 같은데 말이지. 동요에서 “산골짝의 다람쥐 아기 다람쥐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고 하는 다람쥐는 Chipmunk 가 맞을 것 같다. Squirrel 은 도토리 점심이 영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튼 둘 사이의 관계는 사촌지간인듯하고 모두 설치류임엔 분명하다. 칩멍크보다 다람쥐가 훨씬 더 덩치가 크다는 것은 예전에 봐서 알고 있는 사실이고. 어쨌든…

내 비즈니스의 매장 크기는 4천 스퀘어 피트 정도 되어서 꽤 넓은 편인데 작은 방이 거의 20개가 있고 방방마다 장비가 들어가 있어서 숨을 공간이 매우 풍부하다. 이 칩멍크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면서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곤 한다고 해서 저녁 무렵되어 이 녀석을 잡으려고 출동을 했는데… 크게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완벽한 실수였다. 덩치는 조그만 새앙쥐만한게 상상을 초월할만큼 빠른 것이었다. 나랑 눈이 마주치는 순간 즉시 모습을 감추는 것이 순간적으로 시속 백킬로의 속도쯤 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매장 전체를 돌아다니며 수색하고 발견하고 또 놓치기를 몇번 되풀이하다보니 기운이 빠져서 그날은 사냥을 포기해버렸다.

그 뒤로 이삼일 정도는 다른 일을 하느라고 칩멍크 사냥을 재개하지 못했는데 직원 중 한명이 철창 비슷한 덫을 집에서 가져와서 스태프 룸 안에 설치해서 포획을 시도했다. 덪 안에는 칩멍크가 좋아하는 땅콩을 미끼로 넣어줬단다. 하지만.. 어찌된 연유인지 칩멍크가 땅콩만 실컷 먹고 나갔는데도 덫의 출임구가 닫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직원들이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몇몇 고객들도 아직 안 잡았느냐고 물어오기 시작했고 그중 한명은 시청에 위생 불량 업소로 신고하겠다고 위협을 하기까지 한다.

Wild Animal Removal 업체를 인터넷 검색해서 몇개 찾아냈다. 전화를 걸었더니 어떤 짐승이냐고 물어서 “Chipmunk” 라고 대답했더니 그쪽 대답이 “We don’t deal with chipmunks. They are so fast and it’s very hard to catch them” 이다. 내 매장으로 출동해서 바로 잡아줄 수 있는 그런 짐승이 아니란다. 그러면서 쥐덧 같은걸 구입해서 직접 잡아보는게 나을 거라고 한다. 돈 주고 서비스를 사겠다는데도 안되는게 이 칩멍크다.

할 수 없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홈디포를 방문해서 철창 방식이 아닌 다른 종류의 쥐덫을 두 가지 구입했다. 쥐덫에 다람쥐가 걸려들까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일단은 새앙쥐나 다람쥐나 다 쥐 – 설치류 – Rodent 들이라 비슷한 습성을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선택한 방법이다.

위 사진에서 오른쪽은 미끼 냄새를 맡고 상자 속으로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게끔 만들어진 함정이다. 일단 잡히면 밖으로 가지고 나가서 뚜껑을 열고 산채로 놓아줄 수 있다. 그 안에는 미끼로 땅콩버터를 발라놨다.

그리고 다른 장치 하나는 미끼 냄새를 맡고 들어오면 바닥의 전극에 발을 디뎠을 때 고전압으로 감전사시키는 것이다. 사실 이건 최후의 수단으로 구입한 것인데 인도적인 방법을 통해 산채로 사냥하는 것이 실패할 때를 대비한 것이다. 유인 방식은 첫번째 것과 비슷하게 내부에 땅콩 버터같은 미끼를 바르는 식이다. 이건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을 유지한채 설치해야하고 또 실제로 잡게되면 그것도 비밀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비인도적인 방법이니 뭐니 말이 많을테니까.. 그런데 감전사면 안락사 아닐까..? 나는 비즈니스를 운영해야 하고 이놈의 짐승을 잡지 못할 경우에 곤란한 상태에 이르는걸 피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을 써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후의 수단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처음에 설치했던 철창형 덫을 다시한번 사용해 보기로 했다. 새로 구입한 장치를 설치하면서 약간의 의문이 들었는데, 왜 칩멍크가 들락거렸는데도 덫의 입구가 닫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덫의 내부에 있는 방아쇠 역할을 하는 발판을 살짝 건드렸는데.. 문이 안 닫힌다. 이건 문제가 있다. 아마도 이 덫은 일반적인 Squirrel 이나 Rat 같은 크기의 동물을 잡는데에 최적화된게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면 칩멍크처럼 조그만 동물의 무게는 입구를 닫게 만드는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하기엔 너무 가벼운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그 구조를 잠시 살펴본 뒤에 방아쇠 역할을 하는 금속 막대기를 최대한 민감하게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해결방안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 금속 막대기의 끝 부분에 입구 문의 걸림쇠를 최대한 살짝, 아슬아슬하게 닫히기 직전 상태로 올려놓는 것이었다. 실험을 해보니 약간의 충격에도 철창의 문이 닫히는게 확인되었다. 시간은 밤 10시. 이 상태로 덫을 설치하고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아침, 매장 오픈 시간 전에 들어가서 덫을 확인한 결과는 아래 사진이 잘 보여준다.

이 녀석은 덫에 갖힌 상태에서도 정말 정신없을 정도로 빨리 움직인다. 이왕 철창 속에 가둔 상태니까 한동안 먹이도 좀 주고 관찰을 할까.. 아니면 집에 가져가서 가족들을 보여준 다음에 풀어줄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동안 너무 정신적으로 피곤하게 만든 녀석인지라 빨리 내 눈 앞에서, 내 비즈니스 현장에서 없애버리고 싶었다. 덫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서 큰 나무 아래에서 철창 문을 열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허탈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