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일기

By | 2018-01-09

겨울이 오고 눈이 계속 내리면서 습관이 된 행동, 아침에 일어나면 거실 버티컬을 열고 밖을 내다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도 열어보니 역시나 어제 치워놓은 위로 눈이 또 쌓였다. 눈은 끊임없이 오고 있다. 지난 2년간의 겨울은 춥지도 않고 눈도 별로 안 왔었는데 올해는 겨울이 작심하고 밀린 임무를 하고 있는듯 하다. 창을 열고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살피다보니 지붕에 눈이 계속 쌓이다 못해 처마 밖으로까지 밀고 나왔다.

젖은 눈이 아닌 파우더 스노우인데도 저렇게 뭉쳐 있을 수 있구나.. 한낮에도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간 적이 없으니 눈이 녹을 일이 없어서 고드름은 생기지 않았다. 이 집의 지붕 안의 구조와 단열이 잘 되어 있는 증거다. 눈이 녹을 날씨가 아닌데도 고드름이 잔뜩 만들어진다면 그건 지붕을 통해 상당한 열기가 손실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직은 아침 식전이라 일단은 내린 눈 위에 눈삽을 꽂아 놓았다. 이따가 멍멍이가 놀러 나갈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휴대폰으로 매장들 실내 온도를 점검한다. TF3 (3호점) 에는 건물 옥상에 2 개의 RTU (Roof-Top Unit) 공조기가 있는데 1 대는 원래부터 고장이 나 있던것 이고 다른 1 대만 가지고 냉난방을 해 오고 있었는데 열흘 전 쯤에 이게 고장이 나서 전혀 난방을 못 하고 찬바람만 내 보내고 있었다. 밤에는 기온이 -24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실내 온도는 거의 영상 10도 가까이 내려갔다. 그래도 영하로 떨어지지 안는게 다행이라고나 할까.

항상 그래왔듯이 옥상으로 올라가서 직접 고치려고 시도해 봤지만, 이번 경우엔 내가 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상태였다. 업체에 연락을 해봤지만 그들도 바쁜지 별로 대응을 안 해주다가 간신히 며칠전에서야 수리가 되었다. 바로 그 다음날부터 불어닥친 눈폭풍… 하루만 늦었어도 옥상으로 올라가는게 어려워서 수리를 못 했을 수도 있었을게다. 역시나 이것도 타이밍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경우다. 온도를 보니 프로그램한 대로 정상 동작중이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매장 실내 온도는 매일 수시로 체크해야한다.

격주로 오는 Payday. 이번 주도 그 날이다. 항상 부담스러워지는 날. 돈이 지불되는 것은 목요일이지만 오늘 준비를 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매장들 컴퓨터에 연결해서 Shift Data 를 뽑는다. 파일들을 모두 모아서 결합하고 정리하고 회계 프로그램에 입력해서 CPP, EI 등이 계산된 데이터를 받은 뒤에 그걸 거래 은행이 요구하는 규격에 맞게 만들어 페이데이 이틀전까지 업로드한다. 예전에는 이 과정에 상용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썼는데 버그 때문에 수작업으로 고쳐야 하는 시간이 많이 들어서 아예 내가 코딩해서 몇년째 사용하고 있다. 매장이 한곳이고 직원이 한 두명이면 그냥 수작업으로 간단히 할 수 있어도 4곳에 거의 20명 정도가 되면 최대한 많은 부분을 다 컴퓨터로 처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혼자 처리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돈주고 시킬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이렇게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쓰다보니 이제 매장용, 그리고 내 관리용 프로그램 만들어 쓰고 있는게 거의 20개 정도 되는 것 같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소프트웨어를 몇 개를 사야 하고 또 외주를 주거나 사람을 써야 해서 매년 1~2 만불 이상을 들어갈텐데 그래 가지고는 이 스몰비즈니스를 운영할 수가 없다. 그래서 밤새 프로그래밍을 해서 만들고 또 필요에 따라서 계속 코드 수정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올해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이 14불로 인상되었는데 이번에 급여를 줘야하는 기간에서 첫 주는 2017년, 둘째 주는 2018이다. 게다가 커미션도 지불할 시점이고 국경일이 끼어서 Holiday Pay 까지 주려면 이게 꽤 복잡해지는 상황이 되었다. 회계 담당인 아내는 또 오늘 밤 늦게까지 급여 계산하느라 일하게 되겠다. 정책 정하는 사람은 그냥 쉽게 1월 1일부터~ 라고 하면 그만이지만 실제로 처리하는 사람 입장에선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다. 회사 Bookkeeping (기장 업무) 하고 있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그것도 비용이 부담되고 시켜봤더니 실수가 너무 많아서 어차피 손을 다시 대야하기 때문에 그냥 직접 하고 있다.

식빵과 계란과 커피로 아침을 먹고 Winter Break 이후 첫 등교하는 작은아이 도시락을 싸줘야 하는데 별 아이디어가 없다. 주구장창 만들어줬던 샌드위치는 요즘엔 싫다고 하고, 볶음밥 싸기엔 재료가 부족하고, 항상 그랬듯이 어제 저녁 충분히 만들어 먹은 저녁 음식을 싸주려니 그건 또 점심으로 보내긴 그렇고.. 고민하고 있는 제 아빠를 보고 아이는 그냥 밤과 함께 고추 참치 캔을 가져가서 해결하겠다고 한다. 좀 부실한 듯 하지만 지금 더 나은 옵션이 나오지 않으니 할 수 없다. 그래도 내일 화요일은 Hot Lunch 가 나오니까 도시락을 안 싸도 되어서 한숨 돌리겠지. 수요일, 목요일은 다시 도시락을 싸야 하는데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집의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업무를 처리하고 나가서 점심을 먹고 3호점에 가서 매장 입구에 쌓인 눈을 치우고 조명 고장난 것을 고치고 2호점으로 이동하려는데 1호점에서 일하는 여직원에게서 문자가 왔다.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집에서 나갈 수가 없다고… 그래서 3시부터 근무해야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이렇게 급작스럽게 못 나온다고 하면 다른 방도가 거의 없다. 나 또는 아내가 직접 가서 때워야 한다. 요즘엔 이런 경우가 너무 잦아져서 난 거의 매주 땜빵을 하고 있다. 지난 주에는 이틀 연속이다. 사실 예전에는 이게 달갑지 않은 일이었는데 이번에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기꺼이 하게끔 내 마음 자세 바뀌었다. 자칫하면 살아남지 못 한다는 각오를 하면서 한푼이라도 세이브해야 되니깐.

6시간 동안 서서 일을 한 뒤에 밤 9시에 매장을 닫고 집으로 와서 저녁을 먹고는 오래 못 버티고 뻗어버렸다. 역시 나이는 못 속인다. 책상위에는 작업해야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이것도 다음날로 또 미뤄진다. 이렇게 하루는 지나가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