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스쿨버스엔 안전벨트가 없다

By | 2017-07-01

  

캐나다에 이주해 와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 스쿨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집이 인구 집중 지역의 학교 인근에 있다면 통학 거리가 멀지 않아서 흔히들 걸어서 통학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곳의 스쿨버스 시스템에 대해 알게 되지 못하는 것이죠. 하지만 스쿨버스에 태워서 등하교 시키는 부모님들이나, 혹은 아이들이 소풍이나 견학같은 외부 행사에 참여하게 되면서 일반적인 스쿨버스에 안전벨트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럴 때의 우리가 보이는 반응은 “어째 안전 분야에서 선진국인 캐나다에서…?” 정도가 됩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주변에서 “캐나다의 스쿨버스는 워낙 튼튼하게 만들어서 그렇대요”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또는 학교나 다른 곳으로부터 “차량 사고가 났을 때 만약 화재가 발생하면 안전벨트 때문에 탈출을 못할 수 있어서 아예 그걸 설치하지 않는다”라는 설명도 듣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풀사이즈 스쿨버스가 아닌 소형 스쿨버스는 안전벨트가 의무사항이란걸 알게 되면 또 다시 머리속이 혼란스러워집니다. 잡생각이 많은 저로서는 이도 저도 확신이 안 가는 얘기들 뿐입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공부를 좀 해봤습니다.

유력지에서 스쿨버스의 안전벨트에 대해 다룬 기사를 읽어봤습니다. “Why don’t kids have to wear seat belts on school buses?” 질문에 대해 캐나다 연방 교통국에서의 답변은 “They’re still safer than in an ordinary car with seat belts” 랍니다. 왜냐하면? 이른바 compartmentalization, 즉 좌석시트 등받이에는 패딩이 되어 있고 그게 아이들 앉은 키보다 훨씬 높고 촘촘히 배치되어 있어서 충돌사고가 발생했을 때에 아이들이 보호해준다는 설명이군요. 마치 유리 그릇을 팔 때는 포장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현재의 스쿨버스 운영 시스템 상에서 사고발생률과 다칠 확률이 일반 승용차로 학교 가는 것보다 훨씬 낮아서 그렇다라고… A child is 16 times safer riding to school in a school bus than riding to school in a family car.

https://www.theglobeandmail.com/globe-drive/culture/commuting/why-school-buses-dont-need-seatbelts/article23175936/ 

저로서는 여전히 납득이 잘 안 갑니다. 사고 발생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겠죠. 다른 차량 운전자들은 다들 스쿨버스 주변에서 운전할 땐 조심하는 경향이 강하고 학생들이 승하차 할 때 양쪽 차선 모두 멈춰서 상황 해제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죠. 그리고 사고 발생시의 사망, 부상 확률이 낮은 것도 당연한 것입니다. 일단 기존의 일반 스쿨버스 (차 앞부분이 튀어나온) 는 상용 트럭의 차체 위에 뚜껑을 씌워 만든 것이라고 하니까 그렇고,  버스 차체가 높으니까 다른 승용차들이 스쿨버스를 받으면 아이들이 앉아있는 차내의 바닥보다 더 낮은 부분과 충돌이 될테니까요. compartment 화를 통해서 신체를 보호한다는 것도 말은 되구요.

하지만 자동차 사고는 꼭 다른 차량과의 충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거꾸로 뒤집히는 전복 사고, 도로 위에서 구르거나 낮은 곳으로 떨어지면서 회전하게 되는 사고가 발생할 때에는 그 compartmentalization 이란게 아무 소용이 없어집니다. 가장 무서운 것이 회전의 힘에 의해 아이들이 창문을 통해 밖으로 튕겨나가는 사태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좌석과 좌석 사이에 끼이게 될 가능성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그런 사고가 발생하면 오로지 안전벨트외에는 대책이 없는게 거의 확실해 보이는데 왜 안전벨트를 채택하지 않을까요? 

이것저것 더 읽어보고 자료를 찾아보고 내린 결론은, 역시나 ‘돈’ 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작이 확실한 안전벨트를 그 많은 스쿨버스에 다 설치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고 그로 인한 예산 부족의 결과로 스쿨버스의 보급률이 훨씬 낮아지게 되어 그 혜택을 받던 학생들이 못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죠. 게다가 안전벨트를 설치하면 같은 크기에 차량에 탑승 좌석수가 줄어드는 문제도 있답니다. 일반 차량의 안전벨트 관련한 것은 교통국의 할 일이지만, 스쿨버스는 각 교육청의 고유권한이랍니다. “스쿨버스에 안전벨트를 설치하면 운전기사의 할일이 많아져서 주의가 산만하게 되고 한명이라도 벨트를 안 맸을 때 운전기사에게 벌금이 매겨질 수 있다”라는 식의 당국의 설명은 별 의미없는 변명같이 들립니다. 저는 안전벨트가 있어야 한다는 쪽에 한 표를 던질랍니다.

캐나다에선 별 움직임이 없는 것 같은데 미국에선 스쿨버스에 안전벨트 설치하는 규정이 강화되는 것 같습니다. 2011 년부터 이미 새로 생산되는 4.5톤 이하의 소형 스쿨버스에는 3점식 안전벨트가 의무화되었답니다. 그리고 대형 고속버스 스타일의 스쿨버스의 신차에도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하는군요. 물론… 기존의 그 많은 트럭 스타일 스쿨버스엔 해당이 안 된답니다. 이런 움직임에 가장 앞장선 곳은 캘리포니아주로서 벌써 거의 모든 사이즈의 스쿨버스에 안전벨트 의무화를 추진했다고 합니다. 물론 ‘예산’ 문제로 인해서 보급률은 크게 낮다고는 하지만요.. 어쨌든 그런 움직임이 있고 캐나다는 주로 미국의 시스템을 쫒아가는 편이니까 그런 규정이 조만간 거론되긴 하겠지요. 물론 워낙 느리게 움직이는 캐나다 시스템이라 세월이 좀 먹도록 기다려야할지도 모르고 그러다 보면 자식이 아니라 ‘손주’들이 학교 다닐 때쯤이나 되어야 적용이 될 수도 있겠네요.

참고로 스쿨버스용 안전벨트를 생산하는 어느 업체 (www.safeguard4kids.com)가 만든 동영상을 소개합니다. 제가 관심 있어하는, 스쿨버스의 Rollover 시에 안전벨트 유무에 따른 차이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