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By | 2017-06-14

어느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캐나다 공립학교는 어디나 다 똑 같습니다. 똑같은 커리큘럼에 똑같은 규정에 똑같이 교육 받은 교사들이 가르치기 때문에 어디가 좋고 나쁘거나 다를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강변하시더군요. 너무 강한 어조로, ‘넌 그런 것도 모르냐’ 라고 다그치는 것 같이 얘기를 해서 그냥 암말 않고 무시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학교를 잘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는 중이었거든요. 그분은 그저 캐나다 런던에 오신지 6개월쯤 되신 어느 학부모셨습니다. 어차피 뭔가 논의를 하려고 저희 가족 얘기를 꺼낸다고 해도, 즉 저희가 여기 런던에서 아이들 유치원, 초등학교, 고등학교 모두의 입학과 졸업을 경험했고 공립학교도 7 개 정도 겪어봤고 큰 아이 대학도 입학해서 다니게 된 경험과 취업과 비즈니스 운영 등 경험과 살고 있는 햇수를 얘기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 같더군요. 그저 “난 다 잘 알고 있다”, 혹은 “난 똑똑해서 잘 안다. 당신들은 뭘 모른다”라는 식으로 얘기가 돌아갈 것 같았습니다. 그럴땐 그냥 “아, 그런가요.. ” 정도로 끝내야지요.

10년, 20년, 혹은 그보다 더 오래 사신 한인 분들도 많은데 온갖 험난한 이민 생활을 겪으면서 산전수전 다 겪으신 분들도 많은데 저희 가족같이 10년이 좀 안 되는 사람들이 뭘 더 많이 알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분들도 가끔씩 한 마디씩 하십니다. “요즘에 한국에서 막 도착한 사람들이 캐나다에 대해, 런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 같애요”, “학교, 학군, 쇼핑몰, 길 이름 같은 것도 다 알고 오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요”, “인터넷에 정보가 넘친다면서 오히려 우리를 가르치려고 해요”… 네, 그런 느낌을 저도 자주 받습니다. 영국 런던도 아니고 토론토도 아닌 이 캐나다 런던에 대한 정보는 그다지 많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인터넷을 통해 이것 저것 주워듣고 배운 것이 작지 않은 것을 말이죠. 런던이 또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잖습니까. 사실 6개월쯤 살다보면 큰 길 이름은 다 머리 속에 들어가고 사회 시스템도 대략 눈에 보일테니 이제 자신은 캐나다 런던에 대한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게 되는거지요.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애를 한번 낳아 기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남 앞에서 ‘육아전문가’ 티를 내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제 할머니들처럼 8 명씩 출산하시고 나이 들어 다른 젊은 임산부 애를 받아주기도 했던 그런 분들은 아닙니다. 역시나 인터넷과 각종 육아 비디오, 그리고 의학박사 누구누구의 육아비법 같은 책자를 통해 전문가로 거듭난 분들입니다. 저는 아이를 둘 밖에 안 키워봤기 때문에 사실 육아에 대해 아는게 그리 많진 않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 다양한 책자, 심지어는 해외 원서까지도 읽으면서 육아 정보를 얻으려고 했고 또 나름대로 열심히 아이들을 키웠지만 20 여년이 지금까지도 내가 정말 너무도 몰랐구나, 그때 이런걸 알았다면 지금의 이러저러한 문제는 없었을 수도 있었는데… 라는 아쉬움을 느끼곤 합니다. 책으로도 안 되고, 인터넷으로도 안 되는 것들이 정작에는 가장 중요한 사항들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경험이 쌓여가면서 반 세기쯤 살게되면 어지간해서는 조금씩이라도 ‘내가 모르는게 많구나’ 혹은 ‘내 생각이 다 옳은 것은 아니지’ 라는, 일종의 겸손함이랄까 또는 조심스러움이 몸에 나타납니다. 그 전까지는 독불장군이기 쉽죠. 저도 ‘천상천하 독야청청’ 식으로 살았다고 기억됩니다. 그걸 반성하는 시절이 되고보니 이젠 내 자신이 뭔가 주장을 하거나 남에게 알려주는 말이나 글을 쓰게 될 때에는 백그라운드 체크 같은걸 하는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무심코 한 말이 누군가 손해를 입거나 올바른 정보가 아닌걸 알려줌으로써 나만 바보가 되는게 아니라 그걸 듣고 본 사람도 함께 바보로 만들어 버리고 또 엉뚱한 손해를 입힐 수도 있어서입니다. 즉, 선무당이 사람 잡는 일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생각해 보면 누군가 고심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 카/더/라 소식통에서 들은 걸 정보라고 전하거나, 가물가물한 기억 속의 TV 프로그램 내용을 왜곡해서 전달하거나, 몇달 살아본 것 가지고 지역 전문가가 된 것 처럼 우쭐대는 일은 최소한 내 차원에서는 없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거나 정보라는 것을 알릴 때는, 최소한의 팩트 체크를 하고 논리적으로 이치를 따지면서 해 나가야 ‘선무당이 사람 잡는’ 일이 방지될 수 있을겁니다.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면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내용도 정정할 수 있게 되고, 또 더 많은 정보가 머리속에 확보되어서 선무당을 벗어나 진짜 무당 수준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공부 중입니다. 지금은 어느 분이 ‘캐나다 원주민이 무섭다’ 고 쓰신 것을 보고 생각나서 수십만명에 이르는 캐나다 원주민들의 자녀들을 무참히도 유린했던 역사에 대한 글 “Residential Schools and Genocide in Canada” 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 뉴스에서 보면 트뤼도 수상에 교황에게 Residential School 에 대한 사과를 하도록 요청했다는 소식을 보신 분이 있다면 그에 대해 궁금해 하실 수도 있으니 그 내용도 한번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선무당이 안 되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