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 에서 전화가 왔다고?

By | 2017-05-16

잊을만 하면 오는 전화가 있습니다. 일주일에 평균 두번 정도 걸려옵니다. 휴대폰으로는 안 오고 항상 집전화로 오더군요. 전화벨이 울려서 수화기를 들고 “Hello” 라고 해도 아무 대답이 없이 고요한 상태에서 5초 정도 지나면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웅성대는 주변 소음이 들리면서 특유의 발음으로 “헬로. 메이 아이 스피크 투 더 홈 오너?” 라고 하는, 밝고 명랑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렇다고 하면 “How are you doing” 이라고 묻고 내가 어떤 대답을 하건 “Perfect” 혹은 “Great” 라고 하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Duct Cleaning” 을 해라… 등등의 호객을 합니다. 처음 한동안은 상대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점잖게 전화를 받아서 “난 그런것 필요없다”라고 대답을 해줬지만, “왜 필요없냐?” 혹은 “네가 몰라서 그런다” 혹은 “일단 해보시라니깐요?”라는 식으로 끈질기게 호객행위를 하는 바람에 시간도 엄청 잡아먹고 짜증도 잔뜩 선사해주는 바람에 언젠가부터 ‘정중한 응대’는 포기했습니다. 전화를 들고 “헬로”를 외쳤는데 소리가 한참 없다던가, 몇 초 지나서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더이상 기다리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그랬더니 인생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런데 전화 거는 목소리와 액센트는 변함 없건만, 그 주제는 유행을 타는가 봅니다. 겨울이 가까와오면 덕트 청소를 하라고 수시로 전화벨이 울렸는데 언젠가 한동안은 “여기는 마이크로소프트 사입니다. 지금 긴급 상황이 벌어져서 전화를 하는건데, 당신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엄청난 스팸 메일을 외부로 발송되고 있는게 발견되었으니 그걸 해결해야 합니다” 라는 스타일의 전화가 자주 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바이러스 치료를 위해 돈을 내라는 것이겠죠. 처음 몇번은 그냥 끊어버리다가 하도 지겹게 전화가 와대서 좀 놀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요? 이상하다.. 우리집엔 컴퓨터가 한대도 없는데 어떻게 그런일이 생기죠?” 라고 대답을 해 봤습니다. 그 인도 사기꾼은 갑자기 말문이 막힙니다. 그리고는 “아.. 굿바이” 라고 얌전히 전화를 끊습니다. 또 한번은 똑같은 말을 하길래 “어! 그 바이러스 내가 만든건데 어떻게 알고 전화를 했어요?” 라고 대답했더니 “허걱… 어버버 어버버” 횡설수설 제대로 말을 못하고 끊더군요. 자기가 교육받은 내용에 없는 대답을 하면 이 아그들이 꿀먹은 벙어리가 되나 봅니다.   그리고.. 몇달전에 유행을 탄 것이 바로 CRA 에서 온, 아니 CRA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전화였습니다. 자기가 CRA 직원이라면서 “네가 세금 낼 것을 덜 냈는데 그게 연체되어서 지금 당장 그걸 안 납부하지 않으면 경찰이 너를 체포하러 갈 것이고 당신은 감옥간다.”라고 당당히 얘기합니다. 그런데 그게 인도 (India)식 액센트가 아주 강한 영어입니다. 예전에 덕트 청소하라던… 바이러스 청소를 하라던… 그넘이 다 그넘 같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여자가 전화거는 경우는 없었네요. 아무튼, 어차피 CRA 에서는 이런 전화를 걸지도 않지만, 설령 걸 수도 있다고 해도 조금 세세히 물어서 따져보면 그넘들은 바로 전화를 끊습니다. 어차피 그 인간들은 전화 받는 사람 이름이나 신상같은 것도 모르고 마구 걸어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떨때는 받는 이름을 대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잘 따져서 생각하면 말도 안 됩니다.    언젠가 어느 한국분이 이런 전화를 받고는 진짜 CRA 에서 온 전화인 줄로만 알고, 그리고 바로 돈을 송금해야하는 줄 알고 제 아내에게 전화를 해왔더랬습니다. 아내가 리얼터 일을 하기 전에는 회계쪽 일을 했던게 기억났나 봅니다. 그분이 아내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아내는 저에게 “이거 혹시 사기 아냐?”라고 물었습니다. “그거 스캠이야”… 그래서 사건 종료됐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영어를 잘 하는 분이었기에 모든걸 다 알아들었기에 그런 상황에 이르렀지만 영어 잘 못 알아듣는 사람이 전화 받아서 버벅대고 또 묻고 재차 묻고하면 저쪽에서 그냥 끊어버립니다. 이럴땐 “모르는게 약이다”…? 속담이 생각나는 상황이겠죠.   어느분이  CRA Scam 에 피해를 입었다는 글을 쓰셨더군요. 댓글을 보니 캐나다에도 이런 일이 있구나.. 라는 내용도 있구요. 이런 전화를 안 받았다면 다음 세 가지 경우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캐나다에서 사신지 얼마 안 되어서 전화번호가 유출 안 되었다.. 또는 활발한 사회활동을 안 해서 충분히 번호가 퍼지지 않았다.. 혹은 인도에서 걸어오는 그런 스캠 전화를 받았어도 영어가 안되어 이해를 못하는 바람에 다행히도 미끼 냄새도 못 맡았다….   CRA 사칭하는 사기를 검색해 보면 관련 내용이 아주 많이 나옵니다. 2017년 3월의 Global New 기사를 읽어봤더니 대략 아래 내용이었습니다. https://www.thestar.com/news/canada/2017/03/04/how-indian-call-centre-scam-targeted-canadians-fear-of-taxman.html   CRA 스캠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가 된 피해자의 수는 캐나다에서만 대략 5 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사실 외부에 사기 당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싫어서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을 것이구요. 이런 CRA 스캠 전화는 모두 인디아에서 걸려오는데 이렇게 될 수 있는 배경은 바로 콜센터 비즈니스의 번성이라는군요. 많은 콜센터들이 합법적인 본래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시스템으로 대규모 스캠 센터를 만들어서 무차별 스캠 전화를 걸어댄다는 것입니다.   작년 (2016년) 10월에 인디아 경찰은 CRA 스캠을 자행하고 있던 대형 콜센터를 기습해서 83명을 구속했답니다. 이 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총 인원은 최소 7백명 이상인데 새로 지은 빌딩의 몇층을 점유해서 운영하고 있었답니다. 이 회사와 연결되어 일하던 또 다른 여러 곳의 콜센터도 기습 수사했지만 벌써 그 정보를 받아서 사무실을 폐쇄하고 하드디스크를 없애서 증거 인멸을 하는 바람에 더 이상의 실적은 못 냈답니다. 그런데 체포하면 뭐합니까.. 인디아의 관련 법규 상으로는 피해자가 법정에 출두하지 않으면 재판이 성립되지 않는데다가, 이런 종류의 범죄는 물리적인 증거를 제출하기가 어려워서 최종적인 처벌이 힘들다는군요.   이 뉴스에서는 실제 피해자의 경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원을 밝히지 않기 위해 “Lucy” 라고 가명을 쓴 그 여성은 CRA 스캠 전화를 받고 나서 단 4시간만에 자그마치 2만5천불을 털렸답니다. 그 여성이 받은 전화 내용은 아래와 같답니다.   “The issue at hand is extremely time-sensitive and very urgent. We have received legal notice against your name regarding tax fraud. The police department will approach you at your place with an arrest warrant.”   당신의 일각의 시간적 여유가 없다. 당신 이름으로 세금 사기 혐의가 걸려있고 즉시 해결하지 않으면 경찰이 당신을 체포하러 갈 것이다… 라는 내용이죠. Lucy 는 갑자기 맨붕에 빠집니다. 누구가 취약한 상태에 있을 시점에 있는데 사기범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 대고 그 중에 몇명은 그런 취약한 상태에 있을 확률이 있고 그러면 걸려듭니다. 경찰이 자기 직장으로 찾아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갑을 채우고 연행해 가는 상상을 하는 순간 Lucy 는 허수아비가 되어 사기범들이 시키는대로 순순히 따릅니다. 전화하라고 주어진 번호를 누르고 Jason 이라는 자칭 CRA 직원과 대화를 시작하는데 그 사기꾼은 Lucy 에게 세금 누락분을 내라고 윽박지르며 한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iTunes 카드를 사서 금액을 넣은 다음에 카드 뒷면의 일련번호를 알려주면 된다고요. 만약 그 말대로 하지 않으면 Lucy 를 경찰에 테러리스트 혐의로 신고하겠다고..   Lucy 가 정신을 차린 시점은 자신이 가진 신용카드 3 장의 한도를 모두 써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은행 Savings Account 에 모아뒀던 돈도 다 인도 사기꾼에게 넘겨준 뒤에도 더 이상 넘겨줄 돈이 없어서 딸에게 전화해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얘기했을 때라고 합니다. 수많은 모순점이 있었는데도, 가령 CRA 에서 왠 iTunes 카드로 세금을 내라고 하는지.. 말이 안 되는대도 일단 홀라당 정신줄을 놓고 나니까 깨닫지 못한겁니다. 마치 천국 가려면 있는 재산 다 헌납하라고 꼬시거나 협박하는 이상한 종교들처럼 말이죠..   결론은, 이런 스캠에 당하지 않으려면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합니다. 깨끗한 정신과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방식으로 듣고 말하고 행동하고 살면 이런 사기 당할 가능성이 무척 낮아지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