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 파업, 그리고 학교 불만

By | 2013-01-14

지난 11일에 런던 공립 초등학교 교사들의 전면적인 Walk Out 은 기정사실이었는데, 당일 새벽 3시 30분에 Ontario Labour Relations Board 에서 이 행위가 위법이라고 최종 규정하는 바람에 갑자기 파업이 취소되었습니다. 그날 학교 안 간다고 좋아하면서 어제 좀 늦게 잠자리에 든 작은 아이를 깨워서 아침을 먹였습니다. 비는 주룩주룩 오는데 창 밖을 내다보니 평소엔 학교 가는 아이들과 부모들로 붐비던 큰 길이 텅 비어 있습니다. 애를 데리고 학교에 가니 그제서야 학생들이 좀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붐비던 평소와는 달리 학교가 참 한산했습니다. 대충 보아하니 오늘 학교에 온 아이들은 전체 학생들 가운데 절반을 안 넘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사실 이런 분위기에서 제대로 수업이 진행될까 하는 생각에서 아예 애를 보내지 말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아내가 그래도 학교에 보내는게 낫다고 해서 그에 따른 것이었죠. 그렇지 않아도 이 학교에 전학온 뒤로 너무도 재미없어하는 아이가 좀 안쓰럽기도해서 저는 차라리 저랑 집에서 지내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놈의 학교가 참 재미없기는 한 것 같습니다. 작년에 담임선생에게 말하고 교실 뒤에서 수업 참관을 한번 한 적이 있었는데 역시나 재미 없어 보이더군요. 매일 아이가 학교를 파하면 오늘 학교 생활 어땠냐고 묻습니다. 아이의 대답은 “It was OK”라고 하지만 한번도 좋았다거나 재미있었다는 대답은 못 들어봤습니다. 학교에서 뭘 했냐고 물어도 얘는 기억 안 난다는 식으로 대답합니다. 학교에서 배운게 뭔지 살펴봐도 별 다른게 없는데 학교에선 그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한 느낌입니다. 의욕을 가지고 교육시키는 것은 확실히 아닌 것 같고.. 아내가 백인 캐네디언에게 이런 상황에 대해 얘기를 했더니 바로 사립학교 보내는게 어떻냐는 권고가 돌아왔답니다. 저도 다른 사람에게 얘기를 했더니 “네 아이가 다른 애들에 비해 너무 똑똑하면 재미 없어 하는건 당연한거야. 사립학교를 보내는게 어때?”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제 아이가 좀 특이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유달리 영특한 아이는 아닌 것 같은데 왜일까요. 예전에 다니던 학교는 그런대로 재미있어 했었데 말이죠.   그래서… ‘공립학교는 다 거기서 거기야’ 라는 얘전의 제 생각은 바꾼지 꽤 됐습니다. 학교 평가 순위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는 주장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됐구요. 토박이 캐네디언도 “학교마다 다 달라”라며 동조하더군요. 아이들을 French Immersion School에 보내는 학부모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그 학교는 가르치는 자세가 다르다고 합니다. 공립에서 사립학교로 옮긴 한국 어머니도 무척 만족스러워하더군요. 단지 기존 학비 이외에 과외로 드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아서 부담스럽다고는 하네요. 한 해에 만불 넘게 내야하고 거기에 추가 비용 포함하면 1만5천불? 2만불? 1년 생활비가 3만불이 조금 넘는 수준인 저희 집으로서는 감당 안되는 비용입니다. 공립 중에서도 부모들이 열의가 있고 교사들의 분위기도 진작되어 있다고 평가받는 곳들이 있는데 그 학군으로 이사를 해야 하나…   전에는 이렇게 학교를 일일이 따지는 다른 학부모들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는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이해가 갑니다. 전혀 그런 주장에 개의치 않으면서, 꿋꿋이 내 의지대로 애들을 학교에 보내고 이사 갈 동네를 선택한 것이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잘못된 행동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 가운데도 적지 않은 분들이 “뭘 그렇게까지 따지냐”고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애들을 그냥 되는대로 학교에 보냈는데도 다 공부 잘 하고 좋은 대학 갔다”고 하실 수도 있겠죠. 저는 그런 상급학교 진학 차원보다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즐겁게 하루 일과를 보내는 것을 보내고 알지 못하던 것, 새로운 것들을 배우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바르게 성장해 나가는 것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큰 아이는 이제 고등학교 졸업이 얼마 안 남은 나이니까 다른 얘기지만,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 3 학년 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갈 길이 멀지요. 이렇게 재미없어 하고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면서 계속 학교를 다니는 상황만큼은 없애고 싶습니다. 이번 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될때까지는 새로운 방향에 대해 결정을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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