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TV 이야기

By | 201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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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윈터펠 언제 다시 시작하지?”
아내의 물음에 대한 내 대답은 “내년 봄에야 시즌 3가 시작해”이다. 똑같은 질문은 지난 달에도 받고 똑같이 대답했었다. 윈터펠.. Winterfell 은 케이블 영화채널 HBO 에서 방영한 <Game of Thrones>에 나오는 어느 지역 이름인데 아내는 드라마 제목이 복잡하다고 그냥 윈터펠이라고 부른다. 아내의 The Most Favorite TV Show 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의 시즌2가 끝난 요즘에 와서는 Showtime 에서 얼마전에 시즌 7을 방영하기 시작한 <Dexter> 가 그 자리에 올라가 있다. 사실 우리집에선 유료 영화채널인 HBO 와 Showtime 두가지를 모두 안 보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일일이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줘야 한다. 그 두 프로 모두 일요일 저녁에 방영되는데 그 다음날인 월요일 오후에는 모두 Torrent 에 올라와 있어서 바로 다운을 받을 수 있다. 요즘 아내는 월요일에 밤 9시까지 강의를 듣기 때문에 실제로는 화요일에서야 시간을 내어 시청을 하고 있다.

11학년생인 아들내미는 일반 메이저 TV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들을 좋아한다. ABC 채널의 <Modern Family>와 함께 NBC의 <Community> 두 가지를 빼놓지 않고 본다. 매번 실제 방영해주는 것 외에도 따로 나에게 이전 시리즈들을 다운받아 달라고 부탁해서는 그걸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봤다. 보통은 위성수신기의 녹화기능으로 저장한 뒤에 바로 광고를 스킵해가면서 보곤 한다. 이 아이가 요즘에 새로 보기 시작한 프로그램은 또다른 영화 전문 채널인 AMC의 <Walking Dead>이다. 원래는 내가 처음 보기 시작했다가 아내에게 추천해서 아내도 보기 시작했고 그 다음에 우리 부부가 재미있어하는 것에 호기심을 느낀 아들내미도 보기 시작해서 최근 시작한 시즌 3 이전의 시즌 1 과 2 까지 모두 섭렵해서 이제는 나와 아내, 아들 셋이서 함께 보고 있는 유일한 TV 프로그램이 되었다. 상당히 잔인한 편이라서 마음이 여린 아들내미에겐 일부러 보지 말라고 했는데 전과는 달리 요즘엔 무덤덤하게 그런 장면들을 보고 있다. 어쨌든 이 아이도 나이를 먹고 있는게다.

이 밖에 내가 보고 있는 또 다른 시리즈로 요즘 시즌 2가 시작된 추리 액션물 비슷한 종류인 <Homeland>가 있다. 이것도 Showtime 채널에서 방영하는 것이라 매번 다운받아 본다. 아내와 아들이 열광하면서 함께 봤던 또 다른 드라마로 BBC 에서 만든 <Sherlock>이 있는데 이건 한 시즌에 3편씩 밖에 안 만들어서 지금까지 본 것이 6편뿐이고 앞으로도 또 새로운 시리즈가 방영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남아도는게 아닌지라 난 애써 외면하며 보지 않고 있다. 8살짜리 딸내미까지 합류해서 온가족이 다같이 앉아서 보는 시리즈도 한 가지 있었다. 공룡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내용의 SF 드랑마인 <Terra Nova>가 그것인데 달랑 시즌 1만 방영하고는 끝나버렸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프로듀서로 참여했지만 소용없었나 보다. 그래서 지금은 가족 모두 매회 빼놓지 않고 즐기는 프로는 드라마는 아니고 리얼리티 쇼라고 할 수 있는 <America’s Got Talent>뿐이다.

딸내미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에는 <America’s Funniest Home Video>가 있는데 이건 매번 시간 맞춰서 보는건 아니고 TV를 켰을 때 보이면 그대로 끝까지 계속 보며 웃어대는 정도이다. 역시나 나이에 걸맞게 어린이 채널에서 보여주는 것들을 많이 본다. 자신이 직접 녹화 타이머를 설정해서 빼먹지 않고 보는 프로그램은 <Adventure Time with Finn and Jake>, <My Little Pony>, <Pokemon>, <Wild Kratts> 등의 애니메이션 프로와 함께 자연과 동물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Hope for Wildlife>, <Zoo Juniors> 등을 아주 좋아한다. 이밖에도 인터넷을 통해 주문형 비디오를 시청하는 Netflix 에서도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하고 있는데 요즘엔 영어로 더빙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

가끔 너무 TV를 많이 보고 있는 것일까.. 라고 자문하기도 하지만 사실 많이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때문에 다른 일을 도외시하거나 학업에 지장을 받는 것 같지는 않다. TV 외에도 두 아이들은 책도 꽤 읽는 편이다. 굳이 부족한 것을 찾자면 밖에서 운동을 하거나 뛰어노는 시간이 부족한 것인데 요즘 시대에, 그리고 이 캐나다 땅에서 어떻게 강요할 수도 없다. 딸내미는 수영, 가라데, 미술, 스케이팅을 계속 배우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아들내미는 2가지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고… 올해 들어선 가지 못 했지만 지난 겨울까지는 멀리 Cottage에 놀러가서 TV나 인터넷 없이 며칠씩 지내봐도 이 아이들이 TV와 컴퓨터를 찾는 것도 아닌걸 보면 특별히 그런것에 매달리는 것 같지도 않다. 딸내미도 거의 일주일 캠핑을 보냈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다. 이 아이들은 심심해서 TV를 많이 보는 것이지, 더 재미있게 놀 거리가 있으면 별로 TV를 찾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멀리 별장에 가서 TV나 컴퓨터를 접하지 않을 때 좀이 쑤셔하는 편은 내쪽이다.

토요일인 오늘, 아들은 친구네 집에 가서 놀다왔는데 뭐했냐고 물어보니 컴퓨터로 마릴린 몬로의 <Some Like it Hot>을 봤단다. 한국에서의 제목은 <뜨것운 것이 좋아>였던가.. 친구가 여자아이라서 함께 영화 보면 그런 것을 보게 되나 보다. 밤 늦게 애를 픽업해서 집에 데려오는 차 안에서 마릴린 몬로에 대해 궁금해 해서 내가 아는 만큼 설명해줬다. 케네디 대통령과의 스캔들, 그리고 의문의 죽음까지… 아빠와 엄마가 영화동호회에서 만나 결혼에 이르른 만큼 영화를 좋아해서 이 아이들도 영화를 좋아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하긴 집의 WD TV에 연결된 2 TB 용량의 하드디스크에 영화가 무진장 쌓여있고 언제든지 보고싶은 영화를 언급하면 하루 이틀 뒤엔 이 아빠가 착~ 시청 준비를 시켜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이 녀석은 몇달전엔 대학을 어딜 가려냐고 물었을 때 밴쿠버 필름 스쿨에 관심이 있다고 말해서 엄마 아빠 긴장을 시켰었다. 학비가 꽤 비싼 학교라서.. 하긴 지금도 여전히 네가 아르바이트로 저축해서 가거나 장학금을 받거나 정부 융자를 받아라, 우린 대학 등록금까지 낼 만큼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 라고 수시로 머리속에 각인시키고 있으니까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는 없다. 영화와 TV 드라마가 생활의 큰 부분이 되고 있는 우리집에서는 어쩌면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도 싶다. 요즘엔 그 학교 이야기는 다시 안 하고 있지만 인생살이는 결국 갈데로 가는 것이니 네가 충분히 생각해서 선택하면 된다고만 애기하고만 있다. 어찌 될지는 내년이면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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