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가 된 아내

By | 2011-11-17

 아내가 우연찮게 런던 여성 축구 리그의 한 팀에 가입하게 되었고 전혀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벌써 첫 경기를 뛰는 사고까지 치게 되었습니다. 난생 처음 축구 경기를 뛰어보니, 물론 정식 축구보다 더 좁은 구장에 골대도 더 작지만 1년치 운동할 양을 그날 하루에 다 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더군요. 그러면서 느낀 것이, 아~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지역에 사는 캐네디언들은 이렇게 운동을 하면서 추위를 이기며 사는가보다 싶었습니다.

이 여성 축구 리그는 7대 7로 대결을 합니다. 골키퍼 1명에 일반 선수 6명이죠. 각 팀은 15명 내지 18명까지로 구성되는데 경기 도중에 중단 없이 아무때나 선수를 교체할 수 있어서 보통 몇분 뛰고 들어와서 몇분 쉬다 다시 나가 뛰는 걸 반복합니다. 경기장은 물론 실내 구장이고 바닥에는 인조잔디가 깔려있습니다. 런던 일대에 총 46개의 여성축구 팀이 결성되어 이번 겨울 리그에 참여하고 있구요.

처음엔 아내가 과연 이걸 해 낼 수 있을까, 혹시 너무 못해서 민폐가 되지 않을까, 운동신경이 안 좋아서 부상 당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되었는데 정작 참여하고 보니 운동도 되고, 다른 사람들과도 친해지는 기회도 되고, 참 재미있다고 합니다. 어차피 대다수가 순수 아마추어 내지는 처음 축구를 해보는 경우들이라서 팀에선 오히려 아내가 잘하는 축에 들었답니다.

경기장은 Western Fair District 에 있는 Agriplex 다용도 실내 체육관입니다. 아래 사진의 건물 안이죠.

아래 사진은 집사람이 연습 한번 못 해 본체 얼떨결에 뛰었던 경기 모습입니다.

그리고 아래 사진은 어제 밤에 각 팀에서 레슨을 신청한 50 여명이 모여서 단체 교습을 받는 모습. 가운데 근처에서 공을 차고 머리를 휘날리며 달려나오는 녹색 유니폼의 선수가 바로 제 아내입니다! 한국에서는 한 덩치하는 아내지만, 여기선 평범한 체격이네요.

 그런데 문득 알아차린 사실 하나.. 이 많은 선수들 가운데 아내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다 백인이네요… 여성축구 뿐 아니라, 미식축구와 라크로스 팀들도 다 이 실내 경기장을 시간제로 빌려가며 리그전을 치룹니다.

아내 나이 40 넘어서 난생 처음 직접 해보는 축구.. 직접 하는 사람도 재미있고.. 보는 사람은 좀 심심하지만.. 아무쪼록 아내가 아무 부상 없이 리그를 끝내기를 빌 뿐입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