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다 남의 탓이다

By | 2010-02-13

사용자 삽입 이미지아이가 장난치다 바닥에 넘어져 울고있다. 엄마는 아이에게 달려가서 일으켜 세우고는 바닥을 손으로 두드리며 “맴매! 맴매!”를 연발한다. 마치 네가 잘못해서 넘어진게 아니라, 혹은 네가 잘못해서 넘어졌어도 네가 아픈 이유는 네 잘못이 아니라 바로 넘어진 그 지점에 있다는 표현을 하며 아이를 위로한다. 아이는 넘어져도, 자신이 잘못을 해도, 조심을 하지 않았어도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다른 누군가의 잘못때문일뿐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다. 구해준 이는 정신을 차리기 전에 도망가야한다. 보따리 찾아내라고 멱살을 잡힐지도 모르니까. 너때문에 보따리 잃어버렸다고 득달할까봐… 길에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웠더니, 혹시 네가 다리 걸어 넘어뜨린 놈 아니냐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바라본다. 지갑을 주웠는데 마침 근처에 경찰서가 있어 갔다줬더니 반드시 신상명세를 남기고 가야한다고 해서 연락처를 줬더니만 나중에 경찰서로 출두하란다. 지갑 안에 들어있던 현금이 없어줬다고 주인이 지갑주은 사람을 신고했단다.

어릴적부터 많이 들어오던 그 핑계. 우리 민족의 나쁜 습성은 일제시대때 그들에게 배운 것이라고 한다면, 더 오랜 세월을 영국의 통치를 받았기 때문에 인도는 카스트 제도가 생긴건가. 인도보다 더 오랜 세월을 영국의 지배를 받고 더 혹독하게 고생을 했기 때문에 아이랜드 사람들은 거칠게 되고 술 잘 먹는 습성이 생긴걸까. 우리는 5천년 유구한 역사라고 자랑하면서 겨우 30여년의 지배기간으로 인해 민족성 자체가 바뀔만큼 변화능력이 대단하다는건가.

집안에 흉사가 생겼다. 예전 어른들은 “아이고 하늘도 무심하시지”라고 통곡들을 하곤 했다. 기독교가 한국에서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은 인기를 누리게 된 것에는 한국인의 심리가 딱 맞아떨어져서가 아닐까. 나쁜일이 생겨도 “주님의 뜻대로 하소서”, 좋은 일이 생겨도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모든게 다 내 의지가 아닌걸로 치부하면 될테니까 말이다.

모든게 남 때문이다라는 심리가 있음으로 가끔은 내 자신에게서도 느낀다. 누구 다른 이를 탓하거나 하다못해 길가에 굴러다니는 개똥 탓이라도 하고싶어서 명분을 찾느라고 두리번거리고 싶어하는 심리가 느껴진다. 핏줄을 타고 끊질기게 전해내려온 습성이라고 하지 않으면 과연 무엇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그렇게 물려받은 무의식적인 유산마저 남의 탓을 해야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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