遠視의 아침

By | 2009-09-01

조금씩 나이가 들어간다고 느끼면서는 딱히 무엇을 하기로 목표를 삼은 것도 아니면서 마음 한편이 한발 한발 조급해짐을 느낀다. 4 로 시작하는 두자리 숫자의 뒤쪽이 1, 2, 3.. Count up 을 하다가 4, 5, 6 를 넘어서 0 으로 Reset 될 시점에 가까워 가까워지는 걸 느끼기 시작하면서 집에 맛있는 떡을 두고 온 마음처럼 안절부절 못한다. 그 두자리 숫자는 Count up 되어 점점 무게가 늘어가는데 자신감과 용기의 키높이는 점점 Count down 되어가는 것 같다. 어차피 이게 다 숫자놀음일 뿐이라며 머리에서 떨궈버리려 도리도리 고개를 저어도 오늘 아침 일찍 깨어난 조바심이라는 녀석은 이불 속에서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가슴 속의 열기도 식어가는 듯 한데 주변의 모든 것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이 보이는 遠視의 광경때문인지 아침 잠결에 문득 많은 것들이 그리워진다. 이제까지 미웠던 것들도 눈을 맞춰가며 당겨보게 되고, 잊었던 것들도 실눈을 뜨면서 가물가물 기억을 더듬어보고, 좋아하는 것들은 두팔을 뻗어 도망가지 못하게 사로잡기도 한다. 문득 비몽사몽에서 깨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도 모두들 방 안에 함께 있고 가슴도 여전히 따듯한데 마음의 눈은 아직 가까이 오지 않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나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글을 적으면서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 미련이 남아있다. 여전히 그것들은 내 옆에 있는데 마음이 조급한 아침이다. 정말로 그것은 무척이나 미련스러운, 쓸데없는 미련이었나보다. 따듯하게 덥혀있는 이불 속을 박차고 나오지 못하는 때가 되면 그때는 정말로 모든 것들을 遠視의 눈으로 바라봐야할 시점이 될 것 같다 아직은 그때가 아님이 고맙다. 아직은 한참 멀었다. 어차피 올 것이지만 조바심은 내지 말아야 할텐데 아직 한참 먼 곳을 바라보는 그런 눈은 지금은 필요하지 않다. 애초에 0 이라는 한자리 숫자에서 시작했을 때 이미 Count up 은 시작되었으니 말이다.이제 눈 비비고 깨어나 샤워 하고 아침 먹고나니 가까이 있는 물건들에 시력이 맞기 시작한다.

오늘의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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