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 Cheque

By | 2017-02-14

20 여년전에 미국에서 살던 시절에는 개인용 체크 ( 미국에선 Personal Check, 캐나다에서는 Personal Cheque )이 상당히 보편적인 지불 수단이었습니다. 그당시에도 신용카드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결제 수단이었지만 수퍼마켓에서 장을 볼 때에도 체크북 (Cheque Book) 하나 들고 가서 현금 대신 결제하는 일이 아주 흔한 일이었습니다. 개인끼리의 중고품을 사고 팔 때에도 현금과 함께 퍼스널 체크로 결제하는 것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죠.

이제 세월이 흐르고 사회가 훨씬 더 복잡해지면서 체크는 데빗카드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습니다. 서로 신용관계가 확립된 거래에서는 여전히 체크를 받는 곳도 있지만 그 외에는 어디서 쇼핑을 하더래도 퍼스털 체크로 결제하겠다고 말하면 바로 거절당할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은행에서는 개인용 체크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드물지 않게 Personal Checque 를 써야하는 일이 생기곤 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학교에서 특별활동을 하는데 드는 비용을 아이에게 지참시켜 보낸다거나, 아파트 렌트를 자동납부하지 않고 체크로 지불하거나, 또는 자동납부를 위해서 Void Cheque를 내야할 때도 생깁니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cheque 을 써왔던 경험이 있다면 모를까, 미국이나 캐나다에 새로 이주를 해 온 분들은 처음에 적지 않게 헛갈리게 됩니다. 일단 배웠다고 해도 워낙 가끔씩 체크를 쓰기 때문에 흔히들 헛갈리고 자신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처음 쓰는 분들이건 잊어버린 분들을 위해서 체크 사용법을 한번 정리해 봅니다.

아래 사진은 퍼스널 체크의 일반적인 모양입니다. 배경 그림은 아예 없기도 하고 어떤 반복된 문양이 새겨지기도 하고 또는 다양한 종류의 그림이나 사진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사용자가 적어넣는 칸들의 위치와 구분은 거의 동일하게 만들어집니다. 참고로, 아래 수표는 미국의 것을 보여주고 있지만 사용 방법에 있어 캐나다와 기본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윗 사진 에서 빨간색 원 안에 적혀있는 번호 순으로 설명해 나가겠습니다.

  1. 여기엔 보통 이 Personal Cheque을 발행하는 날짜를 적습니다. 요즘 캐나다에선 위처럼 자유롭게 적지 않고 연월일을 네모 칸 안에 숫자로 적게끔 되어 있지요. 그런데 간혹 오늘 이후의 며칠 뒤 날짜를 적기도 합니다. 그런 체크를 Post-Dated Cheque 라고 부르며 흔히들 1년치 렌트를 미리 12장의 체크로 주는 것 같은 경우에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가령 오늘이 3월 5일인데 여기에 4월 20일을 적게 되면, 이 수표를 받는 사람은 4월 20일 또는 그 이후에서야 자신의 거래은행에 이 수표를 입금할 수 있게 됩니다. 날짜를 기입하는 방법은 미국에서는 대개 Month/Date/Year 순서로 적는 반면에 캐나다에서는 Date/Month/Year 순서로 적거나 한국처럼 연/월/일 순 (예를 들어 2009-03-20) 으로 적는 유럽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11/10/2009 는 11월 10일인지 10월 10일인지 헛갈릴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 미국에선 날짜를 혼동하지 않기 위해 Month 는 위의 사진처럼 문자로 적었고 요즘도 크게 변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만, 캐나다에선 요즘엔 그냥 칸에 숫자로만 뭘 적을지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2. “Pay to the Order of” 뒤에는 이 Cheque 를 받게될 사람이나 회사 등의 이름을 적습니다. 그 사람이나 회사의 은행 계좌에 사용된 명의와 동일하게 적어야 하므로, 그것이 확실치 않을 때에는 반드시 수신자 이름을 뭘로 할지 물어서 확인해야 합니다. 위의 경우엔 휴대전화 요금을 내기 위한 수표이므로 그 회사명인 Verizon 을 적었습니다.
  3. 지불하는 액수를 적는다. 달러 단위이므로 소수점 두자리까지 적어서 센트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127불이고 센트 단위가 없으면 127.00 이라고 적습니다.  제 경우에는 소수점 아래 자리 숫자 두개에는 혼선 방지 또는 수정 방지를 위해 밑줄을 긋습니다. 즉 위의 사진에서 127.89 라고 적는 대신 89를 조금 작게 올려 쓴 뒤에 127.89 라고 적는 것이죠. 개인들마다 조금씩 표기 방법이 달라집니다.
  4. 한국의 은행에서와 마찬가지로 숫자로 금액을 쓴 뒤에 다시 문자로 풀어쓰는 곳입니다. 달러 단위는 문자로 쓰지만 센트 단위는 분수를 사용하여 89/100 이라고 적습니다. 달러 단위와 센트 단위 사이는 “and” 로 구분합니다. 23.45 불이라면 “Twenty Three and 45/100” 이라고 적으면 됩니다. 만약 센트 단위가 없이 23.00 불이라면 어떨까요? 그냥 00/100 이라고 적을 수도 있지만, 제 경우엔 그럴 때에는 Twenty Three and None/100” 이라고 적습니다.
  5. 이곳은 메모 칸인데 반드시 적어야 하는 곳은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적어 넣는게 좋습니다다. 보통은 이 수표가 쓰이는 용도를 적거나 받는 사람이 참조하게 내 정보를 적기도 합니다. 위의 사진에서는 요금을 낼 휴대전화 서비스 사 용자 번호를 적으면서 A/C (Account 의미) 를 앞에 썼습니다. 혹은 가령 아파트 렌트비를 내는 용도라면 “Apartment Rent for July 2009” 같은 식으로 적으면 됩니다. 학교에 내는 비용이라면 학생 이름과 학년, 담임 교사 이름을 적으면 학교에서 헛갈리지 않겠죠.
  6. 이곳은 내 서명을 하는 곳입니다. 반드시 내가 은행에서 Chequing Account 를 열면서 등록한 것과 동일한 서명을 해야 합니다.
  7. 이것은 내가 적어넣는 곳이 아니라 미리 인쇄되어 있는 이 Personal Check 의 일련번호입니다. 이와 동일한 번호가 수표의 맨 아랫쪽에 인쇄 되어 있기도 하는데 위 사진에서는 맨 오른쪽에 찍혀있지만 은행에 따라서는 이 일련번호가 (8) 및 (9) 번 숫자보다 앞서서 맨 왼쪽에 가 있기도 합니다. (8) 번은 보통 은행코드, (9)번은 지점코드인데 수표 쓰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은 보통은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퍼스널 체크는 그걸 받은 사람이 자기 은행에 입금한 뒤에 내가 거래하는 은행으로 돌아올 때까지 실제 결제되기 전까지는 며칠의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만약 뭔가 잘못 되었다 싶어서 결제를 안 되게 하려면 은행에 STOP PAYMENT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체크가 내 계좌에서 결제되지 않게 되죠. 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은행에 따라, 그리고 체킹 어카운트 종류에 따라 체크 한장당 약간의 수수료를 내야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내 체킹 계좌에 들어있는 잔액보다 더 많은 액수의 체크가 결제를 위해 도달하면 어찌 될까요. 이때에는 NSF (Not Sufficient Fund) 가 발생되어 수표가 그걸 받은 사람의 은행으로 반납됩니다. 이걸 Bounce 된다고 표현하는데 이때는 수표를 발행한 사람이나 그걸 받아서 자기 통장에 입금한 사람 모두 벌금을 냅니다. 이게 해결이 안되면 나중에 신용 점수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미리 잔액 관리를 잘 하셔야겠지요.

또 다른 시나리오로서 내가 1천불짜리 체크를 써서 물건 값으로 지불했는데 은행에 마침 충분한 잔고가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서, 혹은 고용주에게서 돈을 체크 형태로 받아 입금했다고 가정해보죠. 그러면 이게 속도 경쟁이 됩니다. 내가 체크를 입금했는데 그것이 현금화되는 속도보다 저쪽에서 그 1천불짜리 체크가 먼저 결제 요청이 오게되면 이때엔 Fund Not Cleared 상황이 되어서 내가 발행해서 준 체크가 결제가 안되어 바운스됩니다. 이때에도 벌금이 부과됩니다. 체크는 현금화 (Cleared)되는 데에 며칠 걸릴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죠.

실제로는 체크를 전혀 쓰지 않는 사람들도 경우에 따라서는 Void Cheque 을 만들 필요가 생기기도 합니다. 전기 요금을 내기 위해 계정을 만들 때라던가 무슨 다른 서비스를 가입하면서 매달 일일이 내가 지불하지 않고 내 은행 통장에서 자동적으로 이체되게 하는 것을 PAP (Pre-Authorized Payment) 라고 하는데 이는 한국의 공과금 자동이체와 비슷한 것입니다. 이런 자동 납입 서비스를 가입할 때 서비스 제공자가 나에게 크레딧 카드 정보를 달라고 하던지 또는 Void Cheque 을 한장 달라곤 합니다. 이때 체크 한장을 뜯어내서 금액이나 서명 같은 것을 전혀 하지 않고 그 위에 “VOID” 라고 크게 적어서 건내주면 됩니다. 서비스 제공자는 그 체크에 표시되어 있는 은행계좌번호와 주소, 이름을 가지고 자신의 거래은행에 자동납부 신청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체크를 쓸 일이 없어서 만들지 않았어도 Void Cheque 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좀 번거로워도 은행 지점에 가서 Personal Banking Information 한장 떼어 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거기에 자동 이체에 필요한 계좌에 대한 정보가 다 나와 있습니다. 이것도 귀찮고 은행이 멀다 싶으면 그냥 집에서 인터넷 뱅킹 화면을 프린트해 가거나 손으로 적어서 줘도 이론적으로는 전혀 문제 없지만, 그걸 받는 쪽이 거부할 가능성이 충분히 높으니까 거기까진 안 하시는게 좋고요.

요즘은 체크가 별로 사용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체크 쓰는 법을 확실히 알게 되었을 때의 좋은 점은, 내가 이 나라의 지불 방식 중의 하나인 체크 발행에 대해 자신감을 느끼게 되는 것도 있지만 내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수표를 받을 때 그게 제대로 쓰여졌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런던에 처음 도착한 뒤로 Personal Cheque 에 대해서 아주 자연스러운 마음 자세가 되면 정착과정이 조금이나마 더 여유있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2 thoughts on “Personal Cheque

  1. 아도루루

    캐나다에서 자취하는 유학생인데 많은 도움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근데 혹시 Signed 란 끝에 작게 MP라고 표시되어있는데, 뭔지 아시나요?

  2. xaran

    저도 궁금해져서 웹 검색을 해봤더니 답이 나오네요.

    MP = Micro-Security Design. 이건 Cheque를 복사했을 경우에 미세한 인쇄 내용이 깨져나오게 고안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즉 복사방지 특수 무늬가 사용되었다는 것이죠.

    이것 말고도 돈 액수를 적는 난 끝에 자물쇠 로고가 프린트된 Cheuqe 도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것도 그게 있네요. 이것 역시 복사를 했는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보안 기능이 이용되었다는 것을 표시합니다.

    결과적으로 MP 및 자물쇠 그림이 함게 있으면 최대한의 보안이 유지될 것 같아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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