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당 프로젝트 (1)

By | 2004-06-22

요즘 참 힘듭니다. 집에서 재택근무로 프리랜서 번역일을 하고 있는데 거의 6 개월째가 결재를 안 해주고 밀려있습니다. 그래서 거의 파산 상태인데,  집구석의 여기저기에는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지난번에 몸이 아파서 10 여일 동안 거의 아무것도 못했더니 장마 전에 해치웠어야 할 일도 장마 뒤로 미루게 생겼습니다. 돈은 못 받고 있지만 아뭏든 하루의 반나절은 번역일을 하고 나머지는 집수리에 매달려 있습니다. 제발 올해 장마는 물난리 걱정없이 지냈으면 싶어서 말이죠. 그래도 뒷마당에 보도블럭을 깔고 배수로를 설치한 것이 이번 집중호우에 효과를 발휘해서 다행입니다.

집 앞쪽의 현관은 양평에 이사 온 이후 만 2년 동안 콘크리트 바닥이었습니다. 미장 마감도 안된 순수한 기초바닥이었죠. 큰 맘 먹고 이것도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점토벽돌을 5만원어치 사왔고 집에 남아있던 타일을 잘 섞어서 현관 앞에 1차 공사를 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워낙 현관문의 높이가 낮아서 처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바닥에 벽돌을 까는 것은 나름대로 모양을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이것도 다 저희집의 모종의 구조적 난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제 벽돌이 깔리지 않은 앞쪽은 데크를 깔아주려고 합니다.

작년만해도 빼곡하게 자리를 차지하며 푸르름을 자랑했던 앞마당의 잔디는 거의 초토화되었습니다. 삽살개 두 마리를 앞마당에 한 일년간 놓아 길렀더니 독한 암모니아 비료를 온통 뿌렸기 때문이죠. 잔디가 다 누렇게 떠 죽어버렸더군요. 그래서 이것도 큰 맘 먹고 몽땅 걷어버렸습니다. 거의 2년동안 뿌리를 내린 잔디를 떠 내는 일도 참 힘들더군요. 정말 삽질이었습니다.

기존의 금잔디를 다 걷어낸 앞마당에서 돌을 골라낸 다음, 주문한 모래를 퍼다가 얇게 깔아줬습니다. 그리고는 사철잔디인 켄터키 블루그래스 씨앗을 살포했습니다.

이제 싹이 나기를 기다릴 차례인데 철물점에서 사온 한냉사를 그 위에 덮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습기가 유지되도록 물을 뿌려주고 있습니다.

시간과 돈은 부족한데 집에는 해야 할 일거리가 무궁무진합니다. 거실 창문의 방충망도 처참한 몰골입니다. 풀어놓았던 멍멍이가 마구 물어뜯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망가져서 아직껏 거실창도 못 열고 있었습니다.

우선 필요한 것은 방충망 재료죠. 철물점에 갔더니 폭 1.2 미터짜리가 1자 길이당 2천원 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방충망 틀 3 개를 바꿔야 하니까 1만 6천원어치를 사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약 50미터가 감겨있는 한 롤을 구입하면 2만원이라는군요. 그래서 한 롤을 다 샀습니다.

도구도 필요합니다. 아래 사진의 Y 자 처럼 생긴 것이 방충망 설치를 위한 롤러입니다. 철물점에서 2천원 주고 샀습니다. 가위는 일반 막가위입니다. 가는 알루미늄 망이기 때문에 아주 잘 잘립니다.

저는 원래 제 얼굴이 나오지 않게 사진을 찍는데 제 마누라가 저의 작업 모습을 그냥 찍어버렸네요. 데크 공사를 하려고 마당에 늘어놓은 4×4 방부목을 작업대 삼아 문틀에 방충망을 맞춰 끼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깨끗이 완성되었습니다. 3 개의 문틀 가운데 첫번째 것에 망을 끼울 때에는 두 번을 실패해서 3 번째에서야 대략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처럼 연습게임을 거친 뒤로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단번에 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충망이 꽤 남아있습니다. 저희 집 인근에 사시는 분 가운데 방충망 수리가 필요하신 분은 알려주십시오. 방충망은 무료 제공이고 도구는 대여되며, 저에게 맡기시면 밥 한끼면 됩니다. (우리 식구에게 각각 한끼씩…)

급히 수리할 것은 또 있습니다. 화장실 양변기의 물 내리는 손잡이 안쪽이 부러져 버렸네요. 이 부품 또한 철물점에서 살 수 있습니다. 단돈 천원인데 물론 후집니다. 그런데 저희집의 양변기가 원래 후진 것이라서 딱 맞습니다. 비싼 양변기를 쓰시는 분은 대리점에서 사셔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뭏든 이것도 교환했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니 주방 안쪽의 벽 모서리에 물기가 맺히고 곰팡이가 슬었습니다. 집 안의 어느 곳에서도 비가 새거나 물기가 맺히는 곳이 없는데 유독 그곳만 그렇습니다. 그 모서리 윗쪽이 바로 2층 베란다입니다. 작년에도 방수페인트도 발라보고 사이딩을 떼고 여기저기 때워보기도 했는데 해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또 결정한 것이 베란다를 벽과 지붕으로 막아버리는 것입니다. 내일부터 당장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데크를 만들고, 데크 지붕도 만들고, 보일러실 앞에도 지붕을 만들고…. 끝없이 계속됩니다. 앞으로 한달정도 집중적으로 작업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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