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크리스마스 점심때쯤 집을 정리하고 있는데 지인분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집의 난방이 안되고 있다는군요. 옷을 갈아입고 방문을 했습니다. 마침 기온이 갑자기 떨어진 상황이라서 집안 기온이 꽤 떨어졌는데 사실 며칠전부터 이렇게 되었다는겁니다. 지하로 가서 Furnace 를 살펴보니 경고등이 반짝거리는데 창으로 불꽃도 안 보이고 블로어도 돌지 않습니다. 벽에 달려있는 스위치를 껐다가 다시 켜서 퍼니스 전체를 재시작시켜봅니다.
온도조절기 (Thermostat)에 설정된 온도보다 실내온도가 낮으니 자연히 정상적인 난방 모드로 들어가는 절치가 시작됩니다. 일차적으로 집안 전체의 공기를 순환시켜주는 블로어 모터가 돌기 시작합니다. Exhaust 모터도 돌고 잠시 뒤에 개스 밸브를 열어주는 솔레노이드가 열리는 소리가 철컥 나면서 쉬익하는, 도시개스가 분사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순간 불이 붙어서 공기를 덥히기 시작해야 하는데 불꽃이 안 보이네요. 잠시 기다려보니 개스 밸브가 닫힙니다. 불꽃 센서를 통해 불꽃이 감지되지 않으니 안전을 위해 퍼니스 제어기가 개스를 차단한겁니다. 이러면서 퍼니스는 동작을 멈춰버립니다.
모터들도 다 가동되고 개스도 분사되고 센서류들도 간단히 점검해봤는데 이상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개스를 점화시키는 Igniter 가 빨갛게 가열되지 않으니 거의 확실히 이그나이터 불량으로 보입니다. 멀티미터로 측정을 해보니 끊어진걸로 나옵니다. 빼서 돋보기로 살펴보니 아주 미세한 크랙이 있네요.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것만 교체하면 될지 확인을 위해서 수동으로 개스 점화를 해보기로 합니다. 퍼니스를 완전히 껐다 켠 뒤에 개스 밸브가 열리자 마자 주둥이가 길다란 라이터로 불을 붙였습니다.
역시 점화 성공. 점화기 Igniter 만 교체하면 됩니다. 일단 추워진 집안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퍼니스는 계속 이렇게 켜놓습니다. 문제는 오늘이 성탄절 한낮. 어떻게 부품을 구할 길이 없습니다. 제가 주로 부품을 구입하는 런던 내의 업체들도 물론 다 문을 닫았는데 성탄절, 그 다음날인 복싱데이, 그리고 바로 일요일인데다가 덤으로 하루 더 닫는답니다. 그래서 화요일에나 구입 가능.
혹시나 하고 더 빠른 방법을 찾아봅니다. Amazon Prime 에서 검색해보니 물건이 있었고 그중 한 품목은 3일 뒤인 월요일에 배달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지요. 집주인분에게 어떻게 수동으로 점화시키는지 보여드린 뒤에 온도 셋팅을 높이 해서 집을 더울 정도로 만들면 그 온도에 자동으로 꺼질테고 한동안은 지내느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고 이걸 아침 저녁으로 한번씩 하시라고 얘기해 해드렸습니다.
월요일에 배달 예정이던 부품이 하루 당겨서 일요일에 배달이 됐네요. 포장을 뜯어서 고장난 것과 비교를 해 봅니다. 아래에서 왼쪽이 고장난 이그나이터, 오른쪽이 배달된 것입니다. 여기 붙어있는 고정용 철물은 원래 고장난 것에 달려있던 것인데 Furnace 에 고정하기 위해 새것에 옮겨달았습니다.
원래 있던 자리에 새 Igniter 를 고정한 뒤에 Furnace 전원을 내렸다 다시 올립니다. 이런 저런 단계를 지나서 불꽃이 점화될 시점이 되니 Igniter 가 빨갛게 가열되기 시작합니다.
잠시 뒤에 개스 밸브가 열리면서 개스가 분사되고 이미 높아진 온도로 인해 바로 불이 옮겨 붙어서 파란 불꽃이 강력하게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연소관 속으로 파란 불꽃이 보이는데 이게 개스가 타는 모습입니다. 그 주변의 노란색 내지 붉은색은 Igniter 가 켜져서 보이는 것이고 잠시 뒤에 Igniter 가 자동으로 꺼지면 오직 파란색 개스 불꽃만 보이게 됩니다. 만약 불꽃이 노란색이면 개스가 불완전 연소가 되거나 다른 고장이 있을 수 있고 일산화탄소가 발생할 수 있으니 그땐 그 부분을 수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불러야 합니다.
퍼니스 고장 같은 경우에 집주인이 직접 수리를 할 수 없다면 어지간하면 HVAC 업체에 수리를 의뢰하라고 안내를 드리지만 이번 경우에는 성탄절에 고장이 나는 바람에 대책이 없었고 또 단순부품 교체로 수리가 가능했기 때문에 주인분과 함께 수리를 했습니다. 자신의 집에 있는 Furnace 라면 아주 여러가지 고장을 DIY 로 직접 수리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블로어나 배기 모터, 컨트롤러 보드까지도 모두 온라인 구매를 통해 입수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개스 라인을 직접 건드리는 것은 삼가하시라고 권고를 드리고 싶습니다. 어쨌든 이번에 DIY 수리를 통해 300불 정도를 세이브시켜 드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