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 Spectre

By | 2016-01-18

최신 007 제임스 본드 영화라는 이유로 영화를 다운받아서 전혀 의구심없이 좋은 일요일 저녁의 영화 관람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007 영화는 항상 최소한의 만족감은 주어왔기 때문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하지만 큰 기대씩이나 하지는 않았다. 영화가 공개된 후에 미디어에서 이 영화에 대해 별다른 소식을 전하지 않은걸로 봐서 그리 좋은 작품은 아니었을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그래도 이 정도인줄은 몰랐다.

본드 영화는 항상 강력한 액션씬으로부터 시작했다. 이번 편도 마찬가지로 멕시코 어느 도시의 축제 현장에서의 액션 장면으로 시작했는데… 뭔가 어색하다. 땅 위에서의 결투에 이어 비행중인 헬리콥터 안에서의 결투로 이어져도 여전히 밋밋하고 긴장감이랄까 충분한 서스펜스를 주지 못한다. 스케일은 엄청 크고 엑스트라도 많이 나오면서 돈 깨나 들였음직한데 액션의 완성도는 차라리 B급 수준에 가깝다. 첫인상이 이래서인지 그 이후로는 이 영화의 모든게 지지부진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제이슨 본’ 시리즈 같은 작품에서 본 빼어난 액션 신들에 익숙해져서 그런걸까? 하지만 액션장면의 질적인 면만 맘에 안 드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본드걸들과 함께 하는 장면들도 이게 본드 영화 맞아?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무뎠다. 50 넘은 모니카 벨루치는 왜 또 등장시켰는지… 벨루치는 매트릭스에서 본 게 마지막이었어야 했다. 좋은 기억을 남긴채로 안녕을 고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감독이 문제였을까? 검색해 보니 감독은 샘 맨데스. 바로 이전 편인 ‘Skyfall’도 감독했단다. 오래전에는 봤던 ‘American Beauty’도 그의 작품. Skyfall 은 제법 재밌게 봤고, 달리는 기차 위에서 싸우는 액션 장면도 상당히 괜찮았다고 기억하는데 이번 편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나보다 조금 젊은 1965 년생 감독이 늙어서 그랬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고.. 80 살이 거의 다 되어가는 리들리 스캇 감독도 쌩쌩한데.. 작년의 액션 대작인 ‘Mad Max: Fury Road’ 를 감독한 조지 밀러 감독도 70 살이고 말이다. 요즘엔 나이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 젊어도 맛은 갈 수가 있다. 식스센스를 만든 뒤에 점차 맛이 가다가 에어벤더로 젊은 유명감독이 얼마나 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를 친히 보여준 나이트 샤말란 감독도 있단 말이지.

어쩌면 내 자신이 변했을 수도 있다. 나이 먹으면서 영화에 대한 취향은 변할 수 있겠지. 더 나아가서는 평상 엄청난 영화팬이었다가도 어느날 갑자기 염증을 느낄 수도 있다. 난 그 정도까지는 아닐게다. 이미 내가 지겨워하기 시작한 영화들은 있다. 트랜트포머 시리즈는 오리지널은 그럭저럭 재밌게 봤지만, 두번째 편을 보면서 매시꺼움을 느끼기 시작했고 지금은 전혀 관심없는 시리즈가 되었다. 이른바 수퍼히어로들이 떼로 몰려 나오는 영화들도 이젠 보는게 힘겹다. 그래서 어벤저스는 전혀 보고 싶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수퍼히어로가 혼자 활약하는 영화들, 가령 수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헐크, 아이언맨 등등도 점점 내 관심권 밖으로 멀어지고 있다. 정말 내가 나이 먹은 때문일까? 상관없다. 내키는대로 하면 된다. 이제 문화적인 취향에서도 다른 쪽으로 눈길을 돌릴 때가 되었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겠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