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술이 웬수지…?

By | 2010-06-11

캐나다에서 보는 한국의 인터넷 뉴스는 이슈거리가 그치지 않는다.  천안함 사태에 이어 선거에 이어 이젠 제2의 조두순 사건이라는 이른바 김수철 사건이 전국을 뒤흔들고 있나보다. 그 이전에 벌어졌던, 이와 비슷한 종류의 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신문이고 방송이고 인터넷 게시판이고 거기에 달리는 댓글까지 모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아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지만, 그건 그때 뿐이다. 잠시 잊혀지면 또 그런 사건이 벌어지고 다시 또 온국민이 끓어올랐다가 다시 또 조용해지고.. 정작 바뀌는 것은 별로 없다. 법적인 면에서건 사회적인 인식이건 관습이건 뭐건 계속 그 모양, 그꼴이다.

멀리까진 안 돌아봐도, 김길태부터 시자해서 조두순과 최근의 김수철까지를 보면 여러가지 공통점이 있지만 그 중에 눈에 띄는 것 하나가 바로 그들 모두 음주상태였다는 점이다. 술을 마시면 용기가 나는건지, 악마가 드는건지, 그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자아가 발현하는건지 확실히는 모르겠다. 그들이 술 마신 뒤에 제 정신을 잃은건지 아니면 여전히 맨정신이었는지, 또는 벌을 경감시키려는 의도에서의 변명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최소한 술을 마시고 범행을 저지른 공통점이 있다. 조두순 사건 당시에는 음주 상태였기 때문에 정신 미약 상황이 적용되어 오히려 형량이 감소되었다고 했다. 이 점이 큰 논란이 되자, 그 이후론 음주 상태로 인한 정신 미약 상황을 감안하지 않거나 가중 처벌할 수도 있게 했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할 수도 있다”라는 점이다. 반드시 그렇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선 그리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법부가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 나라에서 이런 “선택사항”은 오히려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조두순 사건 전에는 사람들은 술로 인한 범죄의 처벌을 낮추는 행위에 대해 무관심했거나 오히려 관대한 편이기까지 했었다. 그건 바로 국민적인, 민족적인 정서(!)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술 좀 먹을 때도 있지….

사람이 술 좀 먹다보면 과하게 먹을 때도 있지…

술 취하면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지…

술에 취해서 한 일인데 좀 봐줘야하지 않겠나…

….

낮술을 먹건, 밤술을 먹건, 말술을 먹건, 강제로 술을 먹이건, 할 수 없이 술을 마시건… 술에 관한한 그 모든게 용서되는 문화가 아니라고 누가 감히 나설 수 있으려나? 우리 문화에서는 직장 상사에게 불만이 있으면 술자리에서 술 취한 척하고나서야 (혹은 진짜 취해서) 직언이나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삶의 지혜이지 않던가? 대학에 들어가면 바로 고교동문회,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 과 환영회니 뭐니 하면서 바로 술고문을 벌이는 것이 당연한 신고식으로 여겨지지 않는가? 점심때 회사 근처 식당에 가면 반주랍시고 맥주도 아닌 소주를 몇병이나 시켜먹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걸 이상하게 보는 사람을 오히려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가? 심지어는 법을 집행하는 검사들의 문화에서 폭탄주가 빠지면 절대 안된다고 여기는 것은 검사들 자신들의 생각 아니던가? 회사들끼리의 거래에서 룸살롱이 끼지 않은 야간 접대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업체들과 공무원들의 접대 회식에서는 또 어떤가?

이들의 공통점, 혹은 문화적인 음주 상식의 기반에서 나올 수 있는 한가지 변명이 있다. 그건 바로, “그놈의 술이 웬수지, 사람이 뭔 죄가 있나”이다. 그래 술 먹고 일 저지르고 나서는 술에다 뒤집어 씌우면 되는거다. 그냥 여차하면 홧김에도 사고치고, 술김에도 사고치는거다.  길거리에서 술먹고 주정하는 사람들, 아무에게나 시비걸고 싸우고, 노상방가 노상방뇨를 해대고, 아무데나 토해놓고 나서도 “술취해서 그런건데 나더라 어쩌냐고~”라며 떳떳해하는 문화인걸 어쩌랴. 도대체가 술먹고 망나니짓을 하면서도 당당할 수 있는 사회에 살면서 조두순, 김길태, 김수철 등의 사건이 또 일어나지 않길 바랄 수 있는걸까?

술먹는다고 누구나 그런 범죄인이 된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적당히 제어할 수 있을 만큼 마신다면 누가 나무라겠는가. 하지만 그것은 기존의 음주문화와  민족적 성향에서는 도대체 쉽지 않은 주문이다. 하지만 만약에 그런 분위기가 조성될 수만 있다면, 술 취해서 남에게 피해를 입히고 난리 피우고 주정하는 사람을 인간쓰레기 정도로 간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될 수만 있다면.. 그런 비극적인 사건들이 발생할 가능성은 훨씬 줄어들 것으로 나는 자신한다.

범죄 자체를 보며, 범인을 보며 욕만 하고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바라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다. 정 바뀌길 원한다면 사회가 변해야 한다. 지금 이순간에 열려있는 뉴스창에서는 합참의장이 회식에서 술을 마셨느니 뭐니하는 기사가 보인다. 여기 저기 둘러보면 술이 관련된 사건 사고 추문을 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술에 대한 인식, 음주에 대한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 남의 탓이나 술탓으로 돌리는 것을 인정하면 안된다. 술을 사는 것도 마시는 것도 그리고 취하는 것에 대해서 지금보다 더 엄격한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과연 대부분의 우리들에게 그럴 의지가 있을까? 잘 생각해보면 그 대답을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비극이 다시 벌어지지 않게 해야된다는 주장들이 밋밋하게 보이는가보다. 과연 바뀔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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