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중계

By | 201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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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동계 올림픽이 개최되는 시기에 마침 캐나다에서 지내고 있는 덕분에 올림픽 경기 중계를 생방송으로 볼 수 있는건 좋은데, 캐나다 방송국들이 자국팀 경기나 캐나다인들이 관심가질만한 경기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따로 돈을 추가로 내야 볼 수 있게 만들어놔서 실망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애국심을 고취시키려는 취지의 내용을 갖는 방송을 뭘 그리고 많이 내보내는지 정말 지겨울 정도인데 이 나라 사람들도 좀 지치지 않을까 싶기까지하다.

아무튼 이왕이면 올림픽 중계를 HDTV 방송으로 보고 싶어서 월사용료 몇달러 더 내고 일반 케이블 박스를 HD박스로 바꿔와서 보고 있자니 정말 선명한 화면에 계속 TV 앞에 붙어있게 되었다. 번역일도 해야 하는데 엉덩이가 더 무거워져서 약간 신경이 쓰인다. 내일 오전부터는 일을 시작해야한다.

지금 TV에서는 피겨스케이팅의 페어 부문 중계를 하고 있다. 난 여자나 남자가 혼자 나오는 싱글보다는 남녀가 함께 호흡을 맞추는 페어 부문을 보는걸 더 좋아한다. 좀 더 드라마틱하고 남자가 여자를 들어올리고 빙글빙글 돌리다 휠 던지기도 하는 동적인 면이 많아서 좋다. 어제는 숏 프로그램이었고 오늘은 프리 프로그램인데 여자 싱글 부문에서 펄펄 날으는 한국이나 일본팀은 이 종목에선 당연히 출전선수가 없는 반면에 중국에서는 3개인지 4개팀인지 출전해서 엄청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팀들은 정말 잘한다. 정말 잘들 한다. 모두들 고난도의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내게는 별로 감흥을 주지 못한다. 나는 자꾸만 한국에서도 자주 공연을 하는 “중국 기예단”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 워낙 중국 기예단이나 중국 서커스단의 서커스 실력이 뛰어나서 이 스케이팅 선수들의 실력이 그걸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문제는 중국 스케이팅 페어들의 표정연기와 몸짓이 감성적인 면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꾸 그들의 훌륭한 기술을 서커스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보고 있음이다. 특히 남자 선수가 더 그런 느낌을 준다.

러시아가 소련이라는 국가명으로 불리고 있을 때부터 나는 TV를 통해 가끔 보곤 했던 그 나라 남녀 페어 스케이팅 팀들의 연기에 매료되곤 했었다. 그 실력도 물론 뛰어났지만 나는 그 팀들이 사용하는 음악들도 맘에 들었고 특히나 그들의 표정연기가 너무나도 멋있게 보였다. 어쩌면 연기를 일부러 하지 않아도 러시아인들의 민족적 정서와 문화적 역사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표정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난 남녀 두사람 가운데 남자의 표정에 더 관심을 갖곤 했다. 여자들은 눈처럼 하얗게 예뻤고 남자들은 마치 어릴적에 재밌게 봤던 “들장미 소녀 캔디” 만화의 테리우스 같은 모습과 표정과 좀 어두운듯한 분위기를 가졌다. 유럽의 다른 나라 선수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그런 특징이었다. 조금전에도 TV에서는 그런 분위기의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팀이 묘기가 아닌 “연기”를 하고 있었다.

방금 TV에서 봤던 중국 커플은 이번 올림픽이 3번째 출전이고 오랫동안 함께 페어로 출전을 하다보니 결혼까지 했다고 한다. 그들이 이번에 선택한 음악은 영화 “러브 스토리” 주제가였고 그들은 꽤 훌륭한 묘기를 보여주긴 했지만, 도대체 그들의 표정에선 “러브 스토리”라는 음악에 걸맞는 표정연기를 별로 볼 수가 없었다. 예술적인 피겨스케이팅이라기보다는 그냥 중국 기예단의 이미지에 더 가까운 인상을 받았다. 결과적으로는 그들이 금메달을 딸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나에게는 그들보다 난이도가 덜했고 점수도 더 낮은 러시아 페어들의 인상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경기장의 관중이나 심판들에게는 그런 표정이 덜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겠다. TV를 통해 보면 그들의 모습을 클로즈업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묘기도 좋고 점수도 좋고 최종결과도 다 좋지만, 그래도 아직 난 러시아 남자 선수들의 모습이 멋지게 보인다. 같은 남자로서 내가 느끼는 멋의 기준에 더 가까운 내 취향의 모습이고 또 그 분위기의 소유자들이라서 더 그럴 것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그들이 메달도 따게되면 더 좋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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