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사고방식의 메카니즘을 분석해 보곤 한다.
A는 왜 걸핏하면 저렇게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을 사오던지 주워오던지 하는걸까. 머리속에서 어떤 것을 보고 어떤 식으로 인식, 반응, 결정, 행위, 사후행동으로 이어지는 두뇌의 동작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두뇌의 작동 행태를 논리적으로 추론해내기 어렵다면 그 전형적인 패턴을 한번 그려본다.
B라는 사람은 또 어떤 메카니즘으로 저런 강박적인 생각과 폭력적인 언행을 하는걸까. 여기서도 단순히 이유를 궁금해하기보다는 그 사고의 메카니즘을 내 머리 속에서 그려본다. 철저히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자세로 관조하면서 내 머리속을 그의 상황에 놓인 것처럼 대입해 보면 그 언행의 원인을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나의 머리 속에서 내가 마치 내가 관찰하는 대상인 것처럼 이입하여 그런 행동을 하며 그런 말을 하고 그런 결정을 내려본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유를 부과해본다. 그러다보면 그런 사고와 언행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한가지 이해할만한 패턴이나 일정한 마인드 맵에 도달할 수 있다.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한 경우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많다.
일단 그것이 만들어지면 그 뒤로는 문제의 해결을 시도해 본다. 메카니즘을 알면, 공이 어디로 튈 가능성이 높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부러 그 방향을 유도해내던지 미리 결론을 차단시킬 수도 있다. 마치 사냥을 할 때 사냥의 대상이 되는 짐승이 어느쪽으로 달아날지 예측하여 그곳에서 기다리는 방법이다. 이런것은 사자나 하이에나같이 단체로 사냥하는 짐승들도 이용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사람의 경우엔 워낙 그 반응 방식의 범위가 넓다는 점이다. 하지만 적당한 외적 요인을 그 대상에 불어넣어 주면 그가 행동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를 상당히 좁힐 수 있다. 이런 방법은 사기꾼이 사용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바둑이나 장기에서도, 도박에서도 사용되기도 하고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협상에서도 쓰이는 방법이다. 사람들이 서로 관계하며 살고 있는 모든 분야에서 필요한 대인 기술이다.
물론 이런 기술을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정도로 끌어올리고 또 자신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정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될때까진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사람은 서로가 다름을 인식해야 한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다른 결론을 내며, 다른 식의 행동과 표현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다들 보고싶은대로 보고 듣고싶은 대로 듣고 하고싶은대로 생각하고 행동함을 알아야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행동하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반응하는게 아니다. 그런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나면 다른 사람들의 사고 메카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이 된다.
이걸 타인을 이용하는 것같은 나쁜 쪽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얼마든지 좋은 쪽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회생활의 방법이다. 또한 내 자신이 남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물질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는 것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냉철한, 그리고 계산적인 자기 제어의 방식이지만 그것을 나의 이익만을 위해서 쓰지 않고 선의를 가진 타인에게도 도움이 되며 관계와 소통의 원활한 유지와 발전을 위한 쪽으로 활용해 나간다면 아주 귀중한 삶의 기술이 될 것이다. 타인의 사고 메카니즘의 이해와 활용. 앞으로 나의 새로운 인생의 길에서 내가 키워나가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