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신의 몇 퍼센트가 진짜 내것일까

By | 2009-09-27

파킨슨씨 병을 앓고 계시는 어머니를 옆에서 계속 관찰하다보니 이런 종류의 뇌 신경 계통 질환에서는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관찰이 정말 중요함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어머니의 증세에 따라 올바른 종류의 약을 찾고 어느 정도의 용량이 적당하며 또 그에 따른 부작용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것은 가끔씩 보는 의사나 간호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옆에서 24시간 함께 지내는 사람이 아니면 도저히 그 내용을 알고 대처할 수가 없다. 게다가 심리적인 부분, 과거에 대한 기억, 미묘한 감정변화까지 모두 중요한 관찰 요소가 되느니만큼 긴 시간을 함께 지낼 수 있는 가족 정도의 사람이 아니고서는 환자를 제대로 돌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어차피 파킨슨씨 병이란게 호전되거나 치료할 수는 없는 병이고 단지 현상 유지가 되는 것이 최대 목표이므로 이런 점은 무척 중요하다. 유명한 사람 가운데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 같은 사람들이 파킨슨씨 병 환자들이다. 돈이 많거나 강한 체력을 가져도 미리 예측하거나 예방할 수 없고 완치시킬 수도 없는게 이 질환이다다.

지금까지 알려진 파킨슨씨 질환의 원인은 뇌에서 어떤 이유로 인해 도파민이라는 일종의 호르몬이 제대로 생성되지 않거나 전달 또는 사용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현재까지 개발되어 쓰이고 있는 여러가지 약들은 모두 뇌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과정들에 영향을 끼쳐서 호르몬 분비를 강제로 시키거나 더 많이 전달하고 또 그게 제대로 그 속에서 사용되게끔 유도하는 기능을 갖게 만드는 것들이다. 하지만 어느 자료를 찾아봐도 누구도 파킨슨 질환의 정확한 발생 원인을 알지도 못하고, 어떤 식으로 치료하거나 제대로 동작하게 해야하는지도 확신 못하고 있으며 단지 실험을 통해 파킨슨씨 병의 증상들이 호전되는 것을 관찰한 뒤에 검증 기간을 거쳐 약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인체 중에서 아직도 최대의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뇌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보다.

파킨슨씨 병의 증상은 대표적으로 신체 떨림, 경직, 느려짐, 자세 불안정, 얼굴표정 경직 등과 같은 육체적인 것과 함께 치매, 환각, 우울증, 수면장애 까지 다양하게 포함된다. 물론 이런 것이 한꺼번 에 다 나타는 것은 아니고 몇가지 증상만 발생하게 보통이다. 그런데 약을 복용하면 이런 증상의 상당부분이 상당한 정도 개선되기는 하는데, 정말 웃긴 점은 약의 종류나 그 복용하는 양에 따라서는 이제까지 없던 증상이 생겨나기도 하는 점이다. 가령 약을 먹었더니 몸의 운동성은 좋아졌는데 손떨림이 생긴다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생기는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어떤 경우엔 아예 안 먹느니보다 못하기도 하는 것을 내가 옆에서 목격하기도 했다.

내 어머니의 경우에 생기는 부작용은 정신적인 것들이었다. 몇달전 1년 넘게 외국 생활을 하다 돌어와서 목격한 어머니의 모습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정도였다. 가장 큰 문제가 환각을 보는 것이었다. 살고있는 집이 아파트 9층인데도 창밖에서 사람들이 안을 들여다 보고 있다거나, 작은 방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 앉아있다거나, 의자에 다른 사람이 앉아있는걸로 보이기도 하고 아예 아버지를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기까지 했다. 그와 함께 보이는 또 다른 문제는, 모든 사람과 사건에 대해 나쁜쪽으로만 보고 의심한다는 것도 본인이나 주변사람에게 너무 힘든 상황으로 만들었다. 내가 한국에 오기전에 누나가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의해봐도 의사가 하는 말은 고작 ‘환각증세도 파킨슨씨병의 한 증세’라는 말만 할 뿐 다른 조치는 하지 않았단다. 그래서 다들 조만간 증세가 더 심해지면 요양원에 입원시켜야할 것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내가 부모님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보니 과연 그런 증세가 심하긴 했다. 하지만 어느날 인터넷으로 이 병에 대해 조사를 하던 중에 가입한 파킨슨씨 질환 카페에서 발견한 사실은 나에게 실망과 희망을 할께 안겨주었다. 어머니와 똑같은 환각 문제를 안고 있던 다른 몇몇 환자들이 치료약을 다른 종류로 바꾸자 마자 바로 그런 문제들이 사라졌으며 그게 파킨슨씨 병 치료약의 흔히 알려져있는 부작용이라는게 아닌가. 파킨슨씨 병 치료약은 똑같은 약이라고 해도 모든 환자에게 공통적인 치료효과와 부작용을 주는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각각 틀린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계속 환자 가족이 관찰해가면서 맞춰가야 한다는 점도 알았다. 다른 가족들은 아무도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지 않으므로 그런 관찰은 하기 어려웠고 함께 살고 계신 아버지는 그런걸 파악하고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고령의 나이에 건강상의 문제도 있으니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하지만 파킨슨씨 질환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는 의사까지도 그런 부작용의 가능성을 간과한 것은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아쉬운 사람이 조사하고 공부하고 해결의 노력을 하는 수 밖에.

의사에게 환각 현상이 심각하다고 인식시킨 뒤에 다른 약으로 처방받아서 복용하고 며칠 되지 않아서 기존의 환각과 의심 같은 문제는 거의 사라졌다. 이전의 어머니 정신은 완전히 다른 사람 것이었고 다시 또 다른 사람이 되었다. 물론 과거에 대한 기억이나 기본적인 일상에 대한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기본적인 마음 가짐과 사고의 방향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인간이란 존재의 미약함, 특히나 정신적인 면에서의 취약성이었다. 그 조그만 알약 한 두개 가지고 정신 자세가 달라진다는 것은 치료 측면에선 다행이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너무나 실망스러운 일이 아닌가.

지금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참으로 다양한 종류의 성격을 가지고들 있다. 소심한 사람, 겁이 없는 사람, 수줍은 사람, 거짓말 잘하는 사람, 항상 불안해 하는 사람, 다른 이들에 대해 악담을 주로 하는 사람, 잔인한 사람, 감정이 없는 사람….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세상에선 좋건 안 좋건 나름대로 평가들을 한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성공담을 얘기할 때는 그가 의지가 굳은 사람, 신념이 강한 사람, 신망이 두터운 사람, 두뇌회전이 빠른 사람, 의지가 있는 사람 등으로 그의 성격을 얘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그런 성격들이 뇌에 작용하는 몇 밀리그램, 혹은 몇 마이크로 그램의 약에 의해 바뀔 수도 있다면 그때는 그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 걸까?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은, 가령 국가에 대해 혹은 단체에 대해 아주 높은 충성도를 가진 사람에게 몇가지 종류의 호르몬 제제를 투여한다면 그 가운데 최소한 한가지 정도는 그 사람의 충성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이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건 무슨 세뇌나 고문 얘기를 하는게 아니다. 이와는 반대로 그 사람의 뇌의 구조라는게 어쩌다보니 충성도를 높이는 부분이나 의지를 강하게 하는 부분, 혹은 의심을 하지 않게 하는 부분의 작용이 약한채로 태어났거나 그걸 약하게 만드는 환경에서 자라면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난 정신을 똑바로 차리며 살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해도, 우리 뇌의 그런 마음을 먹게 하는 부분이 손상되면 어찌할 수 있겠는가? 누군가를 신뢰하면서 살던 사람이래도 위의 파킨슨씨 치료약의 부작용과 같이 저절로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을 과연 막을 수가 있기나한걸까? 정상적으로 살던 사람이 우울증에 걸려서 자식을 안고 고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지는 것에 대해 과연 비난만 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의 뇌에서 벌어지는 작용들을 이해하지도 못한 채로, 난폭한 행동을 하는 그 사람을 지옥에 갈 것이라며 저주할 수 있는걸까? 단순히 뇌에서의 생화학적인 작용의 사소한 오류에 의해, 혹은 미세한 돌연변이에 의해, 혹은 신경조직의 오동작으로 인해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가지고 그 사람에 대해서 평가한다면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인간의 운명이 사소한 우연에 의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고 해도 무리가 아닌듯 싶다.

지나치게 병적으로 이성에 집착하는 사람에게는 그걸 사랑의 마법에 걸렸다고 미화하곤 하지만, 실상은 암수로 나뉘어진 생물체가 생식활동을 향한 본능에 따라 DNA 에서 지시하는대로 호르몬을 분비했기 때문에 정신병적인 행동을 보일 뿐이라고 설명하면 너무 심한걸까? 갱년기 여성의 달라진 심리상태도 호르몬 때문이라고 한다. 어린아이들이 흔히 걸리는 AHDH 같은 것은 또 어떤가? 발정기, 사춘기, 생리기간 등에는 또 사람의 심리가 그만큼 달라진다. 이런 모든 인간 성격의 다양함과 예측 불능성에 대해서 단지 간단한 원리의 미량의 물질이 작용함으로써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설명하면 참 서글픈 일이고 부정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내가 어머니와 함께 하면서 느낀 점을 짚어보면 그런 측면으로의 해석이 정말 말이 된다는 것을 부정하긴 어렵다.

인간의 정신 가운데 그 본인이 원래부터 가지고 태어나고 또 세월을 두고 갈고 닦으면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헤아리기 어려운 우리의 정신 속에서 과연 어느정도가 진짜 내 고유한 부분일까? 퍼센트로 따지면 어느 정도나 될지, 생각하면 할수록 그 예상치가 줄어들기만 한다. 더 나아가서는 인간의 영혼은 그 육체에서 어느 정도를 차지할런지도 의문스럽다. 그런 영혼이 실재로 존재있다면 그것은 과연 미세한 생화학 작용에 영향을 입지않는 순수한 정체성을 가진 것일까? 엄청난 정신적, 육체적 충격을 받아 미쳐버린 사람이 있다고 할 때 그의 영혼도 망가지는 것일까? 아니면 문자 그대로 정신이 ‘나가버린’ 것일까?  정말로 이렇게 그런 의문을 가지고 글을 적고 있는 나마저도, 지금 현재 내 정신의 몇 퍼센트가 진짜로 내 것인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떤 일에도 변하지 않을 내 영혼의 무게는 과연 얼마만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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