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앉아서 소변본다

By | 2009-07-28

사실, 남자가 일어선 상태에서 소변을 봐야한다는 원칙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다른 짐승들을 봐도 성별에 따라 소변보는 습관은 좀 다른 것 같긴 하다. 가장 관찰하기 쉬운 것이 개인데, 개를 키우면서 보면 숫캐들은 선채로 한쪽 다리를 들고 소변을 본다. 반면에 암캐들은 엉거주춤 쭈그려 앉아서 소변을 본다. 멍멍이들은 이유를 따지지 않고 그저 본능대로 일을 보는 것 뿐이다. 인간도 그렇게 본능으로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인간은 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남자의 신체구조로 인한 장점이 결합되어 소변의 방향을 제어할 수 있으므로 남자는 서서 소변을 보는게 편해졌을 것이다. 현대적인 깨끗하고 편안한 변기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그것은 확실한 장점이 있었던 것 같다. 여자는 또한 그들만의 신체구조로 인하여 앉아서 소변을 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공중화장실에서 남자들이 서서 소변을 보는 것은 또 장점을 가진다. 여자들은 일일이 방을 하나씩 내어주어야만 하지만 남자들은 간단한 소변대 하나씩, 혹은 그냥 일렬로 서서 소변보는 단체 화장실로도 충분하다. 일 보는데 걸리는 시간도 짧고 물 내릴때의 소비량도 좌변기보다 훨씬 적다. 신속성과 편리성은 공중화장실에서는 강력한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공중화장실은 어디까지나 공중화장실이고 그곳에서는 남자끼리, 여자끼리 다른 공간을 이용하며 우리 가족이 청소를 하지도 않고 신발을 신고 드나드는 곳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그 화장실이 아니므로 집에서도 그런 식으로 소변을 보는 것을 그대로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집에서는 배려가 필요하다. 나의 식구들의 감성과 위생과 편리성을 존중해야 한다. 남자가 서서 소변을 보면 우선 변기 안의 물이 튀건 소변이 튀건 옆으로 흘리건 어떻게든 위생적인 문제가 생기기 참 쉽다. 자신이 더럽힌 변기와 그 주변을 치우고 가는 것도 매너지만 애초에 그걸 예방하는 것이 더 높은 수준의 매너이다. 물론 완벽하게 제어할 자신이 있다면 알아서 서서 일을 봐도 나무랄 사람은 없겠지만.. 그리고 소음이다. 암만 내 식구래도 양변기의 물 위로 콸콸 퍼붓는 물소리를 온 집안에 들려주고 싶은가. 이 점은 화장실 방음이 잘 되었으면 괜찮다고 말할 지도 모르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어지간해서는 그 정도 소리는 거실까지 다 들린다. 듣는 사람으로서는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게다가 내 집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가정집을 방문했을 때는 또 어떤가. 당신이라는 남자는 여전히 양변기에 오줌을 묻히면서 폭포소리를 내며 소변을 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가? 최소한, 양변기 안의 가장자리 물없는 지점을 겨냥해서 소변을 봄으로써 소음문제를 해결하고 주변에 파편이 튀면 그걸 휴지로 잘 처리하겠다는 정도의 의지가 있다면 서서 소변보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앉아서 소변을 보는게 권장된다.

그래도 굳이 서서 소변을 보겠다면, 그건 말릴 수 없다. 하지만 같은 집에서 한명이라도 여성이 함께 살고 있거나 다른 집을 방문했을 때는 이 두가지 사항을 꼭 지키기 바란다. 첫째는 사후 처리를 잘할 것. 튀거나 흘린 자신의 물질은 스스로 치워야 한다. 둘째는, 양변기 앞에 서서 소변을 봤다면 변기시트를 올렸을 터인데 일을 끝마친 뒤에 반드시 시트를 다시 내려놓아야 한다. 이건 시각적인 측면이다. 스스로 여성의 입장으로 바라볼 때, 어느쪽이 더 깔끔해 보이는가? 사실 남성인 내가 봐도 시트가 올라가 있는 것보다는 내려와 있는게 훨씬 보기 좋다. 이해가 안 간다면 스스로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비교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어떤 비데 업체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 80% 정도의 여성이 남성도 앉아서 소변을 봤으면 한다는 얘기도 있다. 물론 앉아서 일보기 싫다는 마음도 존중은 하겠으나, 최소한 그런 선택으로 생기는 뒷처리를 하는 정도의 배려는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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