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1호 달착륙 조작설

By | 2009-07-20

1969년 7월 21의 일이니까 꼭 40년 전의 대 사건이었다. 바로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이다. 아주 아주 어린 시절의 일이었지만, 그리고 실황중계인지 아니면 녹화된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는지 여부도 잘 모르겠지만, 난 아직도 달착륙하는 것을 찍었다며 TV 화면에 보여주었던 것을 실제로 봤던 기억이 남아있다. 과학이 뭔지 기술이 뭔지 모를 어린 그 마음에도 달 표면의 황량한 모습과 우스꽝스럽게도 뚱뚱한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들이 달 위에서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것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었나 보다.

그런 인상이 내 머리속에 각인되고 그것이 또 그당시 붐을 이뤘던 철인28호니 아주소년 아톰이니 하는 것들과 결합되어 난 막연하게나마 과학자의 꿈을 갖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그당시엔 국민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는 좀 더 깊은 과학적 내용을 알고픈 마음에 이런 저런 책들을 섭렵하다 발견한 것이 ‘학생과학’이란 월간지였는데, 비록 상당 부분 일본잡지들에게서 가져온 것이긴 했지만 그 잡지 덕분에 내 목마른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어느 정도는 채워질 수 있었다. 그 당시 헌책방을 헤메면서 얼마나 많은 과월호를 사서 집에 쌓아읽어댔던가.. 거기에서도 아폴로 11호와 그 이후에 있었던 달착륙 프로젝트의 사진들과 상세한 설명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공과대학에 입학했고 졸업했으며 20여년간을 전자공학, 혹은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다.

4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보면 달착륙이라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인데, 그 달착륙이 조작된 것이고 실제로는 지구상에서 찍은 사진들이라는 주장은 여러해 전부터 있어왔었지만 40주년이라는 숫자에 힘입어 이번에도 또 고개를 들기 시작하나 보다. 오늘은 한국 TV 뉴스에서까지 그런 주장에 대해서 몇번씩 소개하고 있는데 좀 한심한 느낌까지 든다. 그게 무슨 뉴스거리인지.. 조작설의 가장 강력한 증거라는 것이, 달 표면에 성조기를 꽂았는데 달표면에는 대기가 없고 따라서 바람도 존재할 수 없으므로 사진 속에서 그 깃발이 펄럭이는 것은 달착륙이 조작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주장이다. 그런 주장을 하는 웹페이지에서는 실제로 그런 사진을 올려놓았다. 정말로 성조기가 완전히 펴진 채로 꽂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대들은 그것 하나만으로 “게임 끝났다!”라고 외치며 조작설이 사실이라고 믿겠는가.

나는 달착륙 사건이 100% 사실 그 자체라고 믿으라는 것은 아니다. 나 자신도 그걸 반드시 사실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조작의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일 의사도 있다. 하지만, 그런 조작설 주장의 합리성 차원을 보면 너무도 장난스러운 행동으로밖에는 안 보인다. 누군가 장난 치는 것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은 마치 종교 혹은 컬트처럼 열광하게 되는 것을 경고하고픈 마음일 뿐이다. 자신의 믿음을 공고히 가지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그 성조기 사진만 보고 ‘이거 말이 되네’ 라며 자신의 뇌 속에 ‘조작’이라고 적어넣으면 뇌세포를 너무 싸구려로 만드는게 아닐까? 그전에 잠깐 다른 설명이라도 찾아봐야하는 게 아닐까?

어린 시절에 학생과학 이라는 잡지를 보면서 달착륙 관련 내용을 무척이나 열심히 봤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상당부분의 내용이 기억에 남아있는데, 30여년전에 쓰여졌던 그 잡지의 기사에도 분명히 쓰여있었음이 기억난다. 대략 “달에는 공기가 없어서 깃발이 날리지 못하므로 미리 철사로 뼈대를 만들어 넣은 성조기를 준비해간 뒤에 잘 펴서 달 표면에 꽂았다”라는 내용의 설명이 사진과 함께 있었다. 이 정도면 말이 되지 않는가? 반대로 조작설을 제대로 주장하려면 이런 내용도 미리 감안해서 설명을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런 공부를 하지 않은 채 무작정 ‘조작이라카더라’라는 식으로 자신의 믿음을 낭비한다.

그것이나마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에게 나는 성조기를 꽂는 동영상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그 안에서 보면 우주인들이 뻣뻣하게 펴져있는 성조기를 들고 그 깃대를 세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인다. 깃발은 어떤 경우에도 바람이 없으면 펼쳐지지 못한다는 생각은 상상력의 빈곤에서 비롯된다. 나래도 달에서 깃발을 세워야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면 그 안에 철사로 뼈대를 만들어 넣어야지라는 생각은 쉽게 들 것이다. 사람들은 물론 이 성조기 사진 하나만으로 그 조작설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증거’라는 것들이 있으는데 그 가운데에는 나로서도 ‘이거 말이 되는군’이라는 생각이 드는 내용도 있다. 다시 말하건데 난 조작설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뭔가 실질적인 근거를 가지고 과학적이고 호소력있는 설명을 해야된다는 말이다. 성조기 사진은 단지 그 시작일 뿐이다.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하며 과학적인 주장과 그와 같은 수준의 반론이 오고가면서야 바람직한 토론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단지 그게 현실로 오면 사람들이 냉정을 잃으면서 한 걸음에 즉시 결론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게 문제라는 것이다. 어쩌면 토론문화의 부재,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통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과학에 관련된 사안을 과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논의하는 것이라면 그또한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이용해야 하는게 아닐까. 이 사회에는 이런 과학과 기술에 관한 일에서까지 맹목적인 컬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본다. 인터넷에 다양한 정보가 넘쳐흘러도 자기가 믿고 싶은것만 보고 그런 식으로만 이해를 한다. 어쩔 수 없는 인간본성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냉정하게.. 라는 기대는 계속 가진다. 특히나 이런 종류의 이슈에서는 말이다.

3 thoughts on “아폴로 11호 달착륙 조작설

  1. 실피드

    이올린에는 오랜만에 로긴했는데.. 이쪽 과학밸리는 좋은 글이 많군요 ^^ 저도 부지런히 포스팅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읽고 갑니다.

  2. xaran

    쪼~금이라도 읽을만했다고 해주신다면 저는 참 고맙죠… 저도 올리고 싶은 내용은 많은데 몸과 마음이 영 안 따르네요. 분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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