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식생활

By | 2009-07-14

한국인의 위암 발생률이 세계 제 1 위권이라는 상황의 원인에 대해 당연히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의 감염률이 높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알고 있었다. 예전엔 한때 매운 음식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적도 있었지만 더운 나라들 가운데는 한국사람들보다 훨씬 매운 음식을 상시 먹으면서도 위암 발생이 드문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그것도 꼭 맞는 이유는 아니라고 한다. 결국 어느 다른 요인이 아니라 소금 섭취량이 거의 유일한 문제가 된다. 물론 현재까지 연구된 결과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래도 나에게는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소식이다. 나는 워낙에 짠 음식을 못 먹고 그 영향을 받은 우리 식구 모두 대부분 싱겁게 식사를 하는 습관이 들어서이다.

소금기가 많은 음식을 먹으면 당장에 내 혀가 먼저 반응을 한다. 혓바닥 표면이 쫙 갈라지는 느낌이 든다. 어차피 매운 음식도 잘 먹지 못하기 때문에 매운 맛 속에 숨어있는 소금기도 숨어들어오지 못한다. 워낙에 민감한 내 위장은 매운 맛 뿐만 아니라 짠 맛에도 쉽게 반응을 한다. 조금만 짜게 먹어도 위에서 쉴새없이 물달라고 아우성이다. 그게 다 몸에 습관 들이기 나름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면 매운 음식을 못 먹는 것 때문에 자주 힐난도 듣곤 하지만 그래도 꿋꿋히 싱겁게 먹으며 산다.

몇년전에 아버지가 위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으신 다음에는 이런 위암 관련 소식이 귀에 훨씬 가깝게 다가온다. 내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위장 장애로 고생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것도 사실이다. 맵고 짠 음식을 못 먹는 것 외에도, 내 나이가 40 대에 들어서서는 소식, 즉 음식을 최대한 적게 먹는 스타일이 되었다. 팽만감을 만복감이라고 하여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나에게 그것은 불쾌감이다. 먹은 듯 안 먹은 듯하지만 배가 고프진 않게 먹는 것이 내가 원하는 바이다. 내가 술기운이 거나한 느낌을 싫어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아직 식탐을 제대로 제어하지는 못하여 배가 거북해지도록 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남들이 보기엔 그리 많이 먹지도 않은 걸로 보이지만 정말로 필요한 만큼 이상 먹기는 싫다. 그래서 나를 잘 모르는 누구와 만날 약속을 할 때 식사때로 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 다행히 요즘엔 백수 신세라 그것도 거의 내 마음대로이다.

마지막 회사 생활을 하던 몇년전 구로동의 공장형 아파트 건물은 꽤 규모가 컷기 때문에 식당가 역시 규모가 만만치 않았다. 늦게까지 일할 때엔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오곤 했는데 그 많은 음식점, 주점에서 사람들이 무자비할 정도로 연기와 냄새를 분출하며 고기를 구워먹는 것을 볼 때면 한편으론 그 위’대’함에 탄복하기도 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왜 그렇게 많이들 먹어댈까라는 의문도 가지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하나의 ‘오락’ 같은 것으로 보인다. 술마시고 고기 구워먹으며 떠들고 노는 그런 오락. 세상엔 그런것 말고도 재미있는 것들이 여기 저기 많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쉽게 할 수 있고 주변에서 접하기 쉬우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공유하고 있는 오락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먹는 것을 오락으로 삼으면 질병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많아질 것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그런 자리에선 대부분 기름진 음식, 맵고 짠 음식이 주종을 차지하고 과식은 소화기관의 문제를 초래하고 영양과다로 인한 비만은 가히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먹는 것도 참 행복한 것이긴 한데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젠 어려서부터 좀 더 건강한 쪽으로 유도를 해나가고 사회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좋겠다. 먹는 것을 양으로 승부하지 않는 것도 웰빙의 한 모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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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온 신문기사 *)

우리와 비슷한 음식 문화와 인종적 유전자를 가진 일본도 최근 위암 발생이 떨어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냉장고는 1970년대부터 한 가구에 최소 한 대는 보급됐는데도 위암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한국인의 유전자가 위암에 취약한 것은 아닐까. 서울대병원 외과 양한광 교수는 위암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해보면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변형은 보이지 않는다며 유전적 요인에 의한 위암 발생은 5~10%로 다른 나라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유전자 탓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위암 발생 요인으로 꼽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률이 높은 탓일까. 우리나라 성인의 감염률은 47~60% 수준으로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감염률이 우리와 비슷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위암 발생은 우리의 1000분의 1 수준이다. 태국·베트남·나이지리아 등도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높지만 위암 발생은 매우 낮다. 이를 두고 국제학계에서는 아시아·아프리카의 위암 수수께끼라고 부른다.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높은 아시아·아프리카에서도 나라에 따라 위암 발생률이 들쑥날쑥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것이다.
불에 까맣게 탄 고기나 음식은 위암 발생 위험 요인이다. 즉석 바비큐 음식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탄 고기를 자주 먹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인도 우리 못지않게 바비큐 음식을 즐긴다는 점에서 그것으로 우리의 위암 왕국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소금이 주범?
실마리를 풀 단서가 있다면,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이다. 냉장고 보급 이후 음식을 소금에 절여 먹는 문화는 많이 줄었으나, 여전히 우리는 소금이 잔뜩 들어간 국과 찌개·젓갈·장아찌 등을 많이 먹는다.
2006년에 발표된 국민영양조사에 따르면, 30~49세 한국 남성들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17.1g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소금 권장량 6~8g보다 2~3배 많다. 일본은 11.4g, 영국은 11.0g, 미국은 8.6g을 먹는다. 자신은 싱겁게 먹는다고 주장하는 한국 사람도 실제 소금 섭취량을 조사해보면 높게 나온다. 국물 음식의 절대 염분량은 매우 높지만 워낙 수분량이 많아 먹을 때 짠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금 성분은 위에 오래 머물면서 위 점막을 부식시켜 위염을 일으키고 이것이 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높인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염분 섭취량은 계속 늘고 있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 하루 섭취량이 1998년 4542㎎이던 것이 2005년에는 5289㎎으로 늘었다. 특히 한국인은 위암 발생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질산염이 많은 젓갈 등 소금에 절인 염장 음식을 많이 먹는다.
유근영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헬리코박터 감염 상태에서 짠 음식을 많이 먹고, 흡연율도 높은 것이 위암 발생 위험 요인을 서로 상승시켜 한국인에게 위암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교수는 서구식 식사를 접한 젊은 사람들에게서는 위암 발생이 조금씩 줄어드는 기미가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위암이 줄기 시작한 것도 1990년대부터 싱겁게 먹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 덕이라고 암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위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1980년대 중반 남자의 경우 10만명당 60명대 수준이던 위암 사망이 2000년대 중반에는 20명대로 내려갔다. 암 검진이 늘면서 조기 위암 발견이 늘어난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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