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소퍼즐과 신선놀음

By | 2009-06-03

옛말에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했다. 애초에 그말이 만들어졌을 때는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던 말인지는 차치하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보면 별 쓸데 없는 일에 시간을 많이 허비한다는 비난조의 표현이 될 수도 있지만 또 어찌 생각하면 얼마나 재미있었으면 그처럼 시간가는 줄을 몰랐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중요한 것은 그처럼 시간 가는줄 모를 정도로 몰두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사실이다.

아내가 요즘에 다시 직소퍼즐의 재미에 빠졌다. 어릴적에도 퍼즐 맞추기를 즐겨했다고 하고 나와 결혼한 뒤에는 특히 임신한 상태에서 몸을 많이 움직이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다시 한동안 직소퍼즐 가지고 놀기도 했었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별로 퍼즐 놀이를 하지 않았았다. 그런데 이곳 캐나다에 온 뒤에 월마트에서 할인 품목으로 단돈 2불도 안되는 750피스 혹은 500, 1천피스짜리 퍼즐이 잔뜩 쌓여있는 것을 보고는 ‘이렇게 싼 것을..’ 이라며 구입해서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아내도 어지간히 나이를 먹은 지금에 하는 것인지라, 밥을 걸러가면서 혹은 해야할 일을 미뤄가면서 몰두하는 정도가 아니지만 나로서는 그래도 가끔씩은 저것 할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곤 했다. 저렇게 집중해서 매일 한두시간씩 몇달 동안 공부하면 어지간한 아이템에서는 꽤 괜찮은 실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부를 한다치면 이렇게 집중해서 차분한 마음으로는 안 될 것이다. 맘 먹은대로 안되는 것이 공부인 것은 긴시간동안 몸소 체험해온 일이 아니었던가. 일단은 그냥 놔두고 본다.

도(道)를 닦는다는 행위에 대해 생각을 해 봤다. 좀 더 종교적으로 말하자면 수도생활을 하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떤 이는 득도하기 위해 십년이고 20년이고 면벽수도를 했다는 거짓말같은 얘기도 전해진다. 지금도 절에서, 수도원에서, 혹은 무속신앙을 한다는 동굴 속에서 그런 식으로 벽을 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얘기가 사실이라고 해보자. 그들도 똑같이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행위로 긴긴 시간을 보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건 주님에게서 계시를 받기위해서건 알라에게 숭배를 하기위해서건 시간을 보낸 것은 같은데 그보다 훨씬 짧은 시간동안 재미있는 뭔가에 시간을 보낸 것은 몇십년동안 면벽 수도를 행동을 하는 것은 욕을 안 먹는데, 몇일간이래도 퍼즐을 마추거나 재미있는 게임을 하는 등의 일은 흔히들 비난받곤 한다. 사실 이 모든 행동이 자기 혼자만의, 자기만을 위한 행동이 아니었던가. 혼자 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일은 비난을 받고, 똑같이 혼자 하면서 자신를 고통스럽게 하는 일은 칭찬을 받는다. 행여나 남이 재미있어하는 일에 대해 질시하는 심성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한가지 생각에만 집중하거나, 혹은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뭔가에 전념한다는 자체는 다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모든 사물에 신이 깃들어있다는 샤머니즘 식으로 생각해보면 어디에나 신이 있고 무엇에나 보살이 있고 어느 일에도 도(道)가 있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름대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에, 혹은 진정 하고 싶은 일에,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은 낭비도 아니고 헛수고도 아니다. 비록 도를 터득한 뒤에 외적으로는 아무런 생산물도 없고 직소퍼즐을 한 뒤에는 그걸 다시 부숴서 박스에 넣어두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길 것이라 원래의 그자리에 돌아가지만 그 행위에 대해서 자책하지만 않는다면 만족감과 함께 스트레스의 해소도 함께 얻을 수 있으니 무형의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할 수도 있다. 밤새워 퍼즐을 맞추느라 늦게 일어나 아이들을 제때에 식사시키고 등교시키지 못하거나 혹은 자신의 직장 생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빠진다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줄 모른다… 그렇다면 도끼를 다시 만들면 된다. 신선놀음 구경하느라 재미있었으면 그만 됐다. 인생의 목표는 재미있게 살다가는 것이 아니었던가. 꼭 어려운 일이나 기록에 남을만한 일만 해야한다는 강박은 안 하는게 낫다. 내 경우엔 퍼즐을 다 풀기전에 성질나서 포기해버림으로써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이는 부작용이 있어서 정말 퍼즐 맞추기는 시간낭비, 체력낭비에다가 재미나 보람도 없는 일임에 분명하지만 그게 아내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내의 경우엔 복잡한 일이 생길수록 오히려 여유를 갖기 위해 직소퍼즐을 한다는 좀 당위성이 모자라는(?) 해석을 하지만, 그게 문제있는 것은 아니다.

퍼즐맞추기를 하는 아내의 표정은 워낙 진지해서 가끔은 이게 도닦는 일이구나 싶어질 정도이다. 그러면서 재미있어 한다. 퍼즐 조각이 잘 안 맞거나 어려운 상황이 되어도 오히려 그걸 즐기기까지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아내의 직소퍼즐 놀이는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면서 생활해 나간다라는 자세가 표출되는 단편일 뿐이라고 나는 해석해본다. 그냥 누군가 살아가는 한 모습인 것이다.

아래 사진은 아내가 완성해 놓고 사진으로 남겨달라고 한 직소퍼즐이다. 사진을 찍은 뒤에 다시 750개의 조각으로 돌아가서 지금은 박스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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