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즐기는 미니골프 18홀

By | 2009-06-01

골프는 우리 네 식구 가운데 나 혼자 하는 취미생활이라서 골프 연습장에 가거나 골프코스에 나갈 때 애들은 보통 학교에 가 있고 아내는 집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물론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거기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태국에서 처음에 골프를 시작할 때는 아내도 함께였는데 곧 손가락 힘줄이 골프 스윙을 견뎌내지 못한다는 것이 판명되면서 즉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그때의 여파로 지금껏 손가락이 방아쇠 현상의 고통을 종종 느끼고 있죠. 아들내미도 한두달 시도는 해보았지만 아직은 무리다 싶었고 또 별 취미가 없어하는 것 같았고요. 딸내미는 아직 만5살밖에 안 되었으므로 해당사항 없다고 생각은 들지만 건강하고 힘도 좋고 관심도 있고 해서 몇살 더 나이를 먹으면 시도는 해볼겁니다. 불행히도 우리 아이들은 운동신경만큼은 아빠가 아닌 엄마쪽의 DNA를 더 많이 복제받은 것 같아서 별 기대는 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운동신경과 별로 상관없이 즐기는 골프 비슷한 가족레저 아이템이 있죠. 바로 퍼팅만 하는 미니골프입니다. 이곳에서 제가 일주일에 한 두번 가곤하는 드라이빙 레인지 한쪽 구석에는 미니골프장이 있습니다. 보통 가족단위로나 연인들이 많이 와서 놀다가곤 합니다. 가족들을 데리고 이 미니골프장에 가봤습니다. 그래봐도 18홀짜리고 온갖 기기묘묘한 코스들이 완비되어 있어서 골프를 못 치는 사람들도 꽤 재미있게 놀 수 있었습니다. 아예 미니골프코스 이름을 페블비치로 만들어놨더군요. 흐흠…

멀리 보이는 아이가 아들내미, 바로 앞에서 퍼팅을 하는 이가 집사람입니다. 등대처럼 생긴 조형물의 아랫쪽 사각구멍을 통과시키거나 그 왼쪽의 조그만 부속건물 아래쪽으로 공을 통과시켜야합니다.

아들은 홀컵에서 공을 빼내고 있고 딸내미는 역시 나이에 맞는 놀이를 합니다. 퍼터를 거꾸로 잡고 다리 사이에 끼운채 마녀 빗자루 타는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차례가 되면 열심히 합니다. 마치 하키처럼 공을 퍼터헤드로 슬슬 몰아다 컵에 밀어넣습니다.

막무가내로 공을 컵에 우겨놓고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내 실력 봤지?” 얘는 골프보다는 하키 쪽을 해야할 것 같아 보입니다.

재미있는 홀 가운데 하나인데 딸내미 옆의 구멍이 최종 홀컵이 아닙니다. 일단 그 구멍에 공을 집어넣으면 사진 아랫쪽의 1미터 높이의 절벽 아래 벽에 있는 다른 구멍으로 공이 빠져나오더군요. 거기서 다시 홀컵으로 공을 집어넣어야 합니다.

이건 또 다른 홀입니다. 오르막경사 코스인데 저 멀리서 딸내미가 골프가 아닌 하키를 하고 있네요. 그 오른쪽은 주점 겸 식당인데 현지 사람들이 야외에서 주로 맥주를 곁들인 점심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은 골프장 관리 건물이고요.

퍼팅만 하는 미니골프라고 하지만 제법 러프 비슷한 곳도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딸내미는 뒷쪽에서 퍼터를 망치 삼아 경계석으로 놓여있는 벽돌을 격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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