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병원들을 다녀온 이유는…

By | 2009-03-28


무슨 큰 병이 생긴것은 아니다. 그렇다고해서 딱히 어떤 종류의 질환이라고 이름 붙힐만한 것도 아니다. 내가 병원에 간 이유는 내 두뇌에서 느끼기를, 뭔가 몸의 부분들에서 오는 감각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자꾸 신호를 보내오기 때문이었다. 자각증상이라고나 할까.

사실 오늘 병원 3곳을 돌기 전에 이미 그저께 내과를 갔었다.

“밥을 먹다보면 식도 근처가 답답해지고 숨이 차곤 합니다.” 내말을 들은 의사가 물었다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시나요?” “아니요.” “속이 쓰리고 거북하신가요?” “위가 쓰려본 적은 없는데 과식을 하거나 급히 먹으면 꽉 막힌듯 갑갑합니다.” 이런식으로 몇마디씩 대화가 오간 뒤에 의사는 할말이 별로 없는 듯 했다. “그냥 내시경이나 받아보시죠.”

내시경은 정중히 거절하고, 대충 일반적인 위장약만 처방받아왔다. 그러나 식후에 약을 먹은 직후엔 예전에도 약을 먹은 뒤에 자주 느끼곤 했던 특유의 몽롱한 느낌이 또 찾아오는 바람에 결국 하루쯤만 복용하고 구석에 쳐박아두고 말았다. 오늘은 제일 먼저 아파트에서 바로 길건너에 있는 치과에 갔다. 이곳에선 며칠전에 이미 진료를 받았었는데 그때 엑스레이를 두 방이나 찍었고 의사가 내 입 안에 도구를 넣어 여기 저기 건드려보고 열심히 찬바람을 이에 쐬여보기도 했지만 별다른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 의사선생은 단지 충치의 시초가 될 수도 있을만한 잇틈새 몇 군데만 지적하고 매일 열심히 치실로 청소하라고 주문할 뿐이었다. 그래서 오늘로 예약을 다시 잡고 와서 스케일링만 하게 되었다. 일생에 스케일링을 해본 것이 이번이 두번째, 혹은 세번째였던 같다. 담당 치위생사의 실력이 좋아서인지 전혀 아프지도 않고 피도 별로 나오지도 않은채 30분 동안의 작업이 끝났는데 미리부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그후의 느낌이 개운하고 좋았다. 이런 식이라면 매달 하라고 해도 거부하지 않을 것 같은 정도이다.

찬물이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면 아직까지도 이가 얼얼하게 시린다. 하지만 외견상으로나 기본 진단과 엑스레이 등으로 확인해봐도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겠다니 어쩌겠는가. 예전의 치과 경험상으로도 내 치아와 잇몸은 일반적인 경우와는 좀 달랐던 것 같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특징은 이를 치료할 때 마취가 잘 안되는 것이었는데 다른 환자들에게는 한번의 주사만으로도 잇몸 마취가 되었었는데 나에게는 2번의 주사도 충분치 않았던 기억도 난다. 그래서 더욱 치과행을 망서렸던 것이었는데 이제 나이도 그렇고 느끼는 증상도 그렇고 하니 좀 더 자주 검진을 받아야할 것 같다. 그래도 치과 의사선생의 말 한마디가 위로는 된다. “치아가 전반적으로 건강한 편이세요….”

치과문을 나와선 바로 이비인후과로 직행했다. “콧속에 점성이 강한 코가 항상 있어서 숨을 시원하게 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녜.. ” ” 그리고 목에도 항상 가래가 조금씩 있는 것 같아서 답답한 느낌이고요.” “입을 아~ 벌려보세요.” 목에 도구를 넣고 그 안을 열심히 살펴본 뒤에, 가늘고 긴 다른 도구를 코에 집어넣고 깊숙이 탐색을 하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모니터에 코 안쪽 모양이 나오는걸 보니 그 도구 끝에 작은 카메라가 달려있나보다. 집에서 나오기 전에 샤워를 하면서 열심히 코를 풀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내 눈으로 봐도 콧속이 꽤 깨끗해 보인다. 너무 말끔히 청소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모니터 상으로 볼때는 말끔했다. 여기서도 의사는 별로 할말이 없어보인다. “콧속도 깨끗하고… 목도 문제 없어 보이고…” 결국 내가 한마디했다. “원래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재작년부터 겨울만 되면 코가 막히고 재채기를 자꾸 해대서 병원에 갔더니 알레르기성 비염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약을 처방받았는데 그걸 하루만 먹어도 그 증상이 사라져서 최소한 몇달간은 문제가 없곤 했습니다.” 의사는 잘 됐다는 듯이 자신도 알레르기성 비염 약을 처방해줄테니까 그걸 먹어보라고 했다. 나에게도 차라리 그게 속편한 결론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한동안 쉬며 정리를 좀 한 뒤에는 안과를 찾아갔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라는게 이래서 참으로 편하다.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거리 안에 온갖 음식점과 병원과 대형마트와 은행들을 비롯한 기반시설이 다 자리잡고 있어서 모든 일이 쉽고 빠르다. 이동네에는 대형 공원과 실내운동경기장까지도 있다.

안과에서는 우선 시력검사를 하고 그 뒤에 몇가지 기계 앞에 차례로 앉아서 머리를 그 앞에 고정하고 기계 속에서 빛나는 불빛에 시선을 고정하며 또 다른 검사를 했다. 녹내장 같은 질환 여부를 가리는 검사란다. 그리고는 의사선생과 마주 앉아서 또 손전등을 눈에 비추며 굴절검사를 했다. 이건 난시 검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모든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나는 여러가지 면에서 이전과는 다른 점들을 느끼곤 있지만 그건 어떤 질환의 증상이라고 할만한 것은 아니고 나이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는 것들이라고 의사선생이 얘기했다. 이렇게 시력검사 이외의 다른 눈검사를 한 것은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었는데 다들 전혀 힘들지 않아서 자주 해볼만했다.

작년초에 한국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을 때는 혈액 및 소변검사를 포함해서 흉부 엑스레이와 심전도 검사까지도 했었다. 물론 아무런 이상도 없다고.. 아니 그 검사장비와 그 담당 의사가 알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문제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하긴 어느 정도까지가 질환이 있는 몸이고 또 어느 정도 아파야 병원 신세를 져야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리긴 힘든 일이긴 하다. 우리 몸 안에는 언제나 수많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살아 활동하고있고  심지어는 암을 발생시킬 수 있는 비정상적 세포까지도 하루에도 몇가지씩 생겨났다가 인체의 저항력에 의해 사라진다고 하지 않던가.

어쩌면 나는 건강염려증에 걸려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정말로 건강상의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명확히 그 어느쪽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숨어있는 병이 있어도 발견하기 전까지는 건강하다고 간주할 수 밖에 없으니까. 또한 병이 없는 건강한 신체의 소유자래도 스스로가 병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바로 환자가 되는 것을 의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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