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시대착오

By | 2004-05-17

얼마전 인터넷을 검색하다 본 신문 기사의 사진에는 미디어를 통해 낯이 많이 익은 사람들의 얼굴이 여럿 보였다. 기사 제목을 보니 어느 MP3폰 출시에 반대하는 가수들이 각 음반 및 가요협회 사람들과 함께 어깨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서 시위를 하고 삭발식도 가졌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워낙 요즘 가요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필자이다보니 사진에 나오는 사람들이 노래하는 것은 거의 본 적이 없고 영화나 또는 CF, 드라마 등에서 주로 보았던 기억은 난다. 그중 몇몇 사람들은 그들이 정말 가수였던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는데, 아무튼 그들이 특정 업체 MP3폰의 생산 중단을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는 것이 그 기사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왜 그렇게 MP3폰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일까? 예전에 MP3 방식의 파일이 출현하고 PC용 MP3 플레이어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또 휴대용 MP3 플레이어 장치가 판매됐을 때도 그들은 그런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는데 말이다. 혹시나 최근 개발되어 나온 MP3폰의 기능에는 다른 MP3 플레이어나 겸용 제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들이 주된 공격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하는 LG의 LP3000 모델의 사양을 한 번 살펴보았다.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과 MP3 파일 재생 기능을 내장했고, 64MB 플래시 메모리에 PC로부터 MP3 파일을 다운로드받아 저장할 수 있다는 정도의 기초적인 수준이었다. CD 또는 마이크로 하드디스크만큼 용량이 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PC 도움을 안받아도 무선 인터넷으로 음악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것도 아니다.

한편 MP3 플레이어가 합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그것이 복제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PC에서 MP3 플레이어로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는 있어도 MP3에서 다시 다른 PC로 업로드할 수는 없게 만들어진 점이다. 혹시 그 기능이 풀려있기 때문인가 해서 살펴보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LP3000에서도 PC로의 업로드는 역시 제한돼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점이 기존의 MP3 플레이어와 다르기에 그런 것일까?

사실 MP3 파일의 재생기능은 요즘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일반 오디오 기기 부문에서 MP3 재생 기능이 들어 있는 모델은 꽤 일반적인 사양이 돼있다. 자동차의 카스테레오에도 MP3 재생 기능이 추가되기 시작한지 여러 해 됐다.

오디오 기기가 아닌 분야에서도 열심히 영역을 넓혀 가고 있어서 요즘엔 디지털 카메라에도 MP3 재생 기능이 들어가는 경우까지 있다. 실제로 휴대폰에 MP3 재생 기능을 넣는 시도는 몇 년 전에도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 당시에는 대중성과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서 거의 알려지지도 못하고 사라져 버렸지만 이번에 새로 등장한 모델과 기능 면에서 특히 다를 바는 없어 보인다. 그 기능만 가지고는 지금 그들이 그토록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이유를 설명하진 못한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것이 휴대폰의 강력한 대중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기존의 MP3 플레이어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물건이 아니지만, 휴대전화는 거의 대다수의 국민들이 항시 휴대하고 다니는 장치이다. MP3 플레이어와는 수요면에서 규모가 달라 2천만대 혹은 3천만대 등의 단위가 돼버린다.

기존에 MP3 플레이어를 사용하지 않던 경우에도 휴대전화라는 친숙함 때문에 MP3 파일을 만들거나 다운로드받아서 휴대용 디지털 기기 상에서 재생하는 그런 행위가 아주 일반적인 것이 되어버린다면 당연히 그들은 위기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만약 이번 한 모델뿐 아니라 다른 휴대전화 단말기에 공통적으로 MP3 재생 기능이 들어간다면? 그리고 삼성이나 SK에서 나오고 있는 MP3폰처럼 시간 제한을 가지지 않은 모델이 확산된다면? 과연 그들에게는 충분한 위기감을 느끼게 할만하다고 하겠다.

음악 저작권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휴대용 MP3 플레이어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는 그 폭발적인 위력을 미처 예상치 못했기에 방관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미리부터 손을 봐주겠다는 의미로 거리 시위에 나선 것이리라. 혹시라도 이 모델이 지금의 기능을 그대로 가진 채 판매에 성공하게 된다면 더 많은 휴대전화 단말기에 MP3 재생 기능이 추가될 것이고, 그 모두가 시간 제한이나 음질 제한을 두지 않는 식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번 시위는 몇 가지 면에서 현실과 어긋난 점이 있다. 우선 MP3는 시대적인 대세이다. 또 MP3 재생 기능은 파일 저장 능력을 가진 어떤 디지털 기기에 내장되어도 막을 수 없는 일이다. 휴대폰이나 카메라, PDA뿐만 아니라 사람이 살면서 접하게 되는 더 많은 전자기기에 내장되는 추세가 현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오히려 DRM같은 제도적 장치의 개발과 채택 쪽에 자신들의 관심과 재원을 기울이고 또 MP3의 유비쿼터스 경향을 제대로 이용하게 되면, 더 많은 MP3 재생 장치에 더 많은 음원을 유료 제공할 수 있게 되어 그런 쪽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될 수 있지 않은가. 과연 그런 식으로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할 생각은 못하는 것일까? 지금 당장은 밀리는 듯해도 장기적인 전략을 세운다면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음반산업이 망하게 될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이다.

그들은 또한 언론매체를 통해 MP3폰에 반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오히려 그 업체를 돕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어깨띠를 매고 나서는 행동이 오히려 특정 업체의 MP3폰의 마케팅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유명 가수들이 길거리에 나서서 반대하고 나서는 행동은 그만큼 역설적으로 큰 장점을 가진 것으로 소비자들에게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벌써 7만대가 팔렸느니 8만대가 팔렸느니 하는 기록의 절반은 가수와 음반업계의 덕택이라 해도 그리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주변의 의견이나 매체에 올라오는 의견을 보면 일반 소비자들이 대체적으로 그들의 편을 들어주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MP3 플레이어와 휴대폰 두 개를 다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대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살며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연예인의 차원에선 오히려 그런 편리성을 인정한 상태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함에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또 다른 현실은 기업 경쟁의 자유와 소비자의 권리이다. 기업들이 서로 경쟁해 나감에 있어서 불법이 아니고 또 그것이 소비자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하이브리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을 막기는 어려운 일이다. 소비자들 또한 그런 제품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MP3 파일은 오직 음악만을 위해 존재하는 포맷이 아니고 학습용이나 기록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리고 자신이 정당하게 보유한 음악 CD를 휴대폰에서 듣고자 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MP3 플레이어를 그런 용도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저작권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음원의 제공자들은 그런 식으로 말고 더욱 높은 수준의 방법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해 보자. 요즘의 가수들은 활동의 범위를 노래 부르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활발하게 영화에도 출연하고 앞을 다투어 TV 드라마에도 모습을 비추고 있으며 게다가 몇몇 가수들은 누드 사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기존 TV 탤런트나 배우들이 그런 하이브리드 분야의 가수들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MP3폰의 경우도 그런 식으로 해석할 수는 없는 것일까?

시대는 정말로 엄청나게 바뀌었다. 가수들을 비롯해 음원 관리 단체들은 시대에 걸맞는 수익 창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기업과의 힘겨루기나 어깨띠 두르고 나서는 식의 전근대적인 방법이 아닌 현대 문명의 수준에 맞고 오늘날의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그런 방식으로 권리를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공장에서 음반만 찍어내는 식으로 해나려는가? 진정 가요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다면, 그리고 문화 수준의 제고를 원한다면 제발 가수들에게 어깨끈을 매어 가두시위에 동원하는 식의 대책은 그만두기 바란다.

노래를 만들 사람은 열심히 만들고 노래를 부를 사람은 또 열심히 부르면서 디지털 세상에 걸맞는 대책을 차근차근 세워나가야 한다. 그리고 MP3폰을 구입한 사용자들에 대해 지적재산권의 단속권을 직접 행사하겠다는 식의 위험천만한 발상의 전근대적인 악수를 두는 일은 더 이상 저지르지 말기 바란다. 그런 것들은 진정한 해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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