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그림

By | 2004-04-02

저희 첫째 아이의 그림을 좀 더 올려봅니다. 아래 그림은 유치원 다니던 시절인 약 2 년 전쯤에 저희가 양평에 예쁜 집을 짓는다고 했더니 자기 나름대로 상상 속의 어여쁜 집을 그렸더군요. 마침 그 당시 개인지도를 해 주시던 미술선생님이 아이디어를 내주신 대로 플래스틱 접시 위에 그렸습니다. 그런데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서 실제로는 전혀 예쁜 집이 되질 못했죠. 아들내미는 요즘도 가끔 더 예쁜 집 지어 또 이사하자고 말하곤 합니다.

저희 아이에게 미술 개인 지도를 해 주시던 분은 예전에 학교에서 미술 교사를 하시던 분이었는데 우연히 다른 집에서 저희 애의 그림을 보시고는 이 아이를 가르치고 싶다고 연락을 해 오셨더랬습니다. 그 당시 한결이는 어딜 가나 그림을 그리며 놀았는데 다른 집에 놀러가서 그린 그림이 눈에 띄였던 것이지요. 저희 부부가 그 분을 만나본 별과 젼혀 주입식 교육을 시키거나 테크닉을 가르치는 분이 아니라 아이의 창의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게 그저 아이가 그림 그리는 것을 지켜보시면서 뭔가 물어볼 때만 지도해 주시고 거의 대부분을 아이 혼자 그림에 열중할 수 있게 유도해 주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지도를 받도록 시켰었지요. 저희 아이는 그림 그리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데도 누가 옆에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간섭하면 엄청 스트레스 받아하거든요. 그렇게 지도를 받던 초기에 그린 그림이 아래에 있습니다. 스캔해서 좀 작아보이지만 원본은 4절지 크기이며 아이는 천사에 대한 그림이라고 설명하더군요. 뭔지 잘 모르겠지만..

아뭏든 아들내미는 비교적 그림을 잘 그리는 것 같았습니다. 몇달간 그렇게 지도를 받고, 약 1년 10개월 전에 집 공사를 대충 마무리하고 이사를 오게 되면서 그런 식의 미술 교육은 끝내게 되었죠.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말이죠… 학교 미술 시간에 그리는 그림이건 집에서 어쩌다 한번 그리는 그림을 보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의 그림에 열중하던 그런 모습은 전혀 없고 그림 자체도 거의 만화 캐릭터 흉내 내는 수준이 되었더군요.

부모 욕심으로 시골에 오긴 했지만 아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취미이자 특기인 그림으로부터 멀어졌습니다. 서울 살 때에는 그처럼 그 선생님 댁에 가서 몇시간이고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말이죠. 한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최소한 두 시간 이상은 엎드려서 콧노래를 부르며 계속하곤 했었는데… 시골로 이사 온 것을 후회하는 이유가 몇가지 된다면, 그 중 첫째 혹은 둘째 이유가 바로 이런 점이 될 수 있겠더군요. 얘는 춤추며 노는 것도 좋아했었는데 이곳에 와선 그게 또 배우기 힘든 일이 되더군요. 그나마 양평읍에서 무용학원을 찾아내어 거길 매일 다니게 하고 있고요. 두살 때 미국에 가서 1년 반을 사는 바람에 미국 아이들처럼 영어를 했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왕창 꽝이 되었습니다. 몽땅 까먹어버렸지요.

앞으로 어떻게 자식 교육을 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반드시 모두가 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 좋은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저희 아이는 혹시 도시 생활이 더 어울리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둘째까지 낳은 마당이고 보니 더욱 신경이 쓰이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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