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난로와 환기

By | 2004-01-03

집안에서 벽난로를 피우게 되면 실내의 공기의 질이 나빠짐에 따라 건강에도 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들이 게시더군요. 물론 실내에서 불을 피워 연소되는 난방을 하는 경우에 공기가 나빠지는 경우가 있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석유난로 혹은 가스난로처럼 쉽게 이동시킬 수 있는 편리함이 있으면서도 굴뚝이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일단 연소되면 산소를 태우면서 이산화탄소가 주로 발생되고 불완전 연소의 경우에는 그으름과 일산화탄소까지 생길 수 있는데 이것들이 외부로 배출되지 못하고 그대로 집안에 남아있게 되어서입니다. 그래서 어릴적에 석유난로로 흔히 보조난방을 하던 시절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해 줘야했고, 요즘에 많이 쓰는 가스난로 (부탄가스통을 쓰죠)의 경우에도 난로장치에 경고 문구가 쓰여있습니다. 사용중 매 시간마다 환기해야한다고 말이죠. 이처럼 굴뚝이 없어서 외부로 연소된 가스를 배기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정말로 건강에 안 좋습니다. 이런 난방기구를 사용하는 분들께서는 유념하셔야합니다. 반면에 전기난로의 경우에는 전혀 그런 문제는 없죠.

이제 벽난로의 경우를 생각해 보죠. 벽난로라고 하면 주로 장작을 때는 화목난로를 가리키고 아파트같은 경우에는 이미테이션 전기난로나 가스식 난로도 쓰기도 합니다. 우리 경우는 대부분 화목난로가 될겁니다. 정상적으로 굴뚝이 시공되어 있다면 연소되면서 생긴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및 기타 개스는 모두 굴뚝으로 빨려들어가서 바깥으로 배출됩니다. 물론 굴뚝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잘못 만들어져있거나 고장이 나서 연기가 집안으로 퍼진다면 큰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만 그런 문제가 없다면 전혀 공기 오염이 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 가능성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실내 기압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원래 집이란 것은 어지간해서는 조그만한 틈이 여기저기 있습니다. 그래서 안에서 벽난로를 때면서 내부 공기를 집밖으로 내보더라도 그런 틈을 통해서 외부공기가 끊임없이 집안으로 스며들면서 공기 보충을 해주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단열을 잘 해 놓느라고 아주 빡빡하게 외부와 격리를 해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집에서 벽난로를 활활 태우면서 실내 공기를 상당량 밖으로 내보낸다면 집안의 공기층은 외부보다 비교적 희박한 상태가 될 수 있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건강상의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이것도 잘 일어나기 힘든 경우이죠.

따라서 실제로는 제대로된 벽난로 시설을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한다고 하면 건강상의 문제는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바깥으로 공기가 빠져나가는 만큼 새로운 공기가 집의 틈새로 들어오면서 자연환기가 더 잘 이루어지고, 벽난로의 온기와 정신적 안정감이 큰 장점을 제공해 준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전에도 몇번 언급한 일이지만 저희집에는 열교환식 환기장치 (HRV; Heat Recovery Ventilation)를 구입해서 천장에 덕트 배관을 직접하여 설치했습니다. 가격이 2백만원씩이나 하는 것이라서 꽤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대신 집은 싸게 짓고 연료비도 적게 들이며 건강을 위한 것이라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이 장치를 사용하면 외부에서 끊임없이 바깥공기가 집안으로 공급되고 실내공기는 외부로 배출됩니다. 물론 영하 20도씩 되는 날씨에 그 찬 공기를 집안으로 불어넣어주면 안 되겠죠? 또 집안의 영상 20도의 따듯한 공기가 바깥으로 그냥 나가버리면 아깝겠죠? 비록 외부공기는 신선하고 집안 공기는 다소 오염되었지만 말이죠. 그래서 내부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내기 전에 그 열에너지를 뽑아서 새로 들어오는 외부공기로 전달해 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바깥온도가 영하20도인 경우에 실내로 들어오는 공기의 온도를 측정해 보았더니 약 18도정도까지 데워져있었습니다. 저희집에서 사용하는 장치는 약 1시간동안 돌리면 집안 공기를 모두 새 공기로 대치하는 걸로 계산되어있더군요. 전력소모는 90와트 정도이므로 별로 전기세 문제가 크진 않지만 저는 새벽, 점심무렵, 자기전에 각각 3시간씩만 돌리고 있습니다. (딴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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